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채수빈, 악녀 연기가 기대되는 까닭

입력 2015-08-25 10:31   수정 2015-11-05 09:48



화려하진 않지만 수수하다. 눈에 확 띄진 않지만 편안한 매력으로 다가온 배우 채수빈이 지난 20일 한국경제TV 와우스타와 마주했다.

채수빈은 최근 종영한 KBS2 주말드라마 ‘파랑새의 집’에서 한은수 역을 맡았다. 방송 전 일각에서는 주말 황금 시간대의 주연 자리를 꿰찬 신인 배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하지만 채수빈은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안방극장에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아직 신인이다 보니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어요.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오디션을 많이 다녔어요. 오디션 현장에 가서 대본을 보고 감독님 지시에 따라 순간순간 연기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좋은 기회가 왔죠. 처음 캐스팅 됐다고 얘기 듣고 계속 못 믿었어요. 실감도 안 났고 지금도 얼떨떨한 것 같아요. 이렇게 큰 기회가 정말 좋은 작품으로 와서 감사해요. 작품이 끝나고 인지도도 올라간 것 같고, 연기적으로 몰랐던 부분에 대해서도 많이 느끼게 됐어요. 또 ‘채수빈’으로서도 한층 성장한 느낌이에요.”

극중 ‘긍정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한은수는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한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밝은 미소로 헤쳐 나간다. 그런 모습이 채수빈과 닮아 보였다.

“은수라는 캐릭터의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가 비슷하지만 저보다 어른스러운 것 같아요. 객관적으로 저를 보기는 힘들지만 저는 속도 없고 막내다운 것 같아요.(웃음)”

밝은 미소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겼던 한은수는 출생의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유독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많았다. 길고 길었던 감정신으로 지칠 법도 할 터. 채수빈에게 슬럼프는 없었을까.

“슬럼프라기보다는 울고, 울고 또 울다보니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어요. 또 정신적으로도 집중해야 되고 부담감이 있다 보니 힘든 부분이 없진 않았어요. 경험이 없다 보니까 매번 똑같이 감정이 잘 잡히는 것도 아니고요. 감정신 전날에는 밥도 잘 못 먹었어요. 그래서 선배님, 감독님들에게 조언도 많이 구했고요. 감사하게도 많이 도와주셔서 잘 이겨내지 않았나 싶어요. 연기에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장면을 만드는 건 나이고 누가 대신해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 분들이 아니었다면 못했을 것 같아요. 특히 최명길 선배님이 ‘그 순간에 집중하라’고 하셨는데 당연한 말이지만 마음속에 많이 와 닿았어요.”



‘파랑새의 집’은 방영 전부터 삼포세대의 이야기를 다루는 지상파 ‘미생’이라는 타이틀 얻으며 기대를 모았지만 초기 기획 의도와는 달리 극 중반부부터 복수극으로 전개되며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전작 ‘가족끼리 왜이래’가 최고 시청률 43.3%, 평균 시청률 31.7%(이하 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한 반면 ‘파랑새의 집’은 평균 시청률 23.7%를 기록하며 아쉽게 막을 내렸다.

“주말 드라마 주연으로 들어간 것 자체가 정말 영광스러운 큰 무대이기 때문에 시청률에 욕심을 부리지 않았어요. 최선을 다해서 이 작품에 누가 되지 않게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복수극으로 전개된 부분에 있어서 아쉬움이 없진 않아요. 하지만 신인이기 때문에 제가 나서서 말하기에 힘든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또 극중에서 상대 배우였던 장현도 씨(이상엽 분)와 헤어진 이후 점점 멀어져서 새드 엔딩으로 끝날까봐 걱정됐어요. 마지막 회가 휙 지나가버려서 아쉽긴 하지만 ‘해피해피’하게 끝나서 좋아요.(웃음)”

채수빈은 작품이 끝나면 인물과 이별하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인물에 대한 일기를 쓰면서 작품을 보내준다고. 그는 연신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언제 여름이 왔나 싶을 정도로 빨리 끝났어요. 막상 할 때는 길게 느껴질 때도 있었는데 끝나고 나니 아쉬움이 커요. 촬영 기간 내내 정말 즐거웠어요. 극 초반부에 지완 오빠(이준혁 분), 현도 씨(이상엽 분), 영주(경수진 분)와 저 네 명이서 술집에서 맥주 마시는 장면이 있거든요. 그때 대사 겹칠 거 생각하지 말고 하라고 하셔서 다들 애드리브로 막 던졌어요. 넷이서 진짜 술집에 온 것처럼 재밌게 촬영했어요. 지나고 나니까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 것 같아 아쉬워요. 정도 많이 들었고요. 제가 인복이 많은가 봐요.”

