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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감세정책과 원·달러 1,000원 붕괴설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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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12-11 10:15   수정 2018-01-13 18:23

트럼프 감세정책과 원·달러 1,000원 붕괴설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대규모 세제 개편안이 미국 상원을 통과했다. 지난달 하원에 이어 상원을 통과함에 따라 9부 능선이 넘은 셈이다. 핵심은 법인세를 현행 35%에서 20%로 대폭 삭감하는 내용이다. 앞으로 상하원 합동위원회에서 의견조율을 거쳐 트럼트 대통령의 최종 서명 이후 빠르면 내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감세정책은 이론적 근거는 1980년대 초 레이건 행정부가 추진했던 공급증시 경제학이다. 당시 2차 오일쇼크 여파로 ‘스테그플레이션(경기침체에 물가가 올라가는 현상)’이라는 정책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부딪치자 대규모 감세를 통해 경제주체의 효율을 높여 성장률을 끌어 올리고 물가도 안정시켰다.

감세정책의 이론적 토대인 ‘래퍼 곡선(Laffer Curve)’을 보면 세율과 재정수입 간 정(正)의 구간을 ‘표준 지대(normal zone)’, 부(負)의 구간을 ‘비표준 지대(abnormal zone)’라 부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출마 이전부터 너무 높아 경제효율을 떨어뜨리는 세 부담을 낮춰줘야 경기가 살아나고 재정수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감세를 추진한다면 ‘재정적자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하는 점에 의문이 든다. 최소한 경기가 살아나기까지 늘어날 재정적자를 국채로 메운다면 국가채무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자는 기업인 출신답게 민간자본을 대거 참여시켜 이런 부담을 충분히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대규모 감세정책을 통해 가장 기대하는 것은 해외에 나가있는 자본이 미국 내로 들어오는 ‘리쇼오링 효과’다. 지난 10년 동안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성장격차가 축소됨에 따라 세계 경제의 추진력으로 간주되던 세계화(globalization)를 보는 시각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역사적으로 세계화가 진전되기 시작한 1960년대 이후 선진국과 개도국 간에는 소득격차가 현저하게 확대됐다. 1960년 선진국 소득의 8% 수준이었던 저소득 개도국의 1인당 GDP는 1990년대말까지 1% 내외로 하락했다. 이같은 현상을 두고 UC 얼바인의 포메란츠 교수는 선진국 입장에서 ‘위대한 발산(great divergence)`라 부른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사정은 달라진다. 개도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선진국과의 소득격차가 축소됐다. 포스너의 기술격차이론에서는 후발국은 선발국의 지식과 기술을 흡수함으로써 압축성장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을 두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FT)의 마틴 울프는 ‘위대한 수렴(great convergence)’이라 불렀다.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소득격차는 고용창출 문제에 있어서는 이전보다 훨씬 줄어드는 것이나 나타났다. 세계화 정도가 높은 미국 등 선진국일수록 경기회복에 따른 고용창출효과가 크게 떨어졌다. 2000년 이후 각국의 세계화 정도와 실업률 간의 산포도(scatter diagram)을 그려보면 뚜렷한 ‘정(正)의 관계’ 나타난다.

특히 세계화 진전에 따라 자국내 주력산업으로 등장한 IT와 같은 증강현실 산업과 맞물려 `고용창출 없는 경기회복(jobless recovery)`이 더 뚜렷하다. 증강현실 산업은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 경험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들 분야에서 취약한 청년층들의 실업이 급증하는 추세다. 대부분 국가에서 청년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의 2배 이상으로 높다.

그 결과 각국에서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고개를 들고 있는 신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신러다이트는 19세기초 기계를 파괴시키자는 러다이트 운동에 빚대어 증강현실, 즉 첨단기술을 파괴시키자는 움직임을 말한다. 일부에서는 각종 바이러스 전파, 디도스(DDos) 공격 등을 이 운동의 일환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이 때문에 버락 오바마 정부는 금융위기 이전까지 주력해 왔던 세계화와 반대되는 리쇼오링(resouring) 정책을 추진했다. 리쇼오링이란 세계화의 목표인 아웃 소싱의 반대 개념으로 해외에 나가있는 미국 기업들을 각종 세계 혜택과 규제완화 등을 통해 불러들이는 정책을 말한다. 미국 이외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미국 기업을 불러들이는 리쇼오링 정책을 더 강화했다. 앞으로 대규모 법인세 인하 등을 통해 자본의 리쇼오링까지 병행될 경우 실물과 금융시장 간 선순환 고리가 강화돼 견실한 미국경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인 트럼프노믹스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다.

미국 이외 국가가 비상이 걸렸다. 대규모 감세안이 미국 상원을 통과한 직후 독일, 프랑스, 일본, 영국, 캐나다 등 대부분 선진국이 법인세를 추가로 내리거나 조만간 내일 계획이다. 중국도 미국으로 기업과 자본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법인세 인하를 검토 중이다. 한국만이 법인세를 25%로 올리는 유일한 국가다.

중요한 것은 환율에 미치는 효과다. 지난달 이후 세제 개편안이 미국 하원과 상원을 잇달아 통과하면서 글로벌 환율 벤치마크 지수인 달러인덱스는 ‘91‘에서 93’∼94‘레벨대로 상승했다. 세제 개편안에 따라 미국으로의 자금 환류가 본격화될 경우 달러 수요가 증대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은 마지노선으로 여겨왔던 1100원대마저 무너졌다. 주요 통화대비 달러 가치가 회복하는 속에 원화에 대해서는 약세를 보이는 환율왜곡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9월 이후 다시 확대되고 있는 경상수지흑자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 이후 달러 강세를 겨냥한 달러보유물량이 출회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고 있다.

Fed가 이미 밝힌 로드 맵대로 출구전략을 가져가고 트럼프 정부의 세제 개혁안이 추진될 경우 환율왜곡 현상인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장 큰 대내외 환율왜곡 요인인 경상수지흑자부터 줄여 나가야 한다. 특히 우리처럼 ‘양극화형 흑자’는 질적으로 안 좋고 미국으로부터 환율조작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원천 면에서 경상수지흑자가 당분간 줄어들 가능성이 적다면 운용 면에서 해외투자 활성화 등을 통해 국내 외환시장에 들어오는 달러 물량을 줄여야 한다. 국내 들어오는 외국인 자금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권장하는 영구적 불태화 개입(PSI·permanent sterilized intervention)`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PSI는 국부펀드 등을 통해 유입 외자에 상응하는 해외자산을 사들여 통화 가치의 균형을 맞추는 방안을 말한다.

전제조건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 PSI를 도입하려면 유동성이나 신용위험 면에서 외자를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외화유동성은 2선 자금까지 합치면 5000억 달러를 넘어 어떤 방식으로 추정된 적정외화보유액보다 많다. 이런 방안으로 환율왜곡 현상을 시정시켜야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공유(혹은 공생)경제’ 실현을 앞당길 수 있다..

<글. 한상춘/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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