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 오의식 "공감에서 오는 소통 풀어냈다"

입력 2014-09-01 15:28   수정 2014-09-01 17:20



우리는 끊임없이 ‘소통’하기를 원한다. 사람은 누구나 ‘소통’하기를 원하지만, ‘소통’은 좀처럼 쉽게 마음의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실패한 ‘소통’은 때로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오해는 다툼을 만들고, 다툼은 마음에 상처를 입힌다. 그것은 쓰라린 아픔으로 우리를 눈물짓게 한다. 여기 ‘소통’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공연이 있다. 바로 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이하 ‘우노얘’)다.

작품은 제목처럼 ‘노래방’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 이번 공연은 극단 ‘공연배달 서비스 간다’(이하 ‘간다’)의 10주년 퍼레이드 네 번째 작품이다. ‘노래방’을 찾은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지 않고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기는 훈훈하게 시작하지만 그 끝은 비극이다. ‘노래방’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소리치고, 돌아서고, 눈물 흘리고, 애원하며, 주저앉으며 마침표를 찍는다. 이번 작품에서 배우 오의식은 ‘노래방 주인’ 역을 맡는다. 그는 공연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쉼 없이 관객과 ‘소통’한다. 그와 함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소통’,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하다

연극 ‘우노얘’는 ‘소통에 관한 이야기’로 작품에는 ‘아버지와 아들, 젊은 연인, 친구들’이 등장한다. 작품에 대한 소개를 부탁하자 오의식은 “이들은 열심히 말을 하고, 소통하고 있으나 사실은 전혀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 작품은 이들의 모습으로 우리를 대변한다”라고 말했다. 우리의 이야기를 네 개의 에피소드에 녹여낸 작품은 ‘노래방 주인’을 통해 또 다른 ‘소통’을 모색한다.

“작품은 노래방을 찾은 네 커플의 이야기를 담는다. 커플이라고 하여 남녀 간의 이야기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아버지와 아들, 그 아들의 여자친구, 여자친구의 친구들, 아버지의 애인 등이 노래방을 찾는 손님이다. ‘노래방 주인’은 그들을 지켜보는 인물이다. 다른 캐릭터들은 극 속의 인물로 등장한다면, ‘노래방 주인’은 공연을 하는 배우로 관객과 만난다. 그는 방금 본 장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관객에게 이야기한다. 이 역은 멀티플레이어로 극의 진행 돕는다.”

극단 ‘간다’는 지난 11월 연극 ‘올모스트 메인’을 시작으로 ‘나와 할아버지’, ‘유도소년’, ‘우리 노래방에 가서 얘기 좀 할까?’까지 총 네 편의 10주년 퍼레이드 공연을 선보였다. 오의식은 네 작품에 모두 참여했다. 그는 극단의 10주년 퍼레이드 공연에 될 수 있으면 모두 참여하고 싶은 바람을 드러냈다.

“극단에서 시켜만 준다면 퍼레이드 기간 내에 모든 작품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저의 1순위 목표였다. 그래서 연극 ‘유도소년’이 끝나고 다음에 ‘우노얘’를 준비한다고 했을 때 참여 의사를 밝혔다.”

극단 ‘간다’는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로 꾸려진다.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은 그에게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참여하는 것, 그들과 같은 무대에 서는 것, 그것만으로도 10주년 퍼레이드는 충분히 의미 있었다. 이번 작품은 극단 ‘간다’ 안에서도 오디션을 거쳐 캐스팅이 진행됐다.

“오디션 당시에는 ‘노래방 주인’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저는 ‘아들’ 역으로 오디션을 보려고 했다. 그러나 오디션 대본은 공통으로 ‘노래방 주인’의 대사가 지정돼 있었다. 오디션을 보고 나서 연출님이 다음에는 ‘노래방 주인’으로 준비해오라고 했다. 결국은 홍우진 배우와 더블로 이 역할을 맡게 됐다.”

