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호의 글로벌 Edge] '혁신의 젊은 총수'에 거는 기대

입력 2020-10-29 18:02   수정 2020-10-30 00:11

구글이 벌써 ‘중년의 위기’에 직면했다는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최근 기사가 눈길을 끈다. 창업 21년이 된 구글이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벌써 노화 징후가 여기저기서 나타난다는 게 기사의 요지다. 환경 변화에 기민하고 혁신적 아이디어와 제품을 내놓던 구글의 기업 문화는 시들고 조직이 비대해져 군살만 늘고 있는 중장년의 모습만 남아 있다.

조직의 살 빼기에 성공해 기업 활력을 되찾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을 벤치마킹하려 하지만 잘 먹히지도 않는다. 이 잡지는 구글이 이 위기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이 소중한지 파악하고 그 꿈을 좇아가는 것 말고는 없다고 역설한다. 기업의 혁신성이 결국 노화를 결정짓는 열쇠라는 뜻이다.
역동성 떨어지면 기업 노화돼
기업 노화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나라는 단연 일본이다. 일본은 최고경영자(CEO)들의 나이가 세계에서 가장 많다. 도쿄상공리서치가 올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 CEO들은 70대 이상이 32%를 차지하고 있다. 60대를 포함하면 절반이 넘는다. CEO들의 평균연령도 62세나 된다.

이들 노인 CEO 기업은 실적이 부진하다는 점이 더욱 문제다. 기업 이익이 30대 이하가 CEO인 곳에서 가장 많고 연령이 증가하면서 수익이 떨어져 70대에선 40%만이 수익을 낸다. 연속 적자를 내는 기업도 70대 이상에서 가장 많다고 이 자료는 설명한다. 대출로 연명하는 좀비기업 비중도 높다. 일본 기업들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기업의 역동성과 혁신성은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다. 코로나 이후 경제 패러다임이 크게 변화할 시기에 신진대사가 활발한 기업일수록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연령이 젊으면 젊을수록 급격한 변화를 통한 위험을 감수하고 성과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는 건 보편적인 사실이다. 더구나 향후 10년 동안 모든 기업의 성패는 디지털 전환 속도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올 만큼 디지털 변화도 거세다. 기업 문화에서도 보다 수평적인 문화가 요구되고 있다.
코로나후 '파괴적 혁신' 가능
정작 이런 점에서 한국은 희망적이다. 지금 삼성 현대차 SK LG 등 국내 4대 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총수들의 평균연령은 51세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이들 기업 총수의 평균연령은 64세였다. 창업자들이 활약하던 시기를 빼곤 총수들의 연령이 이처럼 낮은 시기를 찾기 힘들다. 이들은 서로 경쟁하면서 때론 협업도 서슴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인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최근 삼성과 LG, SK 총수들을 잇달아 만나기도 했다.

이들은 긴 시간에 걸쳐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았다. 외국어에도 능숙하고 디지털에도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시에 이들은 선대로부터 내려온 기업 문화를 수용하면서도 단절적 혁신을 일궈내도록 체질 변화를 해내야 하는 위치에 서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드먼드 펠프스 교수는 《다이내미즘》이란 저서에서 기업의 역동성은 조직 밑바닥에서 혁신을 일구려는 창조적 개인들에 의해 결정된다고 역설한다. 이런 개인들은 조직의 신뢰가 있을 때 움직인다. 이런 신뢰를 만들고 혁신을 창출해가는 게 이들의 과제다. 창업 3~4세대가 아니라 ‘혁신의 3~4세대’라고 불려야 하는 이유다.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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