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욱의 호모 마시자쿠스]코로나가 띄운 미니어처 술병·와인 신드롬

입력 2020-10-29 17:22   수정 2020-11-02 16:09

술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와 사회의 문화를 투영한다. 16세기 독일에선 밀과 호밀의 부족 현상 때문에 보리로 맥주를 만들라는 맥주순수령이 내려졌다. 한국의 산업화 시대엔 술 빚을 곡식이 없어 수입 밀가루로만 막걸리를 빚기도 했다. 지금 술 시장은 어떤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을까.

2020년은 ‘회식이 사라진 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거리의 주류 소비가 사라졌다. 대신 ‘홈술’ ‘혼술’이 압도적으로 늘면서 소매점 매출은 쑥쑥 올랐다. 편의점 와인 매출은 7~9월을 거치며 150% 안팎 늘었다. 홈술, 혼술은 라이프 스타일을 바꿔놨다. 홈바, 홈아트, 홈인테리어까지 ‘홈코노미’로 이어지고 있다.

홈술의 확산으로 요즘 편의점에서는 주류가 효자 품목이 됐다. 술이 팔리면 안주도 추가 매출이 발생한다. 비대면 소비도 확산하고 있다. GS25 등 편의점은 주류 스마트 오더를 도입했다. 원하는 술을 모바일로 주문한 뒤 집 근처 편의점에서 찾는 방식이다.

비대면 소비의 혜택을 받고 있는 주류는 전통주다. 현재 100% 비대면 구입이 가능한 술은 전통주뿐이다. 배상면주가의 홈술닷컴, 롯데칠성의 칠성몰은 물론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도 막걸리를 포함한 전통주를 살 수 있다.

술병은 점점 작아지고 있다. 1인당 술 소비량은 최저점을 찍을 전망이다. 과음이 줄어든 대신 다양한 술의 적은 양을 맛보는 시장이 커지고 있다. 미니어처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이유다. 숙취해소제 시장은 성장세가 꺾였다.

와인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주류 시장에서 왕좌에 올랐다. 이마트가 판매한 4900원짜리 칠레 와인 도스코파스는 200만 병 이상 팔렸다. 막걸리, 맥주, 소주 등의 소비층을 와인으로 유도하는 데 성공한 결과다. 고급 와인 매출도 늘고 있다. 해외여행 등에 몰렸던 구매력이 홈술, 혼술용 와인 소비로 대체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권도 달라졌다. 대형 상권, 쇼핑몰 등이 성공의 절대적인 요소였다면, 이제는 동네 상권이 핵심이 되고 있다. 해외여행이 국내 여행으로, 거대 상권은 동네 상권으로, 외식보다는 집밥이, 회식보다는 홈술이 주목받는 패턴은 올해 내내 계속되고 있다.

기존 권위가 무너지고 가깝고 작은 것들에 더 주목하는 시대. 코로나19 바꾸는 술 시장, 앞으로 ‘호모 마시자쿠스’를 통해 다양한 술 이야기와 술 문화를 나누고자 한다.

명 욱 < 주류문화칼럼니스트 >

술을 통해 세상의 변화를 바라보는 주류 전문가. 10여년 전 막걸리 400종류를 마셔보고 포털 사이트 지식백과에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 과정 주임교수 및 세종사이버대학교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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