공연은 신선하다. 무대 위 배우는 끊임없이 관객과 대화를 나눈다. ‘노래방 주인’은 자신의 이야기를 관객에게 스스럼없이 털어놓고, 관객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경험담을 떠올린다. 처음 ‘우노얘’ 대본을 봤을 때 느낌이 어땠는지 묻자 그는 “굉장히 흥미로웠다”라고 답했다. 오의식은 구체적으로 그 이유를 설명했다. 작품 안에는 민준호 연출 특유의 색감과 극단 ‘간다’의 느낌이 묻어 있었다.

“우리는 작품 안에서 어떠한 주제를 관객에게 밀어붙이지 않는다. 작품은 ‘이거야!’라고 메시지를 강요하지도 않는다. 민준호 연출이 ‘꼭 작품 안에 메시지가 있어야 할까?’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때 생각했다.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관객에게 보여주면 되고, 관객은 그 안에서 자유롭게 메시지를 얻어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의식은 오디션부터 ‘아들’ 역에 관심을 보였다. 처음에는 다른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연습하고, 공연하면서 그러한 생각은 차츰 흐려졌다. ‘노래방 주인’으로 작품 속 이야기를 바라보면 모든 역할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그는 실감했다. 체감한 어려움은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캐릭터는 없다”라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대신 그는 여전히 ‘아들’ 역할을 향한 갈증을 호소했다.

“제가 실제로 경험한 부분에 있어 ‘아들’ 역할이 가장 와 닿는다. ‘아들’의 심리적 상태가 연기하기에 굉장히 매력적이다. 모든 인물이 그렇지만 단순히 화가 나고, 기쁘고 그런 심리가 아니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그렇게 말하게 되고, 너무 사랑하는데 표현이 생각과 달리 과하게 나온다. 특별해 보이지만 일반적인 매력인 것 같아 ‘아들’ 역을 해보고 싶다.”



사소한 물음, ‘노래방 주인’과 오의식 사이

‘노래방 주인’의 등장 시간은 다른 캐릭터에 비해 이르다. 그는 오히려 관객보다 먼저 무대에 등장한다. ‘노래방 주인’은 등장과 동시에 묵묵히 대걸레를 들고 무대를 청소한다. 구석구석 청소를 하다가 관객에게 불쑥 말을 건넨다.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듯 보이지만 그는 ‘다리 좀 들어 주세요’, ‘청소를 해야 해서요’, ‘연출이 청소하래요’, ‘이게 이 공연의 콘셉트래요’라고 투덜댄다. 그것은 연출을 향한 일종의 시위다.

“걸레질할 때는 연출과 공연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어야 한다. 걸레질하면서도 그런 생각을 하며 청소한다.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어야 하지?’라고 그 순간부터는 그 배역에 집중하려 노력한다. 그래야지 대사를 처음 내뱉을 때 감정이 폭발해 ‘탁’ 터져 나온다. 사실은 가끔 ‘으흠’ 하며 기침도 하고, 대사를 생각하기도 한다. 관객들에게 ‘나 여기 있어요’라고 알리려 노력한 적은 없다.”

장면 중 인상적인 것은 에피소드 중간마다 들어가는 ‘노래방 주인’의 경험담이다. 오의식은 ‘노래방 주인’이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관객에게 들려준다. ‘아버지’와 ‘아들’의 에피소드 다음에는 아버지에게 꾸지람을 들었던 순간을 회상한다. 냉이 된장국이 싫어서 투정부리다 호되게 혼났다는 에피소드는 우리네 아버지를 떠올리게 한다. ‘여자친구’와 친구들의 에피소드가 끝난 후에는 동료 배우의 일화를 들려주며 ‘사랑’이라는 것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더한다.

