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주목 받는 '삼성 키즈'

입력 2020-10-29 17:19   수정 2020-10-30 00:12

“인성이 지력을 앞선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1957년 첫 신입사원 공개채용 때 강조한 말이다. 면접 시험을 직접 챙긴 그는 될성부른 인재를 꼼꼼히 선발한 뒤 전폭적인 지원과 믿음을 보냈다.

후임인 이건희 회장 역시 “인재 제일”을 외쳤다. 서울사대부고 재학 때 친구들이 과묵한 그에게 “무슨 생각을 그리 하느냐”고 물으면 “사람공부를 제일 많이 한다”고 했던 그는 회장 취임 후 “삼성 입사 기준은 학력이 아니고 실력”이라며 공채 시험에 학력 제한을 없앴다.

인터넷 태동기인 1985년에 그가 설립한 삼성SDS(옛 삼성데이타시스템)는 ‘괴짜들의 실험실’로 불렸다. 이곳에서 한국 정보기술(IT) 업계의 주역들이 대거 배출되면서 ‘IT 사관학교’ ‘벤처 사관학교’라는 별명도 생겼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1992년 삼성SDS 입사 동기다. 이해진 GIO는 검색엔진팀과 함께 통합 검색엔진을 개발하다가 1997년 삼성그룹 최초의 사내 벤처 ‘네이버’를 출범시켰고, 1999년 주식회사로 독립했다.

김범수 의장은 1996년 삼성SDS에서 PC통신 ‘유니텔’을 개발해 3년 만에 가입자 100만 명을 모았다. 이후 온라인 게임 포털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을 설립하며 IT업계 주축이 됐다. 최근 공모주 시장을 달군 카카오게임즈의 남궁훈 대표도 삼성SDS 상사였던 김 의장과 함께 한게임을 창업했다.

고순동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 장화진 마이크로소프트 APAC 전략 사장, 이상혁 옐로모바일 대표 또한 삼성SDS 출신이다. 이들은 ‘엑스구글러’(구글 출신 창업자)처럼 삼성SDS 출신의 창업자 모임인 ‘에스디에스포유닷컴’을 결성하기도 했다. 삼성의 지원 덕분에 독립한 기업은 날로 늘고 있다.

꿈나무를 위한 ‘떡잎 키우기’도 결실을 맺고 있다. 형편이 넉넉지 못한 중학생들의 방과 후 학습을 지원하는 ‘삼성드림클래스’에는 지금까지 10만5000여 명이 참여했다. 모두가 ‘삼성 키즈’다.

이 회장은 에세이집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 “기업인은 사회에 대해 ‘눈에 보이지 않는 책임’이 훨씬 크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면서 사회공헌에 적극 나서라”고 했다. 그제 마지막 운구 길에 바쳐진 국화꽃 3000송이에도 “인재의 꽃을 피우라”는 그의 유훈이 스며 있는 듯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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