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M&A로 ''끌고'' 연구개발로 ''밀고''

입력 2010-03-31 10:48  


아무리 쟁쟁한 대기업이라 한들, 경험이 없는 ''초짜'' 분야에 뛰어드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앞다퉈 신사업 진출에 나서고 있는 기업들은 M&A(인수·합병)와 R&D(연구·개발)로 승부를 걸고 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떠오르고 있는 헬스케어, 지구 온난화 대책으로 부각되고 있는 탄소배출권 등 분야도 다양하다.

M&A와 R&D를 통해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효과를 노린 동분야 사업이나 시대적 변화에 맞춘 혁신분야까지 과감하게 진출하고 있다.

기업들의 영역 확장, 업종 간 벽이 허물어지는 ''컨버전스''는 경기 회복과 더불어 차세대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동력이 될 전망이다.

정부 역시 기업들의 컨버전스 활성화를 위해 산업융합촉진법 제정을 추진할 예정이어서 기업들의 움직임은 더욱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 뻗어나가는 줄기, 기업의 ''토탈화''

SK케미칼은 제약업체다.

항암제, 위염 치료제를 비롯한 신약과 백신 개발에 전념하던 SK케미칼이 ''토탈 헬스케어''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 선택한 길은 M&A.

그동안 동신제약, 유비케어 인수로 몸집을 키웠는데, 이번에는 오스템임플란트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 연예인들의 가지런한 치아의 비결로 밝혀지면서 주목받게 된 임플란트는 최근 중국과 대만 등 해외에서도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인구 고령화로 ''오래오래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면서 신기술인 임플란트에 대한 수요도 날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SK케미칼이 오스템임플란트에 러브콜을 보낸 것은 ''미래산업''에 대한 투자라고도 할 수 있다.

SK케미칼은 3월 중순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한 실사를 마치고 이르면 4월 초 인수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LG생활건강의 사업부문은 크게 화장품과 음료, 생활용품으로 나뉜다.

코카콜라음료를 인수해 흑자기업으로 변신시키더니, 이번에는 저가화장품으로 인기몰이를 했던 더페이스샵을 인수했다.

후, 오휘 등 고가 화장품에 주력하며 백화점에 입점해온 LG생활건강에게 더페이스샵은 더없이 매력적인 인수 대상이었다.

지하철역과 쇼핑몰 등 전국 곳곳에 700여개의 매장을 보유한, 그것도 ''저가''의 경쟁력과 브랜드 파워까지 겸비한, 작지만 가득찬 꿀단지와 같았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고가화장품과 저가 화장품은 상권이나 마케팅이 다르다며 기대만큼의 시너지가 날지는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4천200억원에 달하는 인수대금도 “너무 많이 썼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LG생활건강은 3대 주요사업의 한 축인 화장품 부문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수를 주저하지 않았다고 했다.

심지어 2년정도 지나면 더페이스샵의 수익 구조가 안정될 것이라며 그 때가 되면 또 다른 M&A 매물을 찾아 나서겠다고도 한다.


◇ "처음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전공과 전혀 다른 사업을 ''부전공'' 하기 위해 합작이나 지분 출자를 선택하는 기업도 있다.

우리나라 휴대전화 통신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SK텔레콤은 통신에서 금융으로 눈을 돌렸다.

하나금융지주와 합작을 통해 출범한 ''하나SK카드''.

SK텔레콤은 신주인수방식으로 하나카드의 지분 49%(5764만주)를 4천억원에 매입했다.

하나카드 지분 인수를 추진한지 7개월 만이었다.

사실 SK그룹은 SK증권을 비롯해 보험, 카드까지 금융업에 꽤 많은 욕심을 가지고 있었다.

모바일카드 사업에 뛰어든 것은 날로 성장하고 있는 모바일 결제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개별 카드사나 금융사가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곤 있지만, SK의 고객기반과 수년에 걸쳐 쌓아온 계열사간 할인 마케팅 노하우를 활용하면 SK텔레콤 고객의 대부분을 하나SK카드 고객으로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SK텔레콤과 하나금융은 모바일결제시장 성장에 따른 선순환 구조 정착을 기대하고 있다.

