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기조 정착..코스피 영향은?"

입력 2013-04-03 09:05   수정 2013-04-03 09:05

출발 증시특급 1부-머니인사이트

대한금융경제연구소 정명수 > 구로다 총재는 전임 시라카와 마사아키 총재와는 배경 자체가 다른 사람이다. 재무관 출신이고 우리나라로 치면 재무부 관료 출신이기 때문에 구로다 총재는 취임 전부터 굉장히 일본은행의 소극적인 태도에 대해 공격적인 발언을 많이 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구로다 총재를 일본은행 총재로 지명한 것도 자신이 수행하는 경제정책, 아베노믹스를 강력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최적의 인물로 보아 구로다 총재를 데려온 것이다.

정작 구로다 총재가 선임된 이후에는 주식시장도 외환시장도 기존의 추세가 약간 꺾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 주가도 아베노믹스가 본격화된 작년 11월 이후 거침 없이 상승하다가 정작 구로다 총재가 지명된 3월 중순 이후에는 고점을 찍고 내려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구로다 총재 자신이 이미 너무 많은 말을 쏟아냈다.

무슨 수를 써서든지 인플레 목표 2%를 조기에 달성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시장이 그에 대해 반응했고 그것이 정말 가능한 것인지 의문을 갖기 시작하는 시점이 됐다. 따라서 이번 통화정책 회의에서 시장의 기대를 충족할 만한 것을 내놓지 않는다면 조정의 폭은 오히려 깊어질 수 있다.

달러를 시장에 살포하는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아베노믹스에서는 엔저 정책으로 표시되고 있다. 일본은행도 양적완화를 하는 것처럼 국채를 시장에서 사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의 정책금리도 미국의 금리처럼 거의 제로 수준이고 일본의 국채 수익률도 10년 만기 국채가 0.5% 수준이니 거의 제로나 마찬가지다.

아베노믹스는 일본에서 자산매입을 하는데 조금 더 공격적으로, 매입 대상도 확대해 물가상승 목표를 동시에 제시하는 모양을 갖추고 있다. 통상 중앙은행은 물가가 어느 정도 이상 오르는 것을 방지하는 인플레이션 타깃팅을 정하는데 일본경제는 디플레이션이 너무 심하기 때문에 거꾸로 물가를 어느 선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타깃팅을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일본은행이 그런 타깃팅을 거부해 왔다. 사실상 정책적으로 그런 것을 회피해온 것인데 전임 일본은행 총재들은 다들 물가를 어느 수준까지 올리겠다는 것을 공언하기 꺼려했다. 이번에 아베 총리가 들어서면서 그것을 일본은행에 강제로 요구를 했다. 어떤 기간 내에 물가를 얼마나 올리는지 구체적으로 선언하라고 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2년 내에 2% 물가를 올리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일련의 정책 움직임들이 실제 시장에서 작용한 것은 아니고 이런 정책들이 수행된다는 말,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 등으로 엔화가 약세된 것이다. 이번에는 정말 일본에서 무엇인가 하려나 보다는 기대가 있다 보니 엔화가 급격히 약세로 갔다. 지금 그런 말과 메시지로 끌고 갔던 엔화 약세 정점의 순간에 구로다 총리가 등장해 진짜 정책을 내놓아야 하는 순간이 됐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내놓아야 하는 순서가 된 것이다.

현재 일본 당국자들의 엔저에 대한 의지는 굉장히 강하다. 그렇지만 쓸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마땅한 것이 없다. 엔저를 물리적으로 받쳐줄 수 있는 수단이 있어야 한다. 일본은행은 지금 국채를 시장에서 매입하고는 있다. 그런데 연준은 국채 외에도 주택담보부채권이나 A급 ABS도 사줬는데 일본은 국채 외에 ETF, 주택 리츠 상품도 시장에 산다고는 했지만 매우 소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또 미국의 연준이 돈을 찍어 채권을 계속 사면서 대차대조표를 부풀리는 정책을 하고 있는데 일본은행은 그런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엔저를 한다고 말을 많이 했는데 행동이 바뀌지 않으니 엔저가 최근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번 BOJ회의에서 무엇인가를 내놓으라는 시장의 압박이 진짜 있는 것이다.

일종의 퇴로를 만든다는 표현도 될 수 있다. 국제금융시장이란 국제 정치의 다른 모습일 수 있기 때문에 일본 주변의 정치적인 지형 등이 굉장히 영향을 주고 있다. 엔저 현상을 보면 달러가 강세를 나타낸다는 것으로도 해석이 되는데 사실 달러 강세는 미국 입장에서 굉장히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 일본의 이웃나라, 즉 우리나라나 중국의 경우에도 엔화가 일방적으로 약해지는 것에 대해 굉장히 불편해하고 있다.

마침 동북아 정세가 북한 문제 때문에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이 같이 손발을 맞춰야 하는 상황에 있다. 엔화 약세를 너무 밀어붙여 중국이나 우리나라, 일본 사이의 관계가 흐트러지는 것에 대해 미국이 별로 바람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미국도 정치적으로 원하지 않는 부분이 있고 일본 내부적으로도 엔저를 밀어붙이기 위한 정책적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속도 조절이 필요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기본적으로 정치인이니 이런 부분을 어제 의회에서 이야기했다. 일본은행이 인플레이션 타깃팅을 맞추지 못할 수 있으나 그런 과정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고 균형이 중요하다는 표현을 했다. 적절한 선에서 엔저에 대한 속도 조절을 하라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고 구로다 총재가 그전까지 굉장히 강한 말을 해왔기 때문에 그런 것을 중화시키는 역할도 할 것으로 본다.

엔저의 큰 파도는 한 차례 지나갔다. 정책 수단 측면에서, 정치적인 여러 환경 측면에서 엔저를 밀어붙이기에는 일본도 힘겨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이 엔저 때문에 받았던 부정적인 부분들은 어느 정도 잠복할 가능성이 있고 시장의 반응도 그렇게 나타나고 있다. NDF도 굉장히 높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원화가 달러 대비 약세로 가는 모양을 보이고 있으니 이런 부분이 단기적으로는 우리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는 것이 우리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투자 매력도가 환율이라는 요소 때문에 드러나지 않은 것일까. 환율만 좋아지면 우리 기업들을 사기 위해 외국인 투자자나 국내 기관, 개인들이 들어올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엔저가 강화될 것이라는 말이 작년 말부터 나왔지만 우리나라 수출규모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우리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IT, 자동차, 화학, 조선 등이 과연 앞으로도 계속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하고 이익을 줄 수 있는 산업이냐를 부각시키는 것에 대해 의문점이 제기될 수 있어 이런 것은 장기적으로 우리 시장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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