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2시간 넘게 근무…역학조사관 20명 중 16명이 '번아웃'

입력 2020-11-26 15:47   수정 2020-11-27 00:38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겨울철 대확산에 접어들면서 국내 방역 시스템에 다시 한번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확산 차단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역학조사관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장시간 근무에 시달리느라 정신적 탈진 증상인 ‘번아웃’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경기도 역학조사관 20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 연구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유 교수는 “조사관들의 번아웃 수준을 조사했더니 상당한 수준의 정서적 고갈과 냉소 상태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조사관들의 번아웃 측정 결과 정서적 고갈 평균값은 4.31점(기준점 3.2점)으로 20명 중 80%인 16명이 기준 이상의 정서적 고갈 상태를 보였다.

조사관들은 조사 대상의 동선 파악을 위해 폐쇄회로TV(CCTV)와 신용카드 이용 내역을 살펴보며 확진자를 취조하듯 압박해야 하는 상황을 힘들어했다. 또한 조사 과정에서 대상자들이 동선을 감추고 허위 진술을 하는 경우가 되풀이되자 인간에 대한 신뢰 자체가 떨어지는 경험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학조사가 정치적으로 편향되거나 검사 결과가 조작됐다는 허위 주장에도 상처를 입었다.

연구에 참여한 조사관 중에선 한 달에 100시간 넘게 일하거나 하루에 12시간 이상 근무한 경우, 오전 4~5시에 귀가해 오전 7시에 출근하는 등 초과 근무가 잦았다. 24시간 긴장 상태로 일하는 조사관 중에선 꿈속에서도 역학조사를 하거나 운전 중에도 업무 생각으로 인해 교통사고가 난 경우도 있었다.

이 같은 여건 속에서 처우마저도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관들은 방역폰을 지급받지 못해 개인 휴대폰으로 일을 하면서 개인정보가 역으로 공개되는 고충을 겪었다. 현장조사에 개인 차량을 이용하면서 주차비나 유류비를 지원받지 못하는 것도 사기를 꺾는 사례 중 하나였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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