배우라고 해도 자신의 이야기를 많은 이 앞에서 펼쳐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제아무리 친한 친구라고 해도 속내를 털어놓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작품은 모든 것을 대본화해 배우가 느낄 수 있는 어색함과 망설임을 차단시켰다. 그는 “기본적으로 작품 안에서 하는 대사들은 모두 대본에 나와 있다”라고 설명했다. 대본으로 전달되는 이야기는 연기와 즉흥의 경계를 무너트린다.

“‘노래방 주인’은 작품 안에서 끊임없이 공연과 연출을 ‘디스’한다. 그의 ‘디스’안에는 작품의 분명한 주제가 담겨있다.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모든 상황은 철저하게 대본화된다. 즉흥적인 부분은 단 1%도 없다. 대본은 배우 각자의 이야기와 즉흥적인 연기가 정리된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 ‘노래방 주인’ 역은 오의식과 홍우진이 연기한다. 때문에 홍우진 ‘노래방 주인’의 대사 또한 다르다. 예를 들어 오프닝 대사는 비슷하지만 아버지 이야기는 아버지가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개성으로 채워진다. 대본화된 연기는 배우에게 편안함을 안겨주며 동시에 ‘매너리즘’이라는 유혹에 쉽게 노출시킨다. 그러다보니 ‘노래방 주인’ 역은 그에게 큰 숙제를 안겨줬다. 오의식은 “중간 중간에 내 이야기를 예로 든다. 흔들림 없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큰 숙제다. 공연을 자주 보는 관객도 있고, 매일 공연을 하다 보면 변화를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라고 고백했다.

“관객이 볼 때는 ‘즉흥적인 연기인가?’ 싶은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에 있어 관객 반응 때문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묵묵히 연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초연 때 ‘노래방 주인’을 연기했던 선배들도 그 부분이 제일 어렵다고 하더라. 관객들과 호흡을 주고받을 때는 절대 ‘노래방 주인’이 ‘사회자’나 ‘강연자’가 되면 안 된다. ‘노래방 주인’은 관객과 같이 공연을 보면서 ‘이렇지 않나요?’라고 말하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공연을 계속 하다 보면 내가 알고 있던 것을 관객에게 이해시키려 한다. 강의하는 사람이 되면 안 되는데 그렇게 변하기 쉽다고 선배들이 그러더라.”

오의식은 큰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홍우진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는 “얼마 전에 홍우진 배우가 ‘노래방 주인’ 역은 참 어려운 캐릭터라고 말했다”라며 입을 열었다. 이어 어려운 역할을 어떻게 하면 관객과 호흡을 주고받으며 함께 하는 캐릭터로 연기할 수 있을지 고민을 거듭했다.

“결론은 더 정색하고, 관객 반응이 없다고 생각하며 연기하는 것이다. 우리는 관객이 웃어도 그 웃음 때문에 ‘노래방 주인’이 풀어지지 않도록 더 튼튼한 매듭을 지어야했다. 나한테는 이렇게 황당한 이야기이고, 우리 아버지가 실제로 그랬으니 관객의 웃음 때문에 어떤 이야기를 추가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럴수록 묵묵히 내 이야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매력 포인트, 공감에서 오는 소통

‘노래방 주인’은 관객과 함께 공연을 관람한다. 그는 무대 한쪽에 자리를 잡고 마치 관객처럼 등장인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각기 다른 에피소드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묻자 그는 “모든 에피소드가 다 재미있다”라고 고민의 시간도 두지 않고 대답했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는 ‘노래방 주인’은 물론이고 배우 오의식까지 물들였다.

“저는 ‘아들’과 ‘아버지’의 에피소드가 좋다. ‘아들’처럼 연애할 때, 집착하고 애원하고 그러지 않았다. 그렇다고 제가 재혼을 해본 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기 때문에 이 에피소드가 더 와 닿는다. 저도 아버지와 사소한 것으로 시작해 매일 싸운다. 명절 때는 운전을 하다가 길 때문에 싸우고, 점점 더 큰 싸움으로 번진 적도 많다. 싸움의 시작점은 다르지만 그 심리의 흐름이 우리 모두가 겪을 수 있는 흐름인 것 같아 재미있게 보고 있다.”

