마켈라·헤이워드·최현…코로나 속 더 빛나는 '20대 마에스트로'

입력 2020-10-28 17:44   수정 2020-10-29 03:21


지난달 24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클래식 애호가들을 들뜨게 한 음악회가 열렸다. 베를린필하모닉, 빈필하모닉과 함께 세계 3대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RCO)가 올해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작곡가 진은숙에게 위촉한 관현악곡 ‘수비토 콘 포르자(Subito Con Forza)’를 세계 초연한 자리였다. 관객이 숨죽이며 기다리는 순간 앳된 얼굴의 지휘자가 단상에 올랐다. 깔끔하게 넘긴 머리에 말쑥한 정장 차림을 한 클라우스 마켈라(25)였다. 마켈라는 진은숙 곡과 차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 등을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지휘하며 온라인으로 지켜본 전 세계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연계가 암흑기를 겪는 가운데서도 클래식 음악계를 이끌 샛별들이 떠오르고 있다. 올 들어 가장 주목받고 있는 차세대 지휘자는 단연 핀란드 출신 마켈라다. 올초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프랑스 파리 오케스트라가 그를 차기 상임지휘자로 선임했다. 객원 지휘자로 기용한 후 좋은 반응을 얻자 아예 악단을 맡긴 것이다.

전문가들은 마켈라의 작품 해석 능력과 지휘 실력을 높게 평가했다. 황진규 음악평론가는 “독일 프랑크푸트르 방송 교향악단과 연주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레닌그란드’에서 투박한 러시아식 해석보다 세련되고 입체적인 선율을 들려줬다”며 “지휘자로서 악단을 장악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최은규 음악평론가는 “지난 8월 오슬로 필하모니와 함께한 말러 교향곡 1번에서 그의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었다”며 “젊은 나이지만 작품을 깊이 해석하는 통찰력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올해 영국 비평가협회 ‘젊은 작곡가상’을 받은 작곡가 신동훈은 “진은숙 선생님이 지난달 초연을 보고선 ‘참 재능이 넘치는 아이’라고 했다”며 “작곡가로서 곡을 맡기고 싶은 지휘자”라고 말했다.

거장 지휘자 안드리스 넬슨스, 이브 아벨 등이 거쳐간 북서독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올해 상임 지휘자로 낙점한 조너선 헤이워드(28)도 일찌감치 유망주로 주목받아 왔다. 2015년 브장송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두각을 나타낸 헤이워드는 201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필하모닉의 부지휘자로 임명됐다. LA필을 이끄는 구스타보 두다멜의 눈에 들어 3년 동안 그의 밑에서 다양한 무대에 서며 실력을 키웠다.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LSO)도 최근 객원 지휘자로 그를 기용했다. 지난달 30일 LSO와 함께 스트라빈스키의 ‘풀치넬라 모음곡’과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를 연주해 호평받았다.

유럽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여성 지휘자 최현(29)도 떠오르는 신예 중 한 명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10세 때 미국으로 이민간 그는 스위스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의 부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 세계 최초로 열린 여성 지휘자 콩쿠르 ‘라 마에스트라’에서 최종 6인에 뽑혔다. 처음 열리는 여성 지휘자 콩쿠르인 만큼 51개국에서 220여 명이 참가한 대회였다. 톤할레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는 거장 파보 예르비를 사사하고 있는 최현은 “예르비는 늘 ‘젊은 시절 개성을 가꿔야 한다’고 조언한다”며 “거장들이 닦아 놓은 길을 걷지 말고 연주되지 않은 새 레퍼토리를 발굴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로 임명된 홍콩 출신 윌슨 응(31)과 노부스 콰르텟에서 비올라를 맡았던 이승원(31)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7월 독일에서 열린 ‘말러 지휘콩쿠르’에서 3위를 차지하며 실력을 입증한 윌슨 응은 지난 18일 열린 서울시향 정기연주회에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번을 지휘해 호평받았다. 황 평론가는 “쇼스타코비치 곡 연주는 명연”이라고 했고, 최 평론가는 “활력 넘치는 박자 감각이 돋보였다”고 호평했다.

이승원은 2017년 노부스 콰르텟 활동을 마친 후 본격적으로 지휘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8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BMI 국제 지휘콩쿠르와 지난해 대만 국제지휘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비올리스트가 아니라 지휘자로 주목받았다. 류태형 음악평론가는 “오랜 콰르텟 활동으로 쌓은 내공을 바탕으로 한 지휘 실력이 탄탄하다”고 평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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