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윤맘의 육아타임즈]둘째 임신, 건강하기만 해다오

입력 2015-03-05 18:47  

둘째를 가진지 벌써 17주차에 들어섰다.

둘째 임신은 첫째를 가졌을 때와 많이 달랐다. 무엇보다 내 몸이 이미 육아에 지쳐있었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몸은 하나이고, 집안일도 해야하는데 육아도 해야하고...결국 해야하는 일들을 제때 하지 못한 채 내 체력은 방전상태가 됐다.
이런 상황에 갑자기 찾아온 둘째 소식. 내심 바랐던 거지만 이렇게 일찍 올줄은...당황스럽기도 했지만 태교도 육아도 모두 잘해 나가리라 다짐을 하고 어느덧 임신 4개월에 접어들었다.

임신 중인 몸이라 그런지 평소보다 우리 가윤이를 돌보는 게 너무 힘들고, 장을 보러 가도 몸이 버거워 집에만 오면 배가 당기고 아팠다.

첫째를 가졌을 땐 당연히 내 몸 하나만 관리 하면 됐었는데, 둘째다 보니 첫째도 봐야 하고 태교도 해야 하고..일도 해야 하고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잠시 친정에서 휴식을 취한 뒤 신랑과 태교 겸해서 2년 만에 해외여행을 가기로 계획했다.

이제 둘째까지 낳으면 단둘이 가는 여행은 더더욱 힘들 것 같아 큰맘 먹고 보라카이 여행을 가기로 한 것이다.

그 동안에 가윤이는 다행스럽게도 어머님께서 봐 주셔서 다행스럽게 둘만 오붓하게 다녀올 수 있었다.

그런데,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보라카이 해변만 생각하고 덜컥 예약했던 여행이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다. 내 예상과는 다르게 인천에서 필리핀 보라카이로 들어가는시간만 9시간 넘게 걸렸으며,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보라카이에서 나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즐거웠던 게 문제였다. 너무나 즐겁게, 둘이서 오는 여행은 당분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임신한 사실을 잊은 채 신나게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그 여행이 화근이었던 건지...이전부터 몸이 많이 지쳐 있었는데, 해외여행까지 무리하게 다녀와서였던 건지. 우리 둘째가 뱃속에서 힘들었다고 신호를 보내왔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에 갔는데, 내 몸이 투명한 냉이 아닌 색이 탁탁한 냉을 왈칵 쏟아부었다.

임신 중 냉은 나올 수 있다. 첫째 때도 냉은 조금씩 묻어 나오긴 했다. 하지만 이번엔...누가 물컵으로 쏟아붓듯이 나오니 너무 당황스러웠다.

이런 적은 처음이라 정말 내몸이 너무 무리를 했구나 생각했다. 내일 당장 병원을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오자마자 짐 정리,청소 모두 미룬 채 바로 누웠다.

그러나 그렇게 `다음날 병원을 가야지`라고 한 내 결심은 눈을 뜨고 일어나니 움직이기조차 싫은 내 몸뚱이 때문에 또 미루고 미뤄졌다.

여행 다녀온 후 냉을 왈칵 쏟은 그 뒤, 계속 찬바람을 쐬거나 걷거나 하면 냉의 양이 점점 늘어났다. 그리고 조금만 걸어도 자궁이 아파오는 느낌이 마구 들었다. 자궁이 열린 듯하고, 밑이 빠지는듯한 그런 느낌이 자꾸 들어 산책을 갔다가도 다시 되돌아오기 일쑤였다. 가윤이와 놀이터를 가다가도 조금 걷다가 중간에 주저 앉아있는 일이 많았다.

그렇지만 일주일 뒤면 어차피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해야 했다. 결국 그렇게 5일을 버텼다. 그리고 토요일 아침 화장실에 갔더니 냉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이 보였다. 아주 살짝이지만 피였다.

병원에서 임신 중에 피만 안보이면 된다...라고 하신 선생님 말씀이 문득 생각났다. 피를 보이면 안되는데 피가 나왔다!

그제서야 나는 `우리 둘째 위험한가보다` 하고 곧바로 병원으로 나섰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는데 의사 선생님께 이런저런 증상들을 설명하니 일단 배 초음파 보기 전 질 초음파를 먼저 보자고 하셨다.

