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이냐 '길들이기'냐…검사들 "정치가 검찰 덮었다" 분노

입력 2020-10-30 18:35   수정 2020-10-30 18:45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연이은 수사지휘권 발동과 감찰 지시에 검찰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한 지검장의 말처럼 "정치가 검찰을 덮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방 고검·지검 순회를 8개월만에 재개하며 '검찰 챙기기'에 나섰고, 반면 추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본인을 비판한 한 검사를 공개 저격하며 "(검찰) 개혁만이 답"이라고 반응했다. 법조계 안팎에선 "'추미애 라인'과 '윤석열 사단'으로 나뉘어졌던 검찰이 하나로 뭉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선 검사들 "정치가 검찰 덮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사법연수원 36기)가 전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는 이날까지 150개가 넘는 지지 댓글이 달렸다. 최 검사는 "장관님이 생각하는 검찰 개혁은 어떤 것이냐"며 "'현재와 같이 의도를 가지고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리는 상황은 우리 사법역사에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28일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39기)도 이프로스에 '검찰개혁은 실패했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추 장관을 향해 "목적과 속내를 감추지 않은 채 인사권·지휘권·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추 장관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SNS에 이 검사와 관련된 기사 링크를 게시하며 "커밍아웃해주면 개혁만이 답"이라고 응수하자, 최 검사가 다시 글을 올린 것이다. 최 검사는 "저 역시 커밍아웃하겠다"고 썼다.

최 검사에 대한 지지 댓글에서 한 검사는 "모든 정치적 개입을 '검찰개혁'이란 단어로 억지 포장하는 건 몹시 부당하다"고 했다. 또다른 검사는 "정치가 검찰을 덮는 상황을 그대로 말 못하는 어리석은 신하보다 정무감각이 전혀 없는 어린아이가 되고 싶다"고 적었다. "커밍아웃이란 단어는 누군가의 주장과 의견을 폄하하기 위한 의도로 사용돼선 안 된다. 본래 의미를 되새기며 저도 커밍아웃한다"고 말한 검사도 있었다.
尹 '집안 식구' 챙기자 … 秋, 측근 수사에 속도
윤 총장이 최근 지방 검찰청 순회를 재개하면서 검찰 내부에서 "뭉쳐야 산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추 장관이 취임 이후 10개월 동안 수사지휘권을 두 차례 행사했고, 최근 윤 총장에 대해 감찰 지시를 수 차례 내린 것을 두고 '검찰의 독립권이 훼손됐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윤 총장은 적절한 '타이밍'에 검찰의 결속 다지기에 나섰다는 시각이다.

윤 총장은 지난 29일 대전고등검찰청과 대전지방검찰청을 방문해 내년부터 시행되는 검찰개혁 관련 사항을 주제로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 2월 부산고·지검과 광주고·지검에 이어 세 번째 지방 검찰청 방문으로,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중단한 지 8개월 만이다.

윤 총장이 '집안 식구' 챙기기에 나서자 추 장관은 윤 총장을 겨냥한 수사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3부(부장검사 서정민)는 29일 윤 총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윤대진 검사장의 친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당시 근무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추 장관이 윤 전 서장 연루 사건 수사에서 윤 총장은 결과만 보고 받으라는 취지러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지 열흘 만이다.

앞서 19일 추 장관은 '라임 사태' 관련 검사 로비 의혹 및 윤 총장 본인과 가족, 측근 관련 사건 등에 대해 윤 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는 수사지휘를 내렸다. 장관은 "본인 및 가족과 측근이 연루된 사건들은 검사윤리강령 및 검찰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라 회피해야 할 사건이므로 수사팀에게 철저하고 독립적인 수사 진행을 일임하는 게 마땅하다"고 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힘겨루기가 계속되는 양상이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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