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문정희 "아빠, 남편 참 뭉클한 존재죠"

입력 2014-11-20 08:47   수정 2014-11-28 16:54


오랜 무명시절을 딛고 ‘대세’ 배우가 됐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쉴 틈 없이 달려온 배우 문정희가 그 주인공이다. MBC ‘마마’에 이어 영화 ‘카트’, 그리고 20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까지. 숨 가쁘게 달려왔다.

2012년 ‘연가시’, 2013년 ‘숨바꼭질’에서 여배우로서 과감한 도전장을 내민 문정희는 제33회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마마’를 통해 여자들의 진한 우정을 보여줬고 ‘카트’를 통해 비정규직 여성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그리고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를 통해 백수 남편을 둔 가장이자 아내로 또 한 번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일 에정이다.


“아빠, 남편이라는 존재가 뭉클하죠”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는 서울대 출신의 백수 남편 태만(김상경 분)을 딸 아영(최다인 분)이 학교 아나바다 행사에 “저는 아빠를 내놓겠습니다”라는 폭탄 발언으로 시작된다. 엄마에겐 늘 ‘쓸모없는 인간’이었던 아빠를 내놓은 것이다.

문정희는 “시나리오가 재미있진 않았어요. 홍부용 소설 원작을 읽어보니까 기존에 아빠는 뭘 해야 하는데, ‘아빠를 빌려드립니다’에서 태만 아빠는 늘 아영이 곁에 있어 주는 백수 아빠잖아요. 수식어를 다 떠나서 아빠라는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남편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뭉클하더라고요”

“시나리오는 재미없었죠. 김덕수 감독님이 시나리오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정말 위트 있고 에너지가 넘치시더라고요. 진심이 느껴졌죠. 다음 영화가 더 기대되는 감독이에요. 카메라도 잘 만지고, 배우들, 그리고 스태프와 소통하는 법을 아시는 분이죠. 현장에서도 그렇고 작품 이야기할 때 배우의 입장을 잘 들어주고, 설득력 있게 감독의 입장을 이야기하세요. 거짓이 아닌 의지가 담긴 감독님이니까, 믿고 출연했죠”

처음에 시나리오가 재미없었다던 문정희는 김덕수 감독을 믿고 편안한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밝혔다. 그는 “상대가 또 김상경 선배님이시더라고요. ‘살인의 추억’도 아니고, 재미없을 줄 알았죠”(웃음), "그래서 당시 선배님이 출연한 영화 ‘몽타주’ 시사회를 일부러 찾아갔어요. 어떤 분인가 그냥 보고 싶었죠. 근데 보자마자 ‘정희야~’이러면서 장난을 치시는데 그때 출연을 결심하게 됐어요. 정말 ‘살인의 추억’, ‘몽타주’ 모습을 상상하시면 안 돼요. 선배님도 말씀하시더라고요. ‘한 방을 노렸다고’“


“무명 시절 생활고, 나만의 이야기는 아니잖아요”

문정희는 털털한 여배우였다. 시종일관 미소를 지었고, 누구보다 솔직했다. 옆 집 언니 같은 편안한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연기, 그리고 꿈에 대한 생각은 확고했다.

“무명 시절 정말 힘들었어요. 근데 이건 많은 배우들이 다 겪었을 거고, 배우뿐만 아니라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 여자들이 사춘기를 겪을 거예요”

“무명 시절, 터널에 기차가 지나가는데 끝이 안 날 거 같은 캄캄한 기분이었죠. 직장에서 위치 애매하고 연애에 실패하고, 자기 정체성이 확립이 안 될 때. 그런 기분이죠. 어딜 가도 짜증 짜증 짜증인데 그래서 또 먹긴 엄청 먹잖아요?”(웃음)

“연극을 하면서 생활고를 겪고 너무 힘들었어요. 그때 딱 두 명의 멘토가 있었어요. 한 명은 남편, 그리고 선생님 같은 분이 있었어요. 남편은 당시 저한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왜?’, ‘정희야, 넌 왜 그렇게 꼬였어?’라고 다정하게 말해주는데 가장 보기 싫은 내 모습을 지적하더라고요. 만날 울었던 거 같아요. 선생님 역시 힘들다고 울면 ‘넌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어. 힘들겠지만 잘 하고 있어’라고 격려를 해주셨죠. 근데 답은 없어요. 도망도 못 가고 그냥 버텼죠. 스스로 ‘힘들 때구나. 그럼 힘들어야지’ 하면서 스스로를 격려 했죠”


“실제 남편이 백수라면요? 그도 내 자식이에요”

영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에서 문정희가 열연한 지수는 백수 남편과 딸 아영이를 위해 미용실을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간다. 이제 결혼 5년차 주부인 문정희는 실제 백수 남편을 둔다면 어떤 생각일까. ‘아빠를 빌려드립니다’에서는 백수 남편에게 “쓸모없는 인간아”라며 화를 내지만 여자, 그리고 한 남자의 아내 문정희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남편이 백수면 불쌍해요. 영화에서는 설정이지만 사실 그도 내 자식이잖아요. 그 마음을 알 거 같아요. 와 닿는다고 해야 할까요. ‘나가서 돈 벌어!’라고 화낼 거 같진 않아요. 짠하기도 하죠. 입장 바꿔서 동등하게 돈을 버는 입장인데 일도 없고, 인기도 없어서 연기를 못 하게 됐는데 남편이 ‘야 배우가 돈벌이도 못 하냐’고 하면 정말 슬플 거 같아요. 이렇게 생각하면 남자, 아빠 모두 불쌍하죠”

“남편이 그러면 ‘때려 쳐. 회사가 그렇게 힘들어?’라고 할 수 있어요. 때려 쳐도 그 이유를 알 거 같죠. 인생이 길지도 않은데 자기 인생을 스스로 선택하는 거죠. 저 정말 괜찮은 여자죠?”(웃음)



“‘택시’에서 말한 남편, 미안했어요”

문정희는 영화 개봉 전 tvN 현장토크쇼 ‘택시’에서 186cm의 큰 키에 지진희를 닮은 훈남 남편을 언급했다. 다음날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하며 문정희 남편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그는 “사실 그날 오빠(남편)가 ‘오늘 너 방송하는 날 아냐?’이러는데 피곤해서 일찍 잔다고 그랬어요. 남편 주변에서 문정희의 남편이라는 걸 잘 몰라요. 아시는 분도 있지만 밥을 사서 입막음하기도 해요. 정말 평범한 직장인이잖아요. 자기 삶을 사는데 아내가 배우라고 해서 노출시키고 싶진 않아요. 누를 끼칠까봐 미안하죠”

‘마마’에 이어 ‘카트’, 개봉을 앞두고 있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까지. 많은 사랑을 받으며 그야말로 한 해를 가득 채웠다. 서러웠던 무명시절, 커피 한 잔 마실 여유와 돈도,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조차 상상하지 못 했다는 배우 문정희. 힘든 과거가 있기에 이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그는 “일이 많으니까 좋기도 한데, 쉴 때 일하고 싶고 일할 때 쉬고 싶고.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과 많이 싸우기도 해요. 항상 생각해요.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 던지자고”

<사진=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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