통신사는 모바일 결제 단말기를 보급하고 카드사는 결제수단을 공급한다.

그 동안은 모바일 결제 가맹점 뿐 아니라 모바일 결제가 가능한 신용카드 상품도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런데 하나SK카드가 모바일 결제 신용카드를 주력상품으로 출시하자 다른 금융회사들도 시장을 뺏길세라 유사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하나SK카드는 다른 금융사들이 경쟁적으로 유사상품을 출시하면 모바일 결제 시장이 커지고, 단말기 보급도 확대되는, 바로 그 선순환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합작사 창립 첫해 흑자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 끊임없이 연구하면 길이 보일지니

수억원의 자금을 들여 경쟁력 있는 회사를 인수하는 것도 좋지만 자체적인 노력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기업들도 있다.

M&A에 돈을 쏟고 업계간 눈치보기로 시간을 보내는 대신, 하고 또 하고, 끝없는 연구로 승부수를 던진다.

이건희 회장의 복귀로 신사업 진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이는 삼성그룹은 바이오를 기반으로 헬스케어 사업을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는 바이오헬스를 미래 신수종사업으로 선정한 이후 석·박사, 전문가 할 것 없이 적극적으로 연구 전문인력을 영입했다.

아직 구체적인 윤곽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전자 기술을 활용한 의료진단 기기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탄탄한 전문인력을 바탕으로 한 R&D를 통해 차근차근 미래 신성장동력을 마련해 간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모델 개발을 위한 기반기술 연구에 ''올인''했다.

현대모비스와 LG화학은 친환경차 배터리 합작법인 ''HL 그린파워''를 출범했다.

친환경 자동차용 배터리팩 생산을 맡게 되는데, 첫 배터리팩은 현대차가 올해 말 출시할 예정인 쏘나타 하이브리드에 탑재할 계획이다.

우선 경기도 의왕에 있는 현대모비스 하이브리드 부품공장 내에 추가 부지를 마련해 연산 20만대 규모의 생산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2014년까지 투입하는 돈만 460억원이다.

현대차는 이 뿐 아니라 차체를 조금 더 가볍게 만들어 연료를 줄일 수 있도록 차량 경량화를 위한 연구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유럽 화학기업 바스프와 손 잡고 공동 투자를 통해 모델(i-flow)을 개발, 제네바 모터쇼에 선보인 바 있다.

업계를 뜨겁게 달굴 M&A 이슈는 없지만 ''조용하면서도 과감하게'' R&D 투자를 확대, 소재부터 부품, 완제품까지 친환경 모델에 필요한 전공정을 구축하고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 신사업 진출은 ''그들만의'' 이야기?

인수·합병과 연구·개발 확대를 통해 업종 간 융합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지만 ''하고 싶어도 못한다''는, ''대기업 만의 이야기''라는 불만도 나온다.

물론 최근에는 코스닥 중견 기업들의 컨버전스도 두드러지고 있지만 중소기업들 입장에서는 아직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산업융합촉진법, 금산분리 완화도 중소기업들에겐 멀기만 한 이야기다.

M&A에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데 경기 회복기에 섣불리 투자를 결정할 수도 없고 신사업에 진출할 경우 안정되기까지 최소 6개월은 걸린다는 것이 부담이다.

지난 2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사업전환을 완료했거나 추진 중인 25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업 전환 후 6개월 이내에 순이익이 발생했다는 기업은 20%에 불과했다.

사업 전환 후 순이익이 6개월~1년 이내에 발생한다는 기업이 전체의 43%로 집계됐지만 1년이상 2년이내가 28%, 3년이상 4년이내도 8%에 달했다.

4년을 넘는다는 답도 0.5%를 차지했다.

중소기업들은 사업 전환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자금조달을 꼽았다.

조사대상 중소기업의 55%가 원활한 사업 전환을 위해 정부가 신용대출 등 금융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M&A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자산을 확대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데도 지원대책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중소기업들은 M&A 활로 개척과 신사업 진출 활성화를 위해 기술·판로 등의 정보제공과 세제지원 확대, 컨설팅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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