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정부 첫 연준 회의…‘재닛 옐런의 반란’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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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01 10:19  

도널드 트럼프 정부 첫 연준 회의…‘재닛 옐런의 반란’ 시작되나



미국 시간으로 오늘부터 양일간 일정으로 중앙은행(Fed) 회의가 열린다. 목적은 ‘올해 통화정책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여부다. 하지만 월가를 비롯한 국제금융시장의 관심은 다른데 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첫 회의인 만큼 ‘재닛 옐런과 Fed가 어떤 자세와 입장을 보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난해 2월 대통령 선거가 시작한 이후 줄곧 갈등을 빚어온 옐런 의장은 통화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뜻을 강조했다. 밴 버냉키 전 의장 이후 Fed는 ‘제한적 재량방식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해오고 있다. 경제지표에 따라 유연하게 조율하겠다는 의미다. Fed의 금리결정위원의 자율권을 제한하는 ‘준칙’에 의한 방식과 대조적이다.

첫 회의 직전에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1.9%에 그쳤다. 이례적으로 높았던 같은 해 3분기(3.5%)에 따른 기조 효과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2%대는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성장률은 1.6%에 그쳐 2011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아직까지 경기 회복세가 완전치 못한 셈이다.


가장 최근(올해 1월 17일, IMF)에 나온 올해 미국경제 성장률은 2.2%다. Fed가 추정하는 잠재성장률이 2.5% 내외(Fed의 계량모델인 ‘퍼버스(Ferbus=FRB+US)로 하향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점을 감안하면 ‘오쿤의 법칙(Okun’s rule)’ 상 소득 갭이 ?0.3% 포인트의 디플레이션 갭이 발생하는 수준이다.

Fed의 양대 책무인 물가안정과 고용창출과 관련해 실업률은 완전고용수준(Fed 추정치는 4.8%∼5.1%)에 도달한지 오래됐다. 지난해 4분기 근원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은 1.3%로 목표선인 2%를 밑돌고 있다. 트럼프노믹스에 따른 재정인플레이션 우려 등을 감안하면 통화정책 시차 내에 목표선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

경기와 양대 책무와 관련된 경제지표로는 첫 Fed 회의에서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여건이 성숙돼 있지 않다. 이럴 때 실제로 금리를 올릴 것인가는 금리결정권자의 성향(비둘기파 혹은 매파), 금리결정 관행(그린스펀 혹은 버냉키-옐런 방식), 시장과의 소통(실질금리 추이), 그리고 트럼프 정부와 미국 의회와의 관계 등에 따라 결정된다.

금리결정권을 갖고 있는 FOMC 위원은 Fed 이사 7명 중 5명(2명 공석), 당연직인 뉴욕 연준 총재를 포함한 4명의 순환직 연준 총재 등 10명이다. 올해 새롭게 금리결정권을 갖게 된 지역 연준 총재는 찰스 에반스(시카고), 닐 카시카라(미네아폴리스), 패티릭 하커(필라델피아), 로버트 카플란(달라스)이다. 블룸버그가 산출하는 정책성향지수(most dovish ?2∼most hawkish +2)는 지난해 ‘-0.4’에서 올해는 ‘-0.6’로 비둘기파 성향이 강해졌다.

‘제한적 재량방식’과 같은 맥락에서 Fed는 금리를 인상한 이후 시장반응과 경기상황을 지켜보는 방식(go-stop)을 취해 왔다. 2004년 이후 매 Fed 회의 때마다 금리를 올리는 방식(step by step)과는 구별된다. 2015년 12월 금리인상 이후 지난해 네 차례 추가 금리인상이 예고됐으나 경기가 따라주지 않자 한 차례 인상에 그친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과의 소통에 있어서 가장 중시하는 실질금리는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이후 안정세를 찾고 있다. 지난해 11월 8일 대선 당일 ?0.15%였던 실질금리(10년물 국채금리-소비자물가상승률)는 같은 해 12월 16일에는 0.74%까지 급등하다가 최근에는 0.36%로 절반수준으로 떨어졌다. 트럼프노믹스가 가시화되면 실질금리는 현 수준보다 오를 수 있다.

새로 출범한 트럼프 정부와 공화당이 득세한 미국 의회와의 관계 설정, 즉 ‘옐런의 반란(Yellon’s insurgency)’이 있을 것인가도 관심사다. 트럼프 정부는 보호주의를 지향한다. 무역적자를 축소하기 위해서다. Fed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면 달러 강세를 초래해 무역적자가 확대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달러 강세’보다 ‘약세’를 선호한다.

트럼프 정부 출범에 맞춰 의회가 올 들어 처음 Fed에 대한 감사를 강화하는 법안(Federal Reserve Transparency Act of 2017)을 발의한 점도 주목된다. 핵심은 ‘부분 감사’에서 ‘전면 강사’ 체제로 개편하겠다는 내용이다. 벌써부터 Fed의 통화정책 추진에 독립성이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지표에 따라 판단하기 어려웠던 금리인상 여부를 금리결정위원의 성향, 금리결정 관행, 시장과의 소통, 그리고 트럼프 정부와 의회와의 관계 등을 추가적으로 고려하면 첫 회의에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낮다. 옐런 의장이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2월말까지 Fed의 통화정책 방향도 이런 7개 판단지표로 보면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제는 그 이후다. 각국 중앙은행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몰고 왔던 변곡점은 9년 전에 발생했던 글로벌 금융위기다. 사상 초유의 사태라 전통적인 통화정책으로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양적완화(QE),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 마이너스 금리 등과 같은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으로 위기극복과 경기부양을 모색했다.