‘파랑새의 집’은 총 50부작으로 신인 배우가 7개월 동안 연기 호흡을 놓치지 않고 달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국민 여동생’, ‘신인상’을 욕심낼 법도 하지만 채수빈은 인터뷰 내내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국민 여동생이면 정말 좋죠. 제작발표회에서 경기도 여동생까지 도전해보겠다고 했었는데...(웃음) 작품 들어가면서 욕심을 부리기에는 부담이 컸던 것 같아요. 은수라는 캐릭터에 최선을 다해 몰입하고 집중했어요. 믿고 맡겨주셨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을 연기로밖에 보답을 할 수 없잖아요. 이런 저런 욕심 보다는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신인상이요? 욕심이 없다고 하면 좀 그렇죠? 주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웃음)”



채수빈은 어릴 때부터 TV를 보면서 막연하게 연기자에 대한 꿈을 꿔왔다. 그는 드라마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사랑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 시절 우연치 않게 다가온 인연이 채수빈의 꿈을 이룰 수 있게 했다. 그는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2014), 드라마 ‘2014 드라마 페스티벌-원녀일기’, 영화 ‘테이크 아웃’(2014), 드라마 ‘스파이’(2015)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연기 내공을 차곡차곡 쌓았다.

“연기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어서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는데, 입학할 때 연극을 같이 시작해서 학교에는 거의 못나갔어요. 그래도 데뷔 후에 현장에서 직접 느끼고 배우면서 계속 연기 공부를 할 수 있었어요. 학교에서 배우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좋은 기회가 쉽게 오는 건 아니잖아요. 기회가 왔을 때 좋은 작품, 좋은 역할로 조금 더 성장하고 자리를 잡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체력적으로 힘들 수 있지만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할 수 있어서 즐거워요.”

채수빈은 올해 개봉을 앞둔 영화 ‘로봇, 소리’를 통해 관객을 다시 찾는다. 실종된 딸 유주(채수빈 분)을 찾는 아버지(이성민 분)와 세상의 모든 소리를 기억하는 로봇의 이야기다.

“영화 촬영은 거의 끝나가고 있어요. 신이 많지는 않지만 임팩트 있는 역할이에요. 감정신도 굉장히 많고요. 한번은 ‘파랑새의 집’ 마지막 촬영 후 바로 다음 날 영화 촬영을 간적 있어요. 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감정 잡기가 힘들더라고요. 계속 자책하고 있었는데 이성민 선배님께서 ‘괜찮아, 충분히 네 시간 갖고 해’라면서 아무 말씀도 안하시고 더운데도 계속 기다려주셨어요. 정말 멋진 선배님이라고 느꼈어요. 저도 나중에 성장하게 되면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데뷔 이후 쉼 없이 달려온 채수빈에게 연기자가 아닌 스물 두 살의 채수빈으로서 어떤 고민이 있는지 물었다.

“마음공부라고 할까요? 어떻게 해야 더 단단해질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해요. 또 연기를 시작하는 입장에서 ‘일반인처럼 사는데 직업이 연기자’와 ‘삶 자체가 연기자’ 이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사실 나로서의 나를 잃고 싶지 않거든요. 택할 수 있다면 전자이고 싶긴 한데, 이게 마음처럼 쉬운 건 아니니까요.”



잠들기 전 ‘연기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생각한다는 채수빈은 다양한 색과 얼굴을 가진 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전했다. 악한 역, 아픈 역, 한없이 사랑스러운 역할 등 좋은 작품으로 만나고 싶다며 연기 욕심을 드러냈다.

“악녀 연기요? 제가 예전에 연극 할 때 처음 등장하자마자 상대 남자 배우 얼굴을 행주로 20대를 때린 장면이 있어요. 막 욕하고 소리 지르면서요. 나중에 화해를 하고 눈물을 흘릴 때 관객들이 같이 울어주시면서 직접 소통하니까 동정 받는 느낌을 받으면서 감정이 올라오더라고요. 이런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면 어떨까 꼭 도전해보고 싶어요.”

부족한 경험을 책과 영화, 혹은 친구나 자신의 삶에서 찾아본다는 스물 두 살의 배우 채수빈.이제 막 연기자로서의 발을 뗀 그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기대가 된다.

(사진 = 스튜디오 아리 이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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