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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화가 이주이 "정의내려진 것들에 대해 늘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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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15 16:56  

[인터뷰] 화가 이주이 "정의내려진 것들에 대해 늘 고민한다"



이주이는 자신만의 확고한 색을 캔버스로 옮겨온 화가다. 홍익대학교 미술학 석사 회화전공을 마친 그녀는 기하학적 무늬로 자신의 감정을 함축적이고 간결하게 드러내는 작업을 해왔다. 지난 4월 1일부터 4월 7일까지 모아레갤러리에서 열린 기획초대전 ‘관찰자들’은 그녀의 또 다른 도전이 담긴 전시였다. ‘관찰자들’은 그동안 기하학적 무늬로 담아오던 추상작업에 구체적인 이미지의 구상작업까지 더해 ‘익숙함’ 속의 ‘낯섦’을 그려냈다. 이번 전시는 대중과의 소통을 꾀한 작품들이었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전시 후 다음 작업을 준비 중인 이주이와 함께 그녀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 다섯 번째 개인전이다. 전시를 마무리한 소감은

전시회 오프닝이 다가올수록 몸을 혹사하고 시간을 아끼는 타입이다. 그래서인지 전시회가 끝나고 나면 며칠씩 앓아눕기 일쑤다. 작품을 전시장으로 옮기기 전날까지 붓을 잡고 있는 것을 보면 작업에 대해 아쉬움이 많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디스플레이를 끝내면 모든 아쉬움을 잊고 과정에 최선을 다한 것에 만족하는 편이다. 전시 준비기간에 느꼈던 부족함은 자연스럽게 다음 작품으로 이어진다. 전시 횟수가 늘어날수록 첫 전시보다는 준비하는 여러 과정들이 조금 더 숙련되는 것 같다. 이번 전시는 전시공간 대비 새로운 작품 수가 적절히 나왔고, 또한 다음 작업들도 이미 구상됐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 이번 전시와 그동안 해왔던 전시의 차이가 있나

그동안의 작업은 모노크롬 색면으로 다양한 형태의 캔버스와 공간 속 설치를 통해 일루전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의식적인 자기 착각’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추상 작업은 벽면에 설치된 사물과 관찰자의 움직임에 따라 주체와 배경의 관계를 계속적으로 순환하게 만든다. 이 작업을 통해 인간이 권력에 이끌려 어떤 사건이나 상황의 주체자가 되기도 하고, 타자가 되기도 하는 유동적인 모습을 떠올릴 수 있도록 유도했다. 미니멀한 추상작업은 작가인 나 자신을 은밀히 표현하기에는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관람객이 이해하는 인간의 내면적 감정을 나타내기에는 부족하다고 느꼈다.

이번 작업들은 작가의 의도를 구체적으로 나타내면서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는 작품으로 풀어내는데 용기를 냈다. 이번 작품에는 구체적인 형상과 장면을 설명하는 구상작업이 베이스에 깔린다. 여기에 이전까지 진행해 오던 추상작업을 더한 것이다. 이전 전시와 내용적인 측면은 동일하지만, 보이는 형태적인 측면에서는 조금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 작품들이 언뜻 일상적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하학적 무늬가 섞여 들어가 낯선 느낌을 주는 것이 인상적이다. 이러한 작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약 1~3년간 늘 드로잉북을 들고 다니며 일상적인 감정이나 느낌, 그리고 보이는 사실들을 드로잉으로 기록했다. 처음에는 그 형태들을 알아볼 수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기하학적 무늬나 강렬한 색으로만 나타났다. 어릴 적 그렸던 그림들도 그랬다. 계속 그렇게 세상을 그렇게 보아 왔던 것 같다. 하지만, 학교 교육에서 그렇게 그리면 지적을 받기에 혼자만의 세계로 감춰왔다.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세상이 기하학적 모양이나 강렬한 색들로 보인다. 그것을 큰 캔버스 위에 옮기는 작업을 하다 보니 추상작업이 됐다. 그래서 수년째 추상작업만을 해왔다. 하지만, 대중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작업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추상작업은 나만이 알 수 있는 언어로 마구 그려댄 것이 많다. 마음속에 있는 말들과 감정들을 아무도 모르게 마구 쏟아 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자유로웠다. 좋은 작가는 시대성을 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 시대성을 나만의 언어로 풀어내서인지 아무도 모르는 것 같더라.(웃음)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 고민하던 끝에 구상작업과 추상작업을 함께하게 된 것이다.