질 초음파를 보시더니 다짜고짜 "이건 원장님께서 보셔야할 듯 해요. 자궁경부 길이가 너무 짧아요. 입원해야 할 수 있으니 원장님께 다시 진료를 받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라고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하신다.

첫째 때 아무런 문제없이 만삭 10달을 채워 출산을 했는데 갑자기 무슨 입원에...자궁경부가 왜 짧지? 내 머리가 멍해졌다.

원장님께 진료를 받기 전 대기하는 내내 불안에 떨었다. 여행 때문이라고, 둘째라 너무 소홀했나 보다고 혼자 뒤늦은 자책을 했다. 그리고 원장님께 진료를 다시 받았다.

원장님께서는 지금 내 자궁경부 길이는 2.8cm로, 다른 산모들에 비해 많이 짧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게 나타났던 증상들이 조산기라고 말씀하셨다.

이렇게 되면 5~6개월쯤, 아기 몸무게가 늘어날수록 내 자궁은 아기를 받치지 못하고 쏟아버릴 수도 있다는 무서운 소리를 하신다.

그리곤 맥도날드 수술이라는걸 권하셨다. 하지만 첫째 아이었다면 당장 수술을 권했겠지만, 첫째를 아무 문제 없이 만삭 채워 잘 낳아서 둘째도 혹시 모르니 조금 지켜보자고 하셨다. 그리고 조산기가 있으나 당장 입원을 할 정도는 아니니 일단 집에서 무조건 쉬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추가로, "무거운 것 들지 말고, 아기 안지 말고, 오래 서 있거나 앉아있거나 무리하지 말고...아무것도 하지말라"고 조언하셨다.

첫째 때는 전혀 상상조차 못했던 이런 얘기들. 둘째라 정말 너무 소홀했던 나 자신이 미웠다. 뱃속에 있는 아기에게도 너무나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그래서 이제부터 둘째만 생각하기로 했다.

내 몸이 좋아질 때까지, 우리 가윤이도 중요하지만 둘째부터 살리고 봐야지.

꼭 만삭으로, 열달 채워 낳으리라고 다짐하고 우리 집과 가장 가까운 시댁으로 가서 몸조리를 하기로 했다. 아무리 집에서 쉰다 한들 가윤이가 있는 한 내 몸은 쉬는게 아닐 것이기 때문에...

친정은 포항이라 너무 멀고..시댁이 가까우니 시댁에서 쉬자! 아기가 좋아질 때까지....

그렇게 해서 병원 다녀온 후 나는 설날부터 2주째 시댁에서 쉬고 있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가끔 가윤이가 오면 앉아서 안아주는 정도다.

덕분에 가윤이는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들과 더욱 가까워졌다. 정말 이럴 때 의지할 수 있는 시댁이라도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아무 의지할 가족이 없는 엄마들은 정말 얼마나 힘들까...상상할 수도 없다.


내가 병원에서 조산기가 있다는 소식을 들은 우리 남편도 화들짝 놀랐다. 제주도에서 공연 중이시던 남편 정진욱씨는 병원에서 진료 받던 중에도 무한전화를 하시며 "빨리 입원해라, 그냥 입원해, 입원 왜 안하고 왔느냐"라고 말했다.

집에 와서도 "괜찮아? 누워 있으니 어때?"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물어본다.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나기만 해도 "지연아, 누워있어", 밥 좀 먹으려고 일어나도 "누워있어! 너 그러다 큰일나!" 너무 누워있어서 앉아있으려 하면 또 난리가 난다. 남편의 지나친 걱정, 분명 고맙지만 내 행동 하나하나에 대한 관심에 마음은 은근히 더 불편하고 미안하기만 하다.

이번 주에 드디어 다시 병원을 가게 되는데, 내 마음에는 걱정만 가득하다. 또 무슨 무서운 소리를 듣는 건 아니겠지...우리 둘째,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테니 건강하기만 해 주렴. (정리=한국경제TV 블루뉴스 이예은 기자)


★tvN `푸른 거탑`, `코미디 빅리그`, `황금거탑`의 개그맨 정진욱과 그의 아내 송지연이 펼치는 ‘가윤맘의 육아 타임즈’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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