중앙은행 목표도 전통적인 ‘물가안정’에 ‘고용창출’이 추가됐고, 금리변경도 ‘준칙(존 테일러)’보다 ‘제한적 재량정책(밴 버냉키?재닛 옐런)’으로 변경됐다. 금융 감독권도 ‘빅 브라더’로 중앙은행에 집중시켰고, 통화정책 관할대상도 실물경제만 고려(그린스펀 독트린)하던 것을 자산시장까지 확대(버냉키 독트린)했다.

올해를 계기로 지난 9년 동안 지속됐던 저금리 국면이 서서히 마무리 단계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선두격인 Fed는 2014년 10월 양적완화를 마무리 한데 2015년 이후 두 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유럽중앙은행(ECB)와 일본은행(BOJ)도 양적완화 규모를 줄여나가는 ‘소프트 테이퍼링’을 추진할 방침을 확정했다.

각국의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해 나간다면 최대 관심이 되는 것은 ‘과연 얼마나 올릴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옐런의 임기가 끝나는 2018년 2월말 이후 차기 Fed 의장으로 거론되는 존 테일러 스탠포드 교수가 창안한 ‘테일러 준칙(Taylor`s rule)’이 오랜만에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테일러 준칙은 적정금리를 측정하는 방법의 하나다. 엄격히 따진다면 사전에 적정금리를 추정하는 방법이기보다는 사후적인 검증지표다. 이 준칙은 성장과 물가가 당초 목표수준과 차이가 날 경우 통화당국이 그동안 정책금리를 어떻게 조정해 왔으며 그것이 과연 적절한 수준이었나를 검증하기 위한 지표로 활용돼 왔다.

산출 공식은 우선 실질 균형금리에 평가기간 중 인플레이션율을 더한다. 여기에 평가기간 중 인플레이션율에서 목표 인플레이션율을 뺀 수치에 정책반응 계수(물가 및 성장에 대한 통화당국의 정책의지를 나타내는 계량수치)를 곱한다. 그리고 평가기간중 경제성장률에 잠재성장률을 뺀 값에 정책반응 계수를 곱한 후 모두 더해 산출한다.

간단하게는 소비자물가상승률에 경제성장률을 더한 수치와 비교해서 현 금리수준의 적정성을 따지기도 한다. 테일러 준칙은 통화정책의 시차효과를 고려하지 않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물가안정과 경제성장 목표 가운데 어느 쪽에 더 중점을 두었는지를 알 수 있다.

트럼트 대통령이 차기 Fed 의장으로 테일러 교수를 적임자로 보는 것은 ‘미국의 재건’과 같은 확실한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테일러 준칙’에 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에서다. 버냉키-옐런의 재량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통화정책이 중립성만 지켜준다면 경제정책 우선순위가 재정정책으로 이동되고 그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각국의 정책금리는 테일러 준칙에 의해 도출된 금리보다 훨씬 낮아 통화정책이 지나치게 ‘확장적’이었음을 뒷받침해 준다. 금융위기 이후 추진됐던 금리인하 정책의 효과가 국제금융시장에서 `무용론`이 일 정도로 미약해 종전과 같은 부양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금리를 더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경제여건에 비해 낮은 저금리 국면이 오랫동안 지속됨에 따라 세계경제는 제자리를 맞지 못한 상황에서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대표적으로 금융차입 비용이 부동산과 같은 실물투자 수익률보다 값싸 보이는 ‘부채-경감 현상`으로 발생한 부동산 거품을 해소하기 위해 각국이 엄청난 정책비용을 치르고 있는 점이다.

과도기적인 현상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올해부터는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재정지출과 감세를 동시에 추진한다면 단기적으로 재정적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예상대로 국채로 메운다면 투자자의 과다보유 채권물량까지 한꺼번에 겹치면서 시장금리가 의외로 빨리 올라갈 수 있다.

시장금리가 올라가면 정책금리도 인상해야 한다. 정책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한 나라의 금리체계가 흐트러져 금융시장의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세계경기가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Fed가 정책금리를 한 차례 더 인상한 것은 전통적으로 중시해온 인플레이션 목적보다 이런 측면이 더 강하다.

테일러 준칙을 통해 본 각국의 정책금리가 적정수준보다 훨씬 낮은 점을 감안하면 정책금리가 일단 인상국면에 접어들면 그 속도와 폭은 과거 어느 회복기보다 빠르고 클 가능성이 높다. 이 점을 트럼프 정부에서 통화정책 잣대로 테일러 준칙이 다시 중시될 경우 정책당국과 기업인, 그리고 투자자가 예의 주시해야 한다.



<글. 한상춘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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