- 표현 양식에도 변화가 있었나

물론 있었다. 전시 내용적인 측면도 그렇다. 어떤 ‘사회적 정의’를 멀리서 보면 그 형태가 명확하게 보이다가도 가까이 다가서면 그 경계들이 모호해진다. 따라서 그 색들이 모호하게 되는 현상을 경험을 하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유동적이게 된다. 지금은 이러한 명확함들과 모호함들의 경계에서 느끼는 감촉, 시각, 냄새, 소리 등에 대해 모든 감각을 동원해 그 실체를 나타내고자 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중 첫 시리즈가 그 경계에 서 있는 ‘관찰자들’을 은유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우리는 일상적인 공간이 아닌 특정장소, 특정 시간에 자신을 노출시킴으로써 이전과 다른 감각을 느낀다. 하지만, 그 감각은 시간에 따라 또 익숙한 느낌으로 다가오곤 한다. 우리들은 ‘새로운 것’에서 오는 느낌과 ‘익숙함’에서 오는 느낌의 경계에서 일상을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우리가 지나치기 쉬운 경계의 찰나 또는 경계에서의 역사성을 드러내고 싶었다. 화면에 등장하는 익숙한 장소에서 느끼는 낯섦과 또는 불편함, 새로움들을 기존에 해 오던 추상작업으로 담아냈다. 그 장소에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은 추상의 형태들이 일상으로 들어왔을 때 느끼는 장면을 담고 싶었다.



- 이번 작업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

그동안 추상작업으로만 표현하면서 일반인들의 이해를 얻기 힘든 부분들이 있었다. 이번 전시는 구상작업이 함께 표현되어 이전보다 조금 더 이해해 주시는 것 같아 만족한다. 전시회 동안에도 많은 질문들과 호응들을 얻었다.

- 이번 작업만의 특징이 있나

이번 작업은 약 1달간 이탈리아와 그리스에서 준비한 자료들을 통해 만들어진 작업들이다. 낯선 도시와 낯선 장면, 낯선 사람들 속에서 나 자신을 던져놓고 느꼈던 여러 가지 감정들, 냄새, 소리, 이미지들로 가득 채웠다. 무엇보다 현실감을 더해 주는 장면들로 만들어졌다. 색감의 선택은 감각에 의존했다. 사실적인 장면은 최대한 그 장면에서 봤던 색감을 선택하려 하지만, 추상적인 부분은 감각으로 쓰는 편이다.

-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의 이미지가 매우 사실적이다. 사진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의도한 것인지

기존 작가들이나 일반인들은 추상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대부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알고 있다. 개인 전시회로는 처음으로 사실적 표현을 보여드렸지만, 어릴 적부터 구상작업들도 늘 함께해 왔다. 그래서인지 추상과 구상 표현에 문제는 없었다. 특히, 지금 사용하고 있는 구상 기법들은 사진처럼 사실적으로 그리는 것이기 때문에 때론 노동력이 보이는 것 같아 가끔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사진으로 보였다니 구상력이 좋다는 말로 들려서 기분이 좋다.(웃음) 실제 작업은 세필로 하나하나 그렸다. 벽돌 하나하나 머리털 하나하나를 작은 붓으로 그려 터치감들을 살렸다.

이렇게 표현한 것은 물론 의도한 것이다. 실제와 비슷한 장소나 한번쯤 가 봄직한 장소에서의 장면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그 사실적 화면에 상상의 장소나 공간 혹은 대상이 보이게 함으로서 ‘새로움’, ‘낯섦’, ‘불편함’을 표현했다. 우리는 사실적 장면이나 대상이 있는 그림들은 자주 접하기에 익숙한 편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익숙한 것 같은데 뭔가 다른 불편함이나 낯섦을 보여주고 싶었기에 이렇게 추상을 함께 표현했다.



- 쉐이프트 캔버스를 사용한 점이 인상적이다. ‘퍼즐 게임1’과 같은 경우, 그림들이 틀의 바깥에 있기도 하고, ‘오필리아’와 같은 작품은 마치 조각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틀을 벗어난 작업을 하게 된 이유가 있나

늘 ‘경계’에 대해 고민한다. 아니다. ‘정의 내려진 것’들에 대해 고민한다. ‘그것이 정말 사실일까?’, ‘왜 그렇게 단정 지어야 하지?’와 같은 것들 말이다.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 않나. 모험과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는 편이다. ‘기존 캔버스를 왜 그대로 써야 할까’, ‘왜 캔버스는 꼭 사각형이어야 할까’, ‘왜 또 그 위에만 그려야 할까’ 이런 고민들을 하다 보니 쉐이프트 캔버스가 자유로워서 좋아하는 것 같다. 퍼즐 같은 캔버스도 마찬가지다. ‘왜 그림은 벽면에만 존재할까’, ‘그림 밖으로 나오면 안 될까’ 등을 생각하다 보니 ‘퍼즐게임’을 만들게 됐다.

