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8-0 라오스.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선수들이 1년10개월 만에 A매치 득점을 기록한 이청용을 축하하고 있다.(사진 = 대한축구협회)
상대팀은 예상대로 약체였다. 선수명단에 공격수로 제출된 캄펭 사야부티도 수비 최일선에 배치된 선수일 뿐이었다. 오랜만에 한국 선수들은 온전한 밀집수비를 경험했다. 여기서 어설픈 공격 선택이 거듭됐다면 겨우 한 두 골만 넣고 낭패를 당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에게 밀집 수비 깨는 법을 충분히 주지시켰던 것이다. 그 첫 번째 코드가 측면 허물기였다. 왼쪽 측면의 홍철이 그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고 실마리는 시작 후 9분만에 풀렸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끌고 있는 대한민국 남자축구대표팀이 3일 오후 8시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라오스와의 홈 경기에서 골 해트트릭(손흥민)과 도움 해트트릭(홍철)을 한꺼번에 만들어내는 진기명기를 선보이며 8-0으로 대승을 거두고 조 1위(2승, 10득점 0실점) 자리를 굳게 지켰다.
우선 장현수를 오른쪽 풀백으로 뛰게 하며 수비 한 쪽을 안정시킨 슈틸리케호는 왼쪽 측면 수비수로 나온 홍철을 120% 활용해 까다로운 경기 초반 분위기를 압도했다. 단 9분만에 홍철이 선취골이자 대승의 출발점을 멋지게 만들어낸 것이다. 왼쪽 끝줄까지 치고 들어가 띄워준 크로스를 이청용이 깔끔한 헤더로 마무리했다.
홍철의 도움 해트트릭 행진은 곧바로 3분 뒤에도 이어졌다. 역시 왼쪽 측면에서 짧은 연결을 주고받은 홍철이 손흥민을 겨냥했고 이 공을 받은 손흥민은 빈 골문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오른발 슛을 침착하게 성공시켰다. 홍철은 57분에도 정우영의 롱패스를 정확하게 잡아놓고 달려들어가며 기막힌 왼발 휘어차기 크로스로 최근 떠오르는 골잡이 석현준(비토리아 FC, 포르투갈)의 감격적인 A매치 데뷔골을 만들어준 것이다.
홍철의 도움 해트트릭에 자극받은 손흥민은 12분 선취골에 만족하지 않고 후반전에 더욱 놀라운 활약을 펼치며 끝내 골 해트트릭의 감격을 누렸다. 74분에 기성용이 대지를 가르는 패스를 장현수 발 앞에 보내며 감탄사가 터져나왔고 곧바로 이 연결을 받은 손흥민이 더욱 놀라운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오른쪽 끝줄 바로 앞 각도 없는 곳에서 오른발 인스텝킥으로 `슈퍼골`을 터뜨린 것이다. 라오스 골키퍼 셍달라웡의 머리 바로 위로 날아간 공은 골문 왼쪽 톱 코너를 보기 좋게 꿰뚫었다.
이 기세를 살려낸 손흥민은 기어코 해트트릭을 완성시켰다. 그 시간이 89분이었기에 더 극적이었다. 정우영의 찔러주기를 받은 손흥민이 라오스 수비수 폼마판야를 따돌리고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정확하게 깔아차 넣은 것이다.
활짝 웃는 표정의 손흥민은 손가락 세 개를 펴보이며 화성에 찾아온 관중들과 기쁨을 나눴다. 레바논과의 원정 3차전에는 불참하고 새로운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에 적응해야 하는 숙제가 있었지만 이 해트트릭 성공으로 마음의 부담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게 됐다.
대한민국 선수들은 홍철과 손흥민의 활약 말고도 권창훈이 멀티골을 터뜨리며 K리거의 성공 가능성을 또 한 번 자랑했다. 후반전에 이청용대신 들어온 이재성은 추가 시간에 기성용의 멋진 로빙 패스를 받아 침착한 왼발 돌려차기를 성공시키며 8-0 화룡점정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제 대한민국 선수들은 오는 8일(화) 오후 11시 베이루트에 있는 무시시팔 스타디움으로 들어가 레바논과 예선 세 번째 경기를 펼치게 된다.
※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G조 결과(3일 오후 8시, 화성종합경기타운)
★ 대한민국 8-0 라오스 [득점 : 이청용(9분,도움-홍철), 손흥민(12분,도움-홍철), 권창훈(29분,도움-정우영), 석현준(57분,도움-홍철), 손흥민(74분,도움-장현수), 권창훈(75분,도움-장현수), 손흥민(89분,도움-정우영), 이재성(90+3분,도움-기성용)]
◎ 대한민국 선수들
FW : 석현준(61분↔황의조)
AMF : 손흥민, 권창훈, 기성용, 이청용(77분↔이재성)
DMF : 정우영
DF : 홍철(69분↔김진수), 김영권, 홍정호, 장현수
GK : 권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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