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살인자가 되는가] ⑤ 언제나 알고 있는 자가 있게 마련

입력 2013-08-15 09:30  

인간심리를 통해 본 파괴적 진실‥5편. 언제나 함께 알고 있는 자가 있게 마련
우리 수사관들의 감정적인 평가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검찰이 필요로 하는 것은 증거지 추측이나 단정이 아니다. 기소를 통해 용의자를 법정에 서도록 하는 것은 증거다. 수사관들은 ‘한낱’ 수집가에 불과하다. 우리가 수집한 증거를 평가하는 것은 검찰의 임무고, 검찰이 내린 결론을 평가하는 것은 재판부의 몫이다.

모든 판결의 95퍼센트는 인적 증거를 기초로 이루어진다. 사람의 감각기관보다 더 확실한 증거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목격자, 전문가, 피의자의 진술을 대신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범행 동기는 지문이나 기타 물적 증거를 통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사람들의 증언으로 판단한다. 피해자나 가해자의 몸에 보이는 것을 판정하는 것도 사람이고, 그 사람의 인지 방법에 따라 판단 결과도 달라진다. 그런데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인적 증거와 물적 증거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를 두고 아직도 논란이 일고 있다.
물적 증거는 범행 중요성의 맥락에서만 증거력을 가지는 반면, 인적 증거는 어쩔 수 없이 오류의 가능성이 높다. 인적 증거 자체가 각 목격자들의 인지 증력, 기억 능력, 재생 능력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사건이 불빛 하나 없는 곳에서 일어났는데도 차량이나 도주자의 옷 색깔을 봤다고 증언하는 사람도 적지 않게 봤다. 어둠 속에서 인간의 눈으로는 모든 고양이가 회색으로 보이는 데도 말이다.

인적 증거, 물적 증거, 기타 조사 결과에는 서로 모순이 있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서로 보완관계에 있어야 한다. 어느 한 가지가 모순된다는 것은 수가 결과가 의심스럽다는 것으로, 추가 조사와 검토가 필요하다.

내가 형사 ‘일’을 갓 시작했을 무렵 나이 지긋한 경험 많은 선배가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다. “언제나 ‘함께 알고 있는 자’가 있게 마련이야.” 그의 말이 맞았다. 범인의 99퍼센트는 누군가를 신뢰하고 모든 일을 털어놓는다. 범행 전이든 범행 후이든 말이다. 전적으로 혼자서 계획하고 행동하고 대응하는 범인은 거의 없다.
주변의 누군가 한 명은 적어도 범인의 의도를 알고 있거나 예감하고 있다. 우리는 이 ‘정신적 공범’을 찾아내야 한다. 공범에게 그만한 보상을 해주겠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물론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남편이나 아내, 형제, 또는 연인을 배신하기가 과연 말처럼 쉽겠는가? 나 같아도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 가까운 친척을 신고하지 않는다고 해도 공무방해죄를 적용해 형사처벌하지 않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실제로 다양한 이유 때문에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털어놓기까지 수십 년간 혼자서 고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시점은 범인이 죽고 난 다음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자신이 그 범인의 인생을 다른 방향으로 틀어놓지 않아도 된다고 자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는 복수심 때문에 또는 현상금이나 보상금을 챙기려는 사리사욕 때문에 털어놓기도 한다.
하지만 뒤늦게 굳이 진실을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끝까지 입을 닫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8년 전부터 이른바 ‘묵은 사건’에 대한 체계적인 정리 작업을 시작했는데, 여기에서도 이러한 사실이 분명하게 입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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