공연 중간에 ‘노래방 주인’을 보면 ‘피식’ 웃고 있을 때가 많다. ‘노래방 주인’의 반응은 관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관객들은 공연을 보며 웃고 울고 작품에 몰입한다. 그는 관객이 보지 않는 틈을 타 공연에 몰입하고, 관객으로 빙의해 작품에 빠져든다. 오의식은 “워낙 작품이 재미있어 볼 때마다 웃긴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이 역할을 연기하면서 최고의 숙제는 관객에게 공연을 처음 본 사람처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고백했다. 쉬울 것 같았던 ‘노래방 주인’은 참으로 많은 것을 그에게 요구했다. 그는 그 모든 것을 소화하며 자신만의 ‘노래방 주인’을 만들며 인물이 작품과 관객 사이에서 잘 어우러지게 다듬었다.

‘우노얘’는 소통을 하지만 실제로는 단단한 벽 때문에 소통에 실패한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에피소드와 별개로 ‘노래방 주인’ 역시 소통의 부재를 그려나간다. 그는 공연 시작부터 연출을 향해 으름장을 놓고, 불만을 토로하며, 공연 콘셉트가 이상하다고 소리친다. 공연이 진행될수록 ‘노래방 주인’은 연출의 의도를 깨닫고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연다. ‘노래방 주인’은 마지막 순간 방관자에서 참여자로 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에 개입한다.

“원래는 요즘 추세를 역행하고, 멋있는 남자 배우도 나오지 않고, 유쾌하지 않은 공연을 제대로 ‘디스’하는 대사가 있었다. ‘노래방 주인’은 더는 그러한 꼴을 보지 못하겠다며 어떻게 해서든 공연을 아름답게 마무리 짓겠다고 큰소리친다. 때마침 좋아 보이는 남녀가 들어왔고, 그는 이들의 사랑을 예쁘게 마무리 짓기 위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작품은 매 에피소드마다 인물의 상황과 감정을 대변해주는 노래가 등장한다. ‘아버지’와 ‘아들’ 에피소드에서는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의 ‘My Way’가 흘러나온다. ‘아들’과 ‘여자친구’ 에피소드에서는 ‘노래방 주인’의 추천으로 ‘아들’이 임재범의 ‘너를 위해’를 부른다. ‘여자친구’와 친구들의 에피소드에서는 서태지의 ‘너에게’가, ‘아버지’와 애인 에피소드에서는 데비 분(Debby Boone)의 ‘You Light Up My Life’가 무대를 채운다.

인물들은 ‘노래방’에서 노래 대신 이야기를 하지만, 작품은 ‘노래’로 그들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작품을 아우를 수 있는 가요가 있다면 어떤 곡이 어울릴지 묻자 오의식은 “김광석의 ‘기다려줘’가 맞는 것 같다”라고 대답했다. 이 곡은 원래 작품의 엔딩곡으로 쓰일 예정이었다. 작품은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만큼 사랑, 만남, 이별, 우정 등 어떤 노래와도 잘 어울린다. 연인과 헤어진 후 이별 노래를 들으면 내 얘기를 하는 것처럼 느끼듯이, 작품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엔딩곡인 에릭 카멘(Eric Carmen)의 ‘All By Myself’는 열심히 살아왔지만 돌이켜 보니 나는 혼자인 것 같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래는 ‘나는 외롭고 싶지 않다’, ‘혼자가 되고 싶지 않다’라고 인물의 마음을 대변해준다. 사람들은 노래 가사처럼 외롭고 싶지 않아 싸우고, 그렇기 때문에 사랑을 하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작품과 잘 어울리는 곡이다. 원래 엔딩곡인 김광석의 ‘기다려줘’는 ‘난 아직 그대를 이해하지 못하기에 그대 마음에 이르는 그 길을 찾고 있어’라는 가사가 작품과 닮았다.”

