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반기업정서 보고서⑥] `악순환 고리` 끊지 못한 기업…등 돌린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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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23 21:46   수정 2017-02-24 18:18

[대한민국 반기업정서 보고서⑥] `악순환 고리` 끊지 못한 기업…등 돌린 민심

- 70년대 산업화 속 `유공자`-`수혜자` 인식 공존
- 지배구조 개선 등 기업의 철저한 자성 우선



한국의 높은 반기업 정서는 40여년이란 짧은 자본주의 역사와 압축성장의 또 다른 부산물입니다. 전문가들은 반감의 대상인 기업들도 국민들의 반감이 어디서 시작되고 커져 왔는지 자신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최근의 최순실 사태로 다시 도마위에 오른 정경유착, 가족 간의 무리한 편법상속, 그리고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재벌 3세들의 비도덕적 행태 등은 대중의 기업반감을 강화하거나 재점화하는 요소임에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은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윤리경영, 투명경영을 약속하고 자정노력도 했지만, 반복되는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기업의 노력 보다 대중에게 더 강한 인식을 남기며 기업 전반에 대한 불신의 골을 깊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 `금수저`들의 비행, 반기업정서 `불 쏘시개`

연초부터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셋째 아들 김동선씨가 폭행 혐의로 검찰에 구속 기소됐습니다. 지난 연말에는 두정물산 대표의 아들 임범준씨와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의 장남 장선익 이사가 항공기와 술집에서 난동을 피우다 경찰에 입건됐습니다. 정일선 현대BNG스틸 사장,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의 운전기사 `폭언·폭행` 사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 SK재벌가인 최철원 전 M&M대표의 `맷값 폭행` 사건도 대표적인 국내 기업 오너가들의 낯 뜨거운 비행입니다.

이른바 `수저계급론`으로 극심한 청년층의 박탈감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경영능력은 물론이고 윤리의식과 도덕성을 의심케하는 재벌가 자녀들의 일탈은 `갑질`로 통칭되며, 해당 기업 이미지 뿐 아니라 기업 전반에 대한 반기업정서를 심화시킨다는 분석입니다. 여기다 기업 오너가라면 부와 경영을 무조건 대물림받는 국내 재벌들의 가업 승계와 지배구조 문제는 대중의 반감을 증가시키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재벌 2세들은 자기가 누리는 것을 하나의 특수 신분으로 착각하며 규범을 지키지 않는다"며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SNS에 올렸던 글(`부모 잘 만나는 것도 실력`)이 단적인 예"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교수는 또 "미국 사회가 전형적인 자본주의면서도 공정성이 있는 것은 더 큰 징벌을 내려 재발을 방지하기 때문"이라며 "재벌가 자제들에 대한 솜밤망이 처벌은 악순환만 반복시킬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기업 불신` 낳은 사건들..자정 노력에도 더 높아진 잣대
1960~70년대 전쟁의 폐허속에서 출발한 대한민국의 산업화 초기에는 이른바 `선별기업지원제도`가 힘을 발휘했습니다. 마치 올림픽에 나갈 국가대표 선수를 뽑듯 기업의 대표주자를 선발해 정부가 육성하고 각종 지원을 해준 것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기업들을 고도성장을 주도한 산업 유공자라는 시선으로 바라봄과 동시에 정부의 특혜를 독점한 수혜자라는 눈길로 쳐다봅니다.
국내 반기업 정서를 키운 사건들을 보면 불법적 또는 비윤리적 행위들로 시작돼, IMF 이후 지배구조나 경영상의 횡령 배임 등의 사건으로 변화했습니다. 초기 기업들의 비윤리적인 불법 행위의 대표 사례는 삼성의 사카린 밀수 사건, 제일제당의 삼분(밀가루, 설탕, 시멘트) 폭리 사건, 두산의 낙동강 페놀유출 사건 등이 꼽힙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한국 기업의 성장이 한국 경제의 발전이었고, 국내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키울 것이란 대중의 공감대가 반기업정서를 압도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은 많은 변화를 요구받고 또 노력합니다. 사외이사 의무화 등 선진제도를 도입해 지배구조 문제를 일부 해결했습니다. 국내 대표 기업인 LG그룹, SK그룹 등이 지주회사로 전환했고, 삼성그룹도 2013년 16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계열사 합병이나 매각 등으로 7개로 감소시키는 등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는 과거보다 더 높은 기준으로 기업의 법률적, 도덕적 책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재벌 기업들의 경영상속이 법적으로 `합법`이란 해석을 얻었을 지라도, 대중은 과정의 정당성에 의문을 던지고 이를 통해 만들어진 이익에 대한 사회 환원을 촉구합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한국 대기업들은 지배구조를 개선했다고 하지만, `가족경영, 선단식 경영체제`란 본질적 구조는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중들이 변화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윤 교수는 또 "가족경영, 선단식 체제는 다른 나라 기업들에게서도 볼 수 있는 것인데, 유독 한국에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며, 부각된 단점뿐 아니라 장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결국은 기업의 철저한 자정 노력이 기반이 되어야 반기업정서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최근 최순실 게이트는 그동안 `투명경영`을 외쳐온 기업들에게는 `정경유착은 여전하다`는 부메랑이 되어 기업의 불신을 확대 시켰습니다. 기업 스스로 정치외풍에 버틸 체력을 키우고, 지배구조 역시 순환출자 구조로 성장해 온 시대를 넘어 지주회사 체제로 소유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이머징마켓 중에서도 기업지배구조 후진국"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자금을 조달하는데 있어 이런 지배구조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국내 반기업 정서의 악순환 고리를 끊는 것은 결국 기업"이라고 말합니다.

한국경제TV 기획취재팀 조연·김치형·신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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