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파산·관세전쟁' 터키…中 보다 위험한 이유

입력 2018-08-12 15:20  



터키가 취약한 경제 상황에 미국과의 갈등까지 겹치면서 금융위기를 향해 치닫고 있다. 터키뿐 아니라 유럽과 신흥국 등 다른 지역까지 위험이 번질 수 있다는 공포가 국제 금융시장에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면 대치에서 물러설 뜻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 "위기 전염될라"…유럽·신흥국에 공포감 확산

투자자들은 터키의 위기가 다른 지역까지 얼마나 퍼질까를 걱정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0일 트럼프가 터키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2배로 높인다고 한 뒤 터키 리라화가 한때 달러 대비 17%까지 떨어지자 즉각적인 연쇄 반응을 촉발했다.

시장의 붕괴가 터키를 넘어 유럽과 신흥국 등 다른 곳까지 퍼질 수 있다는 조짐이 있다.

공포에 질린 투자자들은 위험성 자산을 버리고 미국 국채와 독일 국채 같은 안전자산으로 몰렸다.

세계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와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가 떨어졌으며 중국과 브라질, 멕시코의 통화도 약세였다.

유럽은 터키와의 무역 규모가 약 1천800억달러(약 200조원)에 이르고 터키에 대한 대출도 많아 터키 리스크가 크다. 유럽 증시의 주가는 모두 하락했는데 이 가운데 유로스톡스50지수는 2%나 떨어졌다.

터키에 대한 대출이 많은 유로존 은행들에 대한 걱정 속에 유로화는 달러화 대비 1.2% 하락해 1년 만에 가장 낮았다.

터키에 많은 대출을 해준 BBVA와 우니크레디트, BNP파리바 등 유럽 은행은 유럽중앙은행의 경고 이후 주가가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터키에서 기업들이 줄줄이 파산하는 사태로 터키의 은행 부문까지 주저앉을까 우려하고 있다.




◇ 경제정책 신뢰 상실에 미국과의 갈등 결정타

터키 경제는 이미 벼랑으로 향하고 있었다.

인플레이션이 치솟고 통화가치가 급락해도 에르도안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상황을 악화시키기만 했다.

에르도안이 금융 정책과 경제정책을 제멋대로 휘두르는 것에 대해 많은 투자자는 걱정하고 있다. 에르도안은 지난달 중앙은행의 금융통화위원을 직접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고 자신의 사위를 재무장관으로 세웠다.

그동안 터키 기업들은 마구잡이식으로 외화 자금을 빌려 막대한 빚을 쌓았고 물가는 폭등했다. 터키의 경상수지 적자는 세계 최대 수준이다.

터키 금융시장의 혼란은 경제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막대한 부채 때문에 지난 1년 사이 주요 대기업 여러 개가 외화 채무 재조정을 요청했다.

터키 경제에 대한 신뢰가 악화했다는 가장 뚜렷한 신호는 터키 리라화의 환율이다.

올해 들어 달러 대비 리라의 가치는 10일까지 69%나 폭락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고 곧 구제금융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 때문에 해외투자자금이 터키에서 빠져나가던 참에 트럼프의 관세 인상은 뇌관에 불을 붙인 셈이 됐다.

트럼프는 간첩으로 지목받고 터키에 2년 넘게 붙잡혀있는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을 즉각 석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터키는 지난 7월에 연율 15.85%로 14년 만에 최고를 찍은 물가상승률에 허덕이고 있다.

치솟는 물가를 잡으려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에르도안은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 간여하며 금리 인상을 막고 있다.

지난달 터키 중앙은행이 금리를 동결하자 투자자들의 실망으로 리라화 가치는 급락했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1일에도 "금리는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부자를 더 부유하게 하는 착취 수단이기 때문에 최소한도로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인 목사 석방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터키는 미국으로부터 추가 경제제재를 당할 가능성이 있다. 터키는 이란 제재와 시리아 사태 등의 문제에서도 미국과 반목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이 터키를 위협하고 있다며 `경제전쟁`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 터키 부도 위험 커져…구제금융 신청할까

터키 경제가 취약한 것은 막대한 외화부채 때문이다.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에 따르면 터키의 해외 부채는 3월 말 기준 4천666억7천만달러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3%에 이르렀고 이 가운데 4분의 1은 올해 안에 상환해야 하는 단기 부채다.

이와 대조적으로 도이체방크는 터키의 외화표시 부채가 GDP의 70%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리라화 가치가 떨어지면 외화부채 상환 부담은 커진다.
투자자들은 터키가 빚을 갚을 수 없을 것으로 우려한다.

터키 국채의 부도가 날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금융 파생상품의 비용이 급증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10일 기준 IHS마킷 자료에 따르면 터키의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450으로 전날의 378에서 급격히 높아졌다. CDS 프리미엄이 450이라는 것은 5년 동안 부도에 대비해 터키 국채 1천만달러를 보증하는 데 연간 45만달러가 든다는 뜻이다. 터키의 CDS 스프레드는 지난해 말에는 166이었다.

IHS마킷의 가반 놀란은 "에르도안 정부의 경제 운용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 터키 국채가 압력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터키 정부의 정책 실패로 두 자릿수대의 인플레이션과 통화가치 하락이 초래됐다는 얘기다.

금융 전문 매체 마켓워치는 터키의 막대한 부채를 고려하면 리라화 폭락으로 터키가 곧장 절벽으로 내몰릴 수 있다면서 구제금융을 신청해야만 할 처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국제통화기금(IMF)이 터키를 돕거나 터키가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일은 일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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