‘오필리아’는 할 말이 조금 많다.(웃음) ‘오필리어’ 작업을 6개월 정도 진행하고 있었을 때, 세월호 사건이 터졌다. 내 작업실에서 그림을 배우는 학생이 나 때문에 세월호가 그렇게 됐다며 울더라. 그 이유가 내가 물에 빠져 죽는 ‘오필리아’의 내용으로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나도 같이 그 고등학생 소녀를 끌어안고 잠시 울었다.

이 작품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서 가장 비극적인 장면이다. 4막 7장, 덴마크 왕자 햄릿의 연인이었던 청순하고 여린 오필리아가 미쳐 버린 후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셰익스피어 원작에서 오필리아는 순수의 결정체와도 같다. 그녀는 속물적인 자신의 아버지와도, 탐욕스러운 왕관과도, 권력과 쾌락의 유혹에 약한 왕비와도 거리감이 있는 인물이다. 심지어 일변 고결하지만 일변 잔인하고 의심과 회의로 가득 찬 햄릿과도 동떨어져 있다. 이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순수함을 지닌 그녀는 결국 죽는다. 하지만, 동시에 그 죽음으로 인해 그녀의 순수는 더 이상 누구에게도 시달리지 않고 침해받지 않는 불멸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햄릿의 시대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정의와 불의, 실체와 허구, 이성과 격정, 사랑과 미움은 항상 대립하고 질서를 유린하는 힘은 항상 존재하며 삶에 있어서의 불균형은 심각하다. 그러나 극은 희생과 상실로만 끝나지 않는다. 깨어진 질서는 언젠가는 다시 복구된다는 믿음이 있고, 삶의 균형이 다시 유지될 수 있다는 믿음 또한 존재한다. 셰익스피어 비극은 개인과 그를 둘러싼 사회나 운명과의 대립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한 개인 안에서 진행되는 도덕적 갈등이 본질적인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오필리아’는 그렇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사각형의 큰 틀은 ‘관’을 상징하고 뾰족한 삼각형은 시대적 배경을 상징한다. 사실 작업을 자세히 보면 많은 뜻이 담긴 식물들과 꽃들, 그리고 오필리아의 형상도 그려져 있다. 작품의 안쪽에는 4막 7장의 대사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어둠 속에서만 볼 수 있도록 야광으로 만들었다. 어둠속에서 보인다는 것은 노란색과 같이 ‘희망의 여지’를 두고 싶기 때문이다.

- 가장 힘들게 완성했던 작품 소개와 그 이유

‘오필리아’다. 쉐이프트 캔버스 디자인을 맡기고 또 도착하는 데만 몇 주가 결렸다. 캔버스가 오고서도 그 무게가 수십 킬로그램이나 되기에 혼자 세웠다 눕혔다 하면서 작업하느라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톱질에 망치질도 해야 해서 여기저기 멍들고 상처들이 많았다. 제작기간도 드로잉부터 에스킷 그리고 실제 스케치하고 작업으로 이어지는 과정까지 합치면 1년 이상 걸린 듯하다.

- 작품에 대한 영감은 보통 어떻게 받나

매일 사색하면서 머릿속 이미지들을 정리한다. 주기적으로 공원이나 공동묘지처럼 조용하고 인적이 드문 곳을 걷기도 한다. 그럴 시간이 없으면 정자세로 앉아서 눈을 감고 사색한다. 해야 할 작업들이 많을 때는 드로잉북을 머리맡에 두고 자야 한다. 자는 동안 이미지들이 떠오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머릿속 이미지들은 책속에서 읽었던 내용들이나 판타지, SF장면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여행의 경험이나 실생활속의 그 어떤 장면들이 혼합되어 떠오르기도 한다. 이미지의 근원은 스스로도 잘 모른다. 단지 작업을 하려고 하기 전에 머릿속에서 이미 이미지들이 조합되고 맞춰져서 형상이 되어 나타난다. 그것을 주로 드로잉하고 현실 속에서 작업한다.

- 향후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나

이도저도 아닌 모호함들의 경계에 서있는 나만의 ‘확실한’ 작업을 하고 싶다. 뜨거운 추상도 차가운 추상도 아닌, 구상도 추상도 아닌, 평면작업도 조각작업도 아닌 그런 작업들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이전보다 더 구체적으로 보일 만큼의 크기와 양으로 전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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