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살인자가 되는가] ⑥ 종종 거짓말이 반쪽짜리 진실보다 훨씬 낫다

입력 2013-08-22 09:30  

인간심리를 통해 본 파괴적 진실‥6편. 종종 거짓말이 반쪽짜리 진실보다 훨씬 낫다
2년이 흘렀고 우리는 제다에 대해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했다. 우리는 줄곧 우리가 확보해 둔 증인과 제다의 주변인들과 접촉해왔지만, 그들 중 그 누구도 제다의 소식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어느 날 아침 제다의 여자친구였던 니나에게 좋은 소식이 도착했다.
함부르크에서 제다로 추정되는 남자가 체포됐다는 소식을 바이에른 주 주범죄청으로부터 받게 된 것이다. 나이트클럽에서 패싸움을 하던 그는 자신의 신분을 증명하지 못해 임시 체포되었고, 지문 감식을 하자 뮌헨 제1검찰청의 체포 영장이 발부되어 있던 사실이 금세 드러났다. 우리는 그를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 그가 뮌헨까지 이송되는 데는 사흘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가 도착하자마자 나는 슈타델하임의 교도소로 그를 방문했다. 거기서 나는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교도소 문을 나설 때 나는 내가 저지른 실수를 땅을 치고 후회했다. 이성이 아닌 감정을 따르고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한 건 단 한순간일 뿐이었는데, 일은 이미 벌어지고 말았다.
과연 내가 저지른 실수는 무엇이었을까. 조사실로 불려 들어온 제다는 나를 보고 살짝 웃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는 어떤 증언과 증거물 때문에 유죄가 입증됐는지 알 수 있는 체포 영장과 기타 서류가 들어 있는 파일을 갖고 있었다.
“체포 영장을 보니 어때?” 나는 그에게 물었다.
“여기 있는 내용은 다 거짓이에요. 내가 한 짓이 아니라고요.” 그는 총알을 내뱉듯 소리쳤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거기 쓰여 있는 것처럼 네가 한 짓이라는 게 다 입증됐다. 우리는 그 사실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유죄와 무죄에 대해선 더 이상 이야기하지 말자고.”
제다는 자리에서 일어나 파일을 닫은 후 황소처럼 거친 숨을 내쉬더니 몸을 돌려 아무 말 없이 조사실을 떠났다. 나는 즉시 ‘이 바보야’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에게 기정사실을 들이 밀었고 그로 인해 그가 변명할 기회를 앗아가 버렸다. 나는 해명하려고 하는 그의 의지를 꺾어놓은 것이다. 아마추어 신문원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실수였다. 그가 몇 시간이고 이야기를 하고 거짓말을 하도록 놔두는 대신 나는 감정적으로만 반응했다.
이후 나의 분석처럼 나는 그가 인쇄된 증거 자료들을 보면 곧 자백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심 바랐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자 나는 약이 오르고 실망스러운 반응을 보이며 초보자나 저지르는 실수를 범한 것이다. 나는 잠시 동안 그것이 나의 진실이 아닌 그의 진실에 관한 것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만약 그의 진실이 그가 가진 권리이기도 한 거짓말로 이루어졌다면, 나는 그 거짓말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했다. 노련한 신문원은 종종 거짓말이 반쪽짜리 진실보다 훨씬 낫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거짓말은 정확히 누군가가 자신의 범행을 감추려 한다는 사실이 드러날 때 부메랑처럼 돌아오기 때문이다. 제다가 여러 증언이 확보되었음에도 ‘프레디’라는 이름의 칼을 소지한 것을 부정했다면, 그것은 곧 그 칼이 범행에 사용되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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