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빌려쓰고, 보조금 받고…2000만원 '반값 전기차' 나온다

입력 2020-10-30 17:27   수정 2020-10-31 00:45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주력 모델인 ‘모델3’의 가격은 5500만~7500만원에 이른다. 크기가 비슷한 준중형 세단이 1500만~250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선뜻 구매하기 어려운 가격이다. 그럼에도 이 모델을 찾는 이가 상당하다. 국내에선 올 상반기 6841대가 팔렸다. 전체 전기차 판매량 중 약 40%에 해당한다.

테슬라 약진의 일등공신이 정부라는 지적도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하는 보조금(1300만원 수준) 때문에 가격이 크게 떨어져서다. 실제 구매가는 4000만원대까지 내려온다. 내년부터는 테슬라 모델3를 구매할 때 보조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일정 가격이 넘는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쪽으로 정책 기조를 바꿨기 때문이다.
세금으로 고가 수입차 구입 지원 논란
정부가 30일 발표한 ‘미래자동차 확산 및 시장선점전략’에서 내년부터 일정 가격이 넘는 전기승용차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것은 테슬라 같은 고가 수입 전기차에 과도한 혜택을 주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테슬라 모델S의 가격은 1억~1억3000만원 수준인데, 여기에 1300만원가량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설명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EQC와 아우디의 e트론 등도 가격이 1억원 수준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보조금이 부유층의 고가 전기차 구매 지원에 쓰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전기승용차 보조금 총 2093억원(국비+지방비) 중 테슬라가 받은 보조금은 약 900억원으로 추정된다.


해외 주요국은 이미 일정 가격이 넘는 전기승용차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상한제를 운용하고 있다. 국가별 상한 가격을 보면 △중국 30만위안 △영국 5만파운드 △프랑스 6만유로 △독일 6만5000유로 등이다. 원화로 치면 5000만~8000만원 수준이다.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가격 상한액은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6000만~7000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테슬라 모델S는 물론 모델3 일부 모델도 보조금을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특정 업체 또는 특정 모델을 겨냥해 보조금 지급 기준을 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효율적으로 보조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차가 내년에 처음 선보이는 차세대 전기차는 보조금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의 첫 차세대 전기차 ‘아이오닉5’는 5000만원 수준에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보조금 체계라면 3700만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는 셈이다.

테슬라가 모델3의 가격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익 감소를 무릅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배터리 임대로 전기차 가격 더 낮춘다
전기차 가격은 내년 이후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부품 개발을 지원해 전기차의 단가를 낮출 계획이다. 2025년까지 전기차 가격을 지금보다 1000만원가량 인하하겠다는 구상이다. 당장 다음달부터는 ‘배터리리스 시범사업’으로 전기차 초기 가격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배터리를 빌려 쓰고 반납하는 방식으로, 차량 가격의 30~40%를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 부담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정부 보조금까지 더하면 전기차 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택시, 트럭 등 전기상용차 지원도 확대한다. 전기택시 보조금은 전기승용차보다 200만원 더 지급한다. 전기트럭 지원(국고 1600만원) 대수는 국내 연간 생산 가능량인 2만5000대까지 확대한다. 수소트럭 보조금(국가 2억원, 지방 2억원)은 신설한다. 이를 통해 2025년 전기차 113만 대, 수소차 20만 대 국내 보급을 이뤄내겠다는 것이 정부 목표다.

한편 현대차와 기아차는 전용 플랫폼(e-GMP)을 활용한 차세대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전기차는 내부 공간이 넓고, 주행성능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가격 대비 성능이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기아차는 이날 울산공장에서 e-GMP의 외관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김일규/구은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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