작품의 제목과 관련해 노래방에서 무엇을 하는지 물었다. 그는 “어렸을 때는 오천 원을 내고 2~3시간 주구장창 노래만 불렀다. 시간이 모자라 간주 점프를 하고, 1절만 부르고 껐다”며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어 오의식은 “어른이 돼서는 노래방에 갈 일이 별로 없더라. 가끔 가게 되면 노래만 부르지 않는 것 같다. 지금은 노래방에서 노래만 하면 귀청이 떨어진다고 다들 그만 부르라고 그런다”라고 달라진 노래방 풍경을 비교했다.

배우 오의식, 그가 궁금하다

젓가락과 숟가락은 한 짝이다. 바늘과 실은 떼어 놓을 수 없는 묶음이다. 치킨엔 맥주가 제격이고, 소주엔 삼겹살이 제맛이다. 오의식의 연기 짝은 누구일까.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유독 홍우진과 함께한 작품이 많다. 연극 ‘나와 할아버지’에서는 ‘준희’ 역으로, 뮤지컬 ‘아가사’에서는 ‘폴(뉴먼)’ 역으로 같은 캐릭터를 공유했다. 연극 ‘유도소년’에서는 배역이 다르긴 해도 같은 작품에 함께 출연했다. 이번에는 ‘노래방 주인’으로 두 사람은 이름을 나란히 했다. ‘오의식+홍우진=세트’는 어느새 공식으로 인정될 만도 하다.

“홍우진 배우와 저는 정말 다르다. 공연을 보면 아시겠지만, 같은 배역을 연기해도 다른 느낌을 준다. 평소 스타일도 비슷한 부분이 없다. 그런데 왜 같이 캐스팅되는지 모르겠다. 그런 것은 있는 것 같다. 각자의 스타일과 취향은 다르지만 한 가지 비슷한 점이 있다. 표현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텍스트를 받았을 때 무거운 부분과 가벼운 부분의 중간 지점을 잘 찾아낸다. 힘들고 무거운 지점은 깊이를 잃지 않으면서도 가볍고 유쾌하게 풀어낸다. 반대로 마냥 가벼워질 수 있는 지점을 진지하게 풀어내는 점이 서로 닮아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극단 ‘간다’의 10주년 퍼레이드에 빠짐없이 참여하다보니 올해 오의식의 스케줄은 그야말로 ‘빡빡’하다. 그는 “함께하자고 제안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제가 스케줄이 되는 한 함께하고 싶다. 지금은 그러한 제안이 고마워 거절을 못 하겠더라. 10주년 퍼레이드가 아니었다면 조금은 더 여유가 있었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무료함 벗어던진 용기 있는 도전

오의식의 연기 욕심은 어느 날 문득 찾아왔다. 그는 23세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연기를 시작했다. 배우의 꿈을 갖고 어린 시절부터 준비한 것은 아니다. ‘배우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은 회사를 다니다 우연히 공연을 보고 스쳤다. 오의식은 자신의 데뷔 과정이 이미 언급이 많이 된 부분이라 식상할 것 같다며 망설였다.

“제주도에서 올라와 회사에 다니다가 우연히 공연을 봤다. 회사가 대학로에 있었기 때문에 공연을 볼 기회가 열려 있었다. 공연을 보고 ‘저렇게 살고 싶다’, ‘저 사람들은 무대가 직업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당시 저는 퇴근 시간만 기다리며 회사 생활에 무료함을 느끼고 있었다. 배우가 되면 퇴근 시간만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의 도전은 거침없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회사에 사표를 내고 무대로 향했다. 오의식은 “그때는 배우의 좋은 모습만 본 것 같다. 그 밑에서 얼마나 많은 노력과 희생, 힘든 시간이 필요힐지 모르고 단지 그렇게 살고 싶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배우라는 직업은 ‘하고 싶다’라는 마음 하나만으로 결코 가질 수 없다. 배우는 무대 위에 서 연기를 하고 관객에게 이야기를 대신 전달해준다. 타고난 연기력은 존재하지 않기에 그들은 자신을 갈고닦으며 치열하게 자신과 싸운다.

