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사이비과학과 '진짜 과학'의 경계선은…

입력 2020-10-29 18:10   수정 2020-10-30 03:04


우주의 탄생과 진화, 생명의 신비를 흥미롭게 풀어낸 세계적 베스트셀러 《코스모스》로 잘 알려진 미국 천문과학자 칼 세이건(1934~1996년)의 에세이집 《브로카의 뇌》가 국내에서 첫 완역 출판됐다. 1979년 원서 출간 후 41년 만이다.

이 책은 1974~1979년 저자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피직스 투데이’ 같은 과학 잡지부터 플레이보이, 애틀랜틱 먼슬리 등 대중 잡지까지 여러 매체에 발표한 에세이를 모은 것이다. 과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 사이비 과학,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반 사이 미국 천문학의 역사, 태양계 행성 탐사와 인공지능 로봇의 전망에 대한 논평, 종교에 대한 성찰 등을 주제로 다룬 에세이다.

저자는 이른바 ‘역설가(paradoxer)’라고 불리는 유사 과학자들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그는 “역설가들의 주장과 아이디어를 좀 더 자세히 조사하고 그들의 신조를 다른 신념 체계들, 즉 과학, 종교와 비교하고 대조해 보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러시아 출신 의학박사 임마누엘 벨리콥스키를 예로 든다. 벨리콥스키는 1950년 고대사를 재해석한 책 《충돌하는 세계》로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목성에서 방출된 금성이 혜성처럼 궤도를 돌며 지구와 주기적으로 근접하면서 구약성서의 ‘출애굽기’와 ‘이사야’에서 볼 수 있는 기적 같은 사건을 일으켰다”는 게 벨리콥스키의 주장이다. 저자는 행성 궤도에 대해선 열역학 계산 한 줄로 사실이 아님을 증명한다. “지구를 스쳐 지나가던 금성 대기에서 떨어진 유기물질이 광야를 방랑하던 유대 민족을 구원해준 만나가 됐다”는 벨리콥스키의 말엔 “혜성 대기의 유기물질은 대개 청산가리 성분이었다는 관측 결과가 있다”고 반박한다.

저자는 “유사과학에 대한 최상의 해결책이 과학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이 유사 과학자들의 주장을 무조건 멸시하고 멀리하는 게 좋은 태도는 아니라고 말한다. “자유로운 탐구와 격렬한 논쟁을 에너지원으로 삼는 자기 수정적인 과학 탐구의 정신에 역행하는 행동을 과학자들 스스로 하는 바람에 오히려 유사과학의 세력을 키웠다”고 지적한다.

SF(공상과학소설)에 대해선 과학에 접근할 수 있는 ‘열린 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극찬한다. 저자는 “SF의 가장 큰 가치는 미래에 대한 실험이고 대안적인 운명을 탐구하는 장이며 미래의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시도”라고 평한다. “이것이 SF가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렇게 폭넓게 관심을 끄는 이유 중 하나”라며 “미래를 살아갈 사람들이 그들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SF 중 일부의 수준이 최상이 아니라는 사실은 상관이 없다”고도 말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태양계 탐구에 깊이 관여하는 많은 과학자가 SF 때문에 처음 그 길로 들어갔다. 10세 소년은 과학 문헌을 읽지 않는다.”

저자의 소설 《콘택트》의 주제였던 외계 지성체 탐사에 대해서는 “우리 자신에 대한 탐구”라고 말한다. 그는 “만약 지적 생명체가 다른 곳에 드물게 존재하거나 없다면, 우리는 46억 년 동안의 길고 복잡한 진화 역사에서 공들여 얻어낸, 우리 문화와 생물학적 유산의 희귀성과 가치에 대해 의미 있는 무언가를 배울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 “우리 능력 범위 안에서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비용으로 인류의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다른 사업을 생각해내기란 어렵다”고 덧붙인다.

41년의 시간 차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마치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다. 유사과학을 경계하고 진정한 과학을 대중에게 알려야 한다는 그의 투철하고도 균형 잡힌, 여유로운 태도가 빛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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