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리맘’ 김희선 “나도 평범한 엄마, 연기 같지 않고 내 일 같았다”

입력 2015-05-26 09:21  



역시 배우 김희선은 유쾌, 상쾌, 통쾌했다.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맘’ 종영 후 만난 김희선은 인터뷰 내내 시종일관 거침없는 입담으로 분위기를 주도했다.

결혼 8년, 엄마가 된지 6년 만에 김희선은 대중 앞에서 여자가 아닌 엄마를 연기했다. 김희선이 결혼 후 처음으로 엄마 역을 맡은 만큼 이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저는 제가 재밌어야지 연기가 잘 나오는 스타일이에요. ‘앵그리맘’은 저한테는 큰 행운이었죠. 얻은 것이 많은 작품이었어요. 김희선이 엄마 역할을 한다 했을 때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봤자 도우미가 키워주겠지. 김희선은 몸매 관리하고 피부 관리나 받고 있겠지’라고 하는데 엄마 마음은 다 똑같아요. 저는 오히려 교복을 입고 액션 연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어요. 딸 가진 엄마가 악에 받쳐서 액션을 선보이는데 힘 있게 보여야 되잖아요. 교복도 잘 어울려야 되고. 그런 것들이 더 걱정됐어요.”

김희선의 활약이 돋보인 ‘앵그리맘’은 한 때 날라리였던 젊은 엄마가 다시 고등학생이 돼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헤쳐 나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가 연기한 조강자는 학교 폭력에 아파하고 전전긍긍하는 이 땅의 많은 엄마들의 고민을 대변했다.

“딸이 7살인데 유치원에서도 끼리끼리 노는 그런 분위기가 있더라고요. 그렇다 보니 ‘앵그리맘’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연기 같지 않고 내 일 같았어요. 드라마라 비현실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마음은 조강자와 같아요.”



‘앵그리맘’ 마지막 회는 시청률 9%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극중 강자가 홍상복 일당을 법의 심판을 받게 했지만 정의 구현은 이뤄지지 않았다. 모두 낮은 형량을 받았고 심지어 상복은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빠져나왔다. 대신 권력의 개였던 상복이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하면서 권선징악은 이뤄졌다. 김희선, 김유정 모녀는 소소한 일상의 기쁨을 되찾았다. 지현우는 존경받는 참 스승으로 거듭나며 해피엔딩을 맞았다.

“멜로나 로맨스가 없는 드라마는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쫄깃한 맛이 없어서 지루할 수 있었는데 좋은 평을 해줘서 좋았죠. 나름 새로운 시도였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복동이(지수)와 러브라인이 예상보다 반응이 좋아서 현장에서도 놀랐어요. 로맨스를 더 보여 달라는 의견도 있었는데 오히려 지수와의 애정신을 약하게 수정했어요. 포옹을 손잡는 걸로 바꾸고, 토닥이며 위로하는 장면으로 바꿨죠. 아무리 그래도 복동이는 극중 딸의 친구이잖아요. 진정성을 살려야하는데 과감한 로맨스는 오히려 현실감을 더 떨어트릴 것으로 생각했어요. 감독님과 상의하면서 그런 부분을 조절했어요.”

당초 ‘앵그리맘’이 시작할 당시에는 40을 바라보는 김희선이 교복을 입고 여고생 연기를 하는 것에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김희선의 교복 입은 모습이 아니었다. 교복을 입어야만 하는 현실이다.

“확실히 키 크고 남성적이고 덩치가 좀 있는 친구들이라 제가 좀 덜 차이가 나 보이나 봐요. ‘신의’에서 함께 했던 (이)민호랑 8살 차이였는데, 지수랑은 16살 차이였잖아요. 좀 더 가볼까 봐요? 김수현이요? 옆에서 더 차이나 보이면 어떡해. 왠지 여배우가 손해볼 것 같은 느낌이에요. 몇 년 후 내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남의 일 같지 않았어요. 내 아이가 그런 일(학교 폭력)을 당하면 조강자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드라마 한 편으로 폭력이 근절되지는 않겠지만, 이를 통해 학교 폭력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이웃의 아이들에게도 관심을 갖게 되면 좋겠어요.”

김희선의 교복 입은 모습과 함께 액션 연기도 화제를 모았다. 트렌디하고 도시적인 캐릭터를 주로 맡은 그는 ‘앵그리맘’을 계기로 액션 연기의 재미를 알게 됐다.

“남자 배우들이 왜 액션에 욕심내고 로망을 갖는지를 깨달았어요. 내가 한 것 대비 효과가 서너배는 나와요. 발차기 착 하고 머리카락을 옆으로 샥 휘날리면서 딱 보고, 이게 앵글에 따라서 너무 멋지게 나오는 거예요. 처음엔 배우기 바빴는데, 나중엔 욕심이 많이 나더라고요. 제가 뒤늦게 액션의 매력을 깨달았어요. 와이어는 연습 안하고 즉석에서 탔는데 재밌더라고요. 제가 액션에 소질이 좀 있나 봐요. 연습하면 더 잘 할 것 같아요.”



김희선은 ‘앵그리맘’을 통해 기대 이상의 연기력을 선보이며 여고생으로도, 엄마로서도 훌륭한 호연을 펼쳤다. 이번 작품을 통해 사랑스러운 여배우에서 연기 잘하는 여배우로의 호칭까지 더했다.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는 유지한 채 성숙된 연기를 보여줬다. 그래서 ‘앵그리맘’ 조강자의 시원시원한 행보에 시청자들은 통쾌한 대리만족을 느꼈다. 조강자가 가슴이 미어질 때 함께 조마조마하며 울었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예쁜 김희선이 아닌 우리네 엄마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흡인력 높은 연기를 보여줬다.

“악조건 속에서도 평이 좋았어요. 감사드리죠. ‘김희선의 재발견’이라고 하시는데, 저 20년째 재발견 되고 있어요. 처음엔 기분이 좀 그랬어요. 늘 열심히 하고 있는데도 계속 재발견만 되고 있으니. 좋게 받아들이고 새로운 작품을 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게요.”

‘앵그리맘’은 김희선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그가 배우의 길을 걷고 있음을 대중에게 알리는 기회가 됐다. 30대에 접어들고 결혼 후에도 여전히 미혼 신데렐라 역할을 맡았다. 변하지 않는 미모만큼이나 언제나 예쁜 역할을 하는 것처럼 오해를 샀다. 조금씩 극중 인물의 성격에 변화를 줬지만 대중은 김희선의 미모에 시선을 집중했다. 그랬던 이들이 김희선의 연기를 달리 보기 시작한 것이다.

“악역을 하고 싶어요. 명분과 사연이 있는 악역, 보는 사람들이 동정심을 느낄 만한 악역이 탐나요. 이미 연기했던 역할을 또 하고 싶지는 않아요. 전 아무리 멋있는 역할도 두 번은 못 하겠더라고요. 모든 역할이 처음 시도하는 것들이라 욕도 많이 먹지만, 호기심이 많고 지루한 걸 싫어해서 그런가 봐요. 제 만족이죠.”

한국경제TV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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