“저는 연기를 배워 본 적이 없다. 연기는 교회에서 크리스마스 공연을 할 때 해본 것이 전부다.(웃음). 어릴 때부터 친구들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하지 않았다. 성향 자체가 그런 것 같다.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 도전한 것은 아니다. 생각해보면 연습하고, 혼나고, 고민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그때는 ‘왜 연기가 안 될까?’ 고민하며 많이 울었다. 지금도 그 고민은 똑같지만 많이 담대해지고, 강해져 그때만큼 울지는 않는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꿈을 향해 도전했다. 그 도전이 어느새 결실을 거둬가고 있다. 10년 후 더 단단하게 여물 오의식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한참을 고민에 빠졌다. 질문 하나하나에 곰곰이 생각하고 신중하게 답했다. 거짓으로 답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있는 그대로 솔직한 자신을 보여줬다.

“10년 후면 저는 42세가 된다. 큰 욕심은 없다.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닮고 싶은 선배들처럼 되면 행복할 것 같다. 누군가가 존경할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 극단 ‘간다’ 선배들처럼, 극단에 도움이 되는 배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극단 ‘간다’와 함께한 시간 동안 오의식은 ‘일상연기’에 무르익었다. 앞으로 연기하고 싶은 작품이나 캐릭터가 있는지 묻자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그는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어떤 작품의 어떤 캐릭터를 내가 언젠가는 꼭 하겠어’라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 단지 새로운 창작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재미있고 그런 작품은 언제든지 감사한 마음으로 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감’에 집중했다. 작품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인물에 공감할 수 있는가”였다. 거짓으로 연기할 수 없다는 그의 올곧은 신념이 묻어나는 대목이었다. 오의식은 “공감이 안 되는 캐릭터는 연기하기 힘들다. 물론 이해되지 않는 부분과 부딪혀 찾아가는 과정도 있을 것이다. 대본을 봤을 때 공감되는 사람의 삶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한 삶은 접근하기도 쉽고, 다양한 연기가 나올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준다”라고 덧붙였다.

‘공감’은 어느 정도의 경험이 바탕이 되어야지 ‘통’할 수 있다. 그에게 있어 ‘공감’은 경험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무언가에 가까웠다. 그는 “우리가 영화를 봤을 때, 그들의 삶을 다 살아보지 않아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라며 친절하게 적절한 예시를 찾아 설명했다. 오의식은 최근 연습이 한창인 음악극 ‘두결한장’을 예로 들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작품에서 저는 ‘게이’ 역을 연기하지만 제가 ‘게이’의 삶을 경험한 것은 아니다. 대본을 보고 제가 연기할 캐릭터를 봤을 때, ‘티나’는 누구보다 깊은 사랑을 하는 인물로 보였다. 그는 상처가 많았고, 순수한 사람이었다. 그런 것들이 대본을 봤을 때 끌리는 부분이고 제가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다.”

음악극 ‘두결한장’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작품은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원작 영화에서 오의식이 연기할 ‘티나’ 역은 배우 박정표가 맡아 호평을 받았다. ‘티나’는 박정표와 떼려야 뗄 수 없을 만큼 돈독한 관계를 형성했다. 비교 대상이 있다는 것은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 배우에게는 부담스러운 일이다. 동시에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시련으로 다가온다.

“이미지가 박혀 있는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것은 물론 부담스럽다. 저는 박정표 배우처럼 연기를 잘하지도 못한다. ‘티나’라는 역은 박정표 배우와 김조광수 감독이 만들어낸 인물이다. 이 캐릭터는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데 저는 경상도 사람이 아니기에 그러한 부분에서도 어려운 점이 많다. 최대한 제가 생각하는 ‘티나’의 마음에 집중하려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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