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저격한 中 '관영' 환구시보 실체 알고 보니 [조아라의 소프트차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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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0-31 07:00   수정 2020-10-31 10:56

BTS 저격한 中 '관영' 환구시보 실체 알고 보니 [조아라의 소프트차이나]

"BTS(방탄소년단)는 중국 군인을 존중하지 않고 모욕했다."
지난 12일 중국 언론 '환구시보'가 이같은 내용을 보도한 뒤 최근 한중 양국 사이에서는 BTS의 '6·25전쟁 관련 발언'이 뜨겁게 관심을 받았습니다. 환구시보의 기사를 읽은 중국 누리꾼들이 BTS를 향해 비난을 쏟아부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즉각 "역사를 거울로 삼아 미래로 나아가자"는 입장을 내면서 한중 BTS 팬들 간의 갈등이 소강되는 듯 했습니다. 이후 환구시보 공식 사이트에서는 BTS 관련 중국 누리꾼들의 분노를 보도했던 기사가 삭제됐고 웨이보 등에서도 자극적인 반응들이 크게 줄었습니다.

그러나 환구시보는 또 다시 도발합니다. 지난 14일 환구시보는 "우리는 중국팬이 필요 없다" 한국 누리꾼들의 반응을 제목으로 삼아 다시 한 번 양국 갈등을 증폭시켰습니다. 이어 15일에는 BTS의 6·25전쟁 관련 발언 이후 양국 팬들 간 갈등의 원인을 한국 언론의 선정적 보도에 있다며 '오리발'을 내밀기도 했습니다.

BTS 수상 소감 꼬집어 논란 키운 中 '관영' 환구시보
일단 환구시보가 설정한 '중국 무시' 프레임은 중국 내에서 제법 약발이 먹힌 모양입니다. 중국 누리꾼들의 비난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휠라 등이 방탄소년단 관련 광고를 부랴부랴 내리고, 중국 유명 택배사들이 BTS 굿즈 배송을 중단한다고 알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외적인 여론은 정반대입니다. 뉴욕타임스(NYT), 블룸버그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일제히 중국의 과도한 '애국주의'를 지적했습니다. 중국에서 외국 기업들이 중국의 애국심까지 살펴야 하는 사례라고 꼬집었습니다.

중국 당국의 자본과 검열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관영'이라는 환구시보는 왜 이렇게 제멋대로 도발을 할 수 있는 것일까요?

"김치 먹어 멍청해졌냐" "한국은 개구리밥" 막말 사설 논란
중국 언론의 자유도는 전 세계적으로 낮은 편에 속합니다. 공산당의 선전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공산당의 강력한 통제도 이뤄집니다. 당의 대변자 역할을 하면서 당국의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고 여론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공산당 입장에선 언론의 역할이 막중합니다. 이 때문에 각종 정책의 부정적 측면보다 긍정적인 부분만 부각하는 보도가 많습니다. 기사 배열도 참 재미 없습니다.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기사보다는 딱딱한 정부 정책 위주로 배치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관영' 환구시보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당의 검열을 받았다고 보기 어려운 욕설에 가까운 사설을 싣는 등 자유롭게 기사를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2017년 환구시보는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막말 사설을 써 우리 정부의 항의를 받은 바 있습니다. 당시 환구시보는 "김치만 먹어서 멍청해진 것이냐", "한국은 북핵 위기와 강대국 간 사이에 놓인 개구리밥이 될 것", "한국인은 수많은 사찰과 교회에서 평안을 위한 기도나 하라" 등 욕설에 가까운 사설을 올렸습니다.

또 환구시보 편집장인 후시진은 지난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자 "국민이 그렇게 많이 (코로나로) 죽었는데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잠이 오냐"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실상은 '민영 상업지'…총편집인, 극렬한 민족주의 성향
이렇게 환구시보가 마음대로 도발할 수 있는 이유는 사실 이 매체가 '민영 상업지'이기 때문입니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 매체가 관영 언론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합니다. 중국 당국으로부터 돈을 한 푼도 받지 않고, 자체 인사권을 갖고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광고 수익에 의존해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콘텐츠 역시 '자극적'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환구시보는 관영 인민일보사의 국제신문 성격으로 1993년 1월 창간돼 하루 200만부가 발행되는 신문입니다. 1980년대 개혁개방 이후 해외 특파원이 많아지면서 외신 뉴스가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정작 관영 인민일보에는 할애된 지면이 많지 않고 기자들의 처우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 뉴스를 주로 다루는 환구시보를 만들었습니다.

태생부터 상업적 성격이 뚜렷했던 것이죠. 창간 초기부터 환구시보를 이끌어온 인물은 후시진(胡錫進·60)입니다. 인민일보 기자 출신인 그는 거칠고 공격적인 논조로 악명이 높습니다. 성향 자체가 극렬한 민족주의, 국수주의 성향으로, 타국과의 갈등을 조정하고 가라앉히는 것보다는 확대하기 일쑤입니다.

우수근 콘코디아 국제대학교 대외교류 부총장은 "환구시보는 스스로 수익을 내서 운영하는 민영 상업지"라며 "관영 언론인 신화통신은 공익광고가 크게 실리는 반면, 환구시보는 '사주 봐준다' 등 각종 상업 광고가 실리고 검증되지 않은 사설 정보도 게재되는 등 신문 성격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또 "중국 블루칼라들을 대상으로 흥미를 끌만한 기사들을 싣기도 하는데 기사 자체가 상당히 자극적이어서 중국 교수들 조차 학생들에게 읽지 말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습니다.

기사 프레임이 중국의 저학력 노동자를 대상으로 삼아 서방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설정되기 때문에 똑같은 사건이라도 자극적인 언어를 쓰고, 극단적 언어로 민족주의적 정서를 자극한다는 지적입니다. 일부 중국 지식인들은 이 신문을 두고 "국격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우 교수는 "사실 중국 입장에선 아쉬울 것이 없다"며 "국제 정세에 대해서 해외 반응을 얌전히 지켜보면서 여론이 좋지 않게 나오면 '관영지가 아니다'는 입장을 보이면 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에서 갖고 있는 위상보다 훨씬 더 강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환구시보의 이 같은 이면의 배경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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