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人]드라마 출연하고 영화제 뛰는 수의사, 보셨어요?

입력 2013-08-22 17:51   수정 2013-09-10 16:11

"영화와 동물의 만남, 바로 이거다 생각했죠."

끼 있는 한 사람이 참 많은 것을 바꾼다. 어떤 분야에서든지 마찬가지다. 본업에 충실하면서 의미 있는 대외 활동에 매진하기가 과연 쉬울까. 결코 그렇지 않다.

여기, 드라마 출연, 저서 발간에 이어 세계 최초의 본격 동물영화제에까지 힘을 보태는 수의사가 있다. 물론 그는 현역 수의사로 매일같이 동물병원 문을 열고 있기도 하다.

아마도 `수의사 중에서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할` 강종일 충현동물병원 원장을 만났다. 강남의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세련된 보 타이(나비넥타이)를 매고 각종 아침방송과 과거 드라마 출연 화면에서보다 훨씬 더 밝고 젊은 표정을 선보여 기자를 놀라게 했다.

그는 익숙한 솜씨로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의 공식 마스코트견 `수리`를 꼭 안고 다정한 포즈를 취했다. 유기견이었던 수리는 강종일 원장의 재능기부를 통한 수술로 매우 나쁘던 몸 상태를 회복하고 건강하게 마스코트로 활동할 수 있게 된 훈훈한 사연의 주인공이다.
★영화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생각했어요
그는 22일부터 순천에서 열리는 제1회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THE 1st ANIMAL FILM FESTIVAL IN SUNCHEON, 이하 ANFFIS)에 수의사들을 파견하는 중책을 맡는다. 강 원장이 직접 순천에 내려갈뿐 아니라, 한국동물병원협회 소속 수의사 30명 가량을 파견해 반려동물에 대한 각종 지원과 상담을 할 예정이다. `동물과 함께 보는 영화제`를 표방하는 ANFFIS에는 누구보다 큰 지원군이다.

하필 그가 동물영화제에 도움을 주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그는 알고보니 쇼맨십의 달인(?)이었다. "군대에서 위생병으로 일하면서 문선대(문화선전대: 과거 각 군에서 공연이나 영화촬영 등을 담당하던 부대. 현재는 국방홍보지원대로 통합)이기도 했어요. 위문공연 등으로 무대에 설 일이 많았죠. 한국에서 열린 세계소동물수의사회(WSAVA)와 아시아반려동물수의사연합회(FASAVA) 세계대회 조직위원장을 하면서도 그 때의 노하우가 도움이 많이 됐어요."

평소 여성영화제 등 소규모 영화제들이 세상에 영향을 주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그는 순천 온누리병원 측의 소개로 김민기 ANFFIS 집행위원장(화인웍스 대표)을 직접 만나고는 영화제에서 직접 뛰기로 마음먹게 됐다.

그는 직접 주최한 행사에서 한국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한복과 무대 연출로 `개고기 먹는 후진국` 이미지를 바꾸려고 부단히 노력했다고. 그러한 대외 활동이 이번엔 영화제로 이어진 것이다. 강 원장은 "세계소동물수의사회 등 국제적인 행사에 참석할 땐 호스트(HOST)로서 품격 있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매번 다른 한복을 맞춰 입었다"고 패션 감각을 자랑하는 한편 "이번 영화제 레드카펫에선 뭘 입어야 할지 망설여지네요"라고 한숨을 쉬기도 하는 특유의 매력을 보여줬다.

2002년에는 이민영 김찬우 등이 주연한 KBS2 시트콤 `동물원 사람들`에 실제 직업인 수의사이자 등장인물들의 멘토로 출연하기도 했던 `연예인급 수의사`이니 그의 레드카펫 스타일 또한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엄태웅, 이보영, 전지현...연예인 단골, 무지 많아요
그는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1989년부터 충현동물병원을 운영해 왔다. 지금도 18명의 수의사들이 24시간 병원 문을 열고 있다. 이렇게 대규모로 운영하는 도심의 동물병원이다 보니 강남 쪽에 자주 머무는 연예인 단골도 아주 많다.

"아무래도 오래 전부터 오던 연예인 단골들은 저를 편하게 생각하죠. 이경규 씨 댁은 개를 6마리나 키워요. 부인 되시는 분께서 처녀 때부터 우리 병원 단골이었어요. 결혼하고 나서도 계속 오시죠."

동물 애호 스타로 유명한 엄태웅을 비롯해 이보영, 전지현, 이수경, 명세빈, 공효진, 손예진 등 많은 스타들이 강 원장을 찾는다. 그는 중견이면서도 미녀 스타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전인화 또한 개를 많이 키우고 있다고 귀띔했다. "개들 이름이 재밌어요, 화이트, 크리스, 마스, 이브...붙이면 화이트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죠. 이름 짓는 것도 참 센스 있어요." 이의정은 `뽀뽀뽀`를 진행하던 18살 때부터 이 병원의 단골이라니 참 인연이 깊다.

그렇다면 강 원장 본인은 어떤 동물을 키우고 있을까. 그는 "현재는 슈나우저 한 마리를 키우고 있어요"라며 "자녀들도 동물을 워낙 좋아해서 안 키운 적이 없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강 원장이 직접 반려동물을 구매한 적은 한 번도 없다는 것.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사실은 꽤 서글프다. 동물병원에 동물을 맡기고는 잠적해서 찾으러 오지 않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이다. 길거리에 버리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그런 식으로 주인이 사라진 동물들 중 새 주인을 찾지 못한 동물들은 직접 키우곤 했다고. 유기동물 문제가 크게 지적되면서도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마음 한켠을 찡하게 하는 이야기다.

"지금 있는 슈나우저도 그런 식으로 우리 집에 오게 됐어요. 그런 식으로 온 동물들을 다른 환자들이 `한 마리 더 키워볼까` 하면 `사지 말고 그냥 얘를 데려가세요`라고 주선하는 식으로 입양 보내기도 하죠. 그런데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정말 자신이 키우던 동물에 좀 더 책임감을 가질 필요는 있는 것 같아요. 동물을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생각했으면 합니다. 이번 순천만동물영화제에 오시면 그런 생각이 절로 드실 거예요."
한국경제TV 이예은 기자
yeeuney@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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