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인터뷰] '숨바꼭질' 전미선 "저...사실, 공포영화 못봐요"

입력 2013-08-16 10:23  

감정을 거침없이 폭발시킬 때 보다 참는 것이 조금 더 힘들 때가 있다. 마음껏 소리를 지르는 모습보다 침묵이 더 강할 때가 있다. 영화 ‘숨바꼭질’(허정 감독. 스튜디오 드림캡쳐 제작) 속 전미선(43)은 손현주(성수)와 문정희(주희)의 사이에서 중심을 맞춘다. 분위기를 제대로 타고 있다.



전미선은 ‘숨바꼭질’에서 성수의 아내 민지로 출연한다. 민지는 어디선가 자신의 가족을 지켜보는 것 같은 불길한 시선을 느끼고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인다. 낯선 사람이 자신의 집에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인 민지. 전미선은 손현주를 보필하고 문정희에 맞서며 자신의 자리를 제대로 지켜냈다.

◆ “시나리오 보다가 나도 모르게 흘깃”

방안을 둘러보자. 그리고 내 집에 다른 누군가의 침입 흔적이 보인다고 가정해보자. 온 몸에 소름이 돋고 눈동자는 더욱 빠르게 움직인다. ‘숨바꼭질’은 낡은 아파트에 적혀있는 암호를 풀어나가면서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를 예측해보는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단순히 이는 즐거움에서 그치지 않는다. 실화로 알려져 더욱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고 있는 ‘숨바꼭질’은 영화관을 빠져나가는 관객들의 발걸음을 이상하게 무겁게 만든다.

“시나리오를 차 안에서 처음 봤어요. 그 때가 낮이었는데 이상하게 옆을 흘깃거리게 되는 거예요. 재빠르게 차에서 내려 심호흡을 했었요. 무섭기는 한데 만약 이 영화가 실화처럼 무겁게 나온다면 관객의 입장에서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을 과감하게 버렸어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가 됐죠. 과거 우리가 ‘나이트메어’를 봤듯이 지금 세대에 맞는 스릴러가 ‘숨바꼭질’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바람이에요. 하하.”

전미선이 특별히 숨을 고른 이유가 있었다. 알고 보니 전미선은 공포영화를 매우 무서워 하는 게 아닌가. ‘숨바꼭질’ 촬영은 하는데 무서운 건 못 본다니 이렇게 아이러니 할 수가. 여러 번의 시사회를 겪었을 텐데 그 때마다 무서워했을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얼굴에는 ‘나 무서워요’라고 써있다. 얼굴을 찌푸리며 이야기에 집중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무슨 일인지 오싹해져왔다.

“무서운 영화를 잘 못 봐요. ‘숨바꼭질’도 엄청 힘들게 봤어요. 공포영화에선 음악이 진짜 무섭잖아요. 손으로 가리고, 힐끔거리고 난리도 아니었죠. 한 번은 극장에서 아무 생각없이 영화를 보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무서운데 찜찜한 느낌 있잖아요, 왜. 음... 사실, 폐쇄공포증이 약간 있어요. 영화관이라는 갇힌 공간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니 정말 무섭더라고요. 듣는 공포가 은근히 섬뜩하잖아요. 전 아직도 ‘나이트메어’의 그네를 잊을 수가 없어요.”



◆ “버리는 작업, 무조건 심플하게”

전미선은 ‘숨바꼭질’에서 절제하고 절제한다. 이 절제는 다른 캐릭터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그냥 배려가 아니다. 자신의 캐릭터를 위해 최대한의 절제를 선택했다. “이건 모 아니면 도다. 잘 해도 본전, 못하면 그야말로 위험해진다. 조금 위험할 수 있는데 내가 해도 될까 싶었지만 내가 잘만 하면 좋은 영화가 나올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는 전미선. 결연한 의지는 그 누구도 말릴 수 없었다.

“고민을 참 많이 했어요. ‘전미선은 매번 똑같은 역할을 하나?’라는 말을 듣지 않고 싶었거든요. 그러다 내가 최선을 다해서 하면 알아주지 않을까 생각했죠. 중심을 잡는다는 게 정말 어렵더라고요. 항상 손현주 선배님의 촬영 분을 먼저 보고 연기했어요. 제 역할에 약간 욕심을 부려서 과부하를 일으켰다면 아마 성수와 주희에게 치명적인 상해를 입혔을 거예요. 어느 정도의 디테일은 들어가지만 굉장히 심플하게. 최대한 많이 버렸어요. 버리는 작업이었죠.”

공포영화의 매력은 바로 반전 아니겠는가. ‘숨바꼭질’도 이를 피해갈 수 없었다. 이미 영화를 본 관객들은 반전에 대한 매력을 널리 퍼뜨리고 있는 중이다. 전미선 역시 이 부분에 대해 얼마나 알리고 싶었을까? 최근 종영된 KBS2 드라마 ‘일말의 순정’ 팀에서도 ‘숨바꼭질’ 결말은 크게 터졌다.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 전미선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일말의 순정’ 감독님이 돌직구 스타일이에요. VIP 시사회에 초대를 했었는데 영화 소개 코너에서 봤다며 결말을 뻔히 알겠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일체 결말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마음을 비우고 보라고 했죠. 그랬더니 끝나고 나서 엄청 무서웠다고 그러시는 거예요. 어땠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더니 재미있었대요. 완벽하게 성공했죠. 관객들도 그냥 즐겨줬으면 해요. 요즘 날씨가 더워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을 텐데 돈을 주면서까지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잖아요. 팝콘 먹으면서 시원하게 봐주세요.”

자신이 나온 공포영화도 무서워하며 손가락으로 가리면서 보는 배우가 팝콘까지 권하니 더 무섭다. 이거, 완전 더 오싹하게 즐기라는 페이크가 아닐까? 조근거리는 말투에도 힘이 있는 전미선. 일단 팝콘은 사자.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mi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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