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에게 숙취해소 음료를?…발상 전환으로 100억 '대박'

유오성 기자

입력 2019-03-15 18:33   수정 2019-03-15 18:36

    실리콘밸리式 숙취해소음료, 한국에서도 통할까?
    아홉 살에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다. 가끔 방문하던 한국. 성인이 된 그의 눈에 띈 것은 편의점마다 진열된 숙취해소 음료다. 숙취를 말끔히 없애주는 신비의 음료는 한국문화가 낯선 그에겐 신세계였다. 기념품으로 사온 숙취해소 음료가 미국 친구들 사이에서 예상치 못한 뜨거운 반응을 얻자 직접 만들어 보겠다는 엉뚱한 계획을 세웠다. 직장을 다니며 남들과 조금 다른 취미생활이던 숙취해소 판매 프로젝트는 어느새 그의 첫 창업이 됐고, 모어랩스는 창업 1년 6개월 만에 미국, 유럽 등 국가에서 1,000만 달러(약 113억 원)의 매출을 올린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시선 모어랩스 대표(29)는 창업 전 페이스북과 우버, 테슬라를 거친 전형적인 엔지니어였다. 우연한 기회 한국에서 접한 숙취해소 음료로 창업을 시작했지만 실리콘밸리의 회사에서 근무했던 짧지 않은 시간들이 회사를 키우는 자양분이 됐다. 돈 주고도 배우기 힘든 실리콘밸리에서 경험은 창업과정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 실리콘밸리 엔지니어의 판매 공식

    시장이 없으면 만들어 낸다. 숙취해소 음료는 우리에겐 친숙하지만 미국에선 개념 조차 생소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서 근무해왔던 그에게 낯선 제품을 판매하는 미션은 오히려 낯설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무료로 샘플을 배포하고 마셔본 사람들의 반응을 관찰했다. 효과, 맛, 디자인을 바꿔가며 데이터를 수집했고 좋은 반응이 나올 때까지 제품을 개선했다. 데이터를 모으는 과정에서 행오버 드링크에 대한 소문이 퍼졌고 숙취해소 음료는 어느새 누구나 맛보고 경험하고 싶어 하는 재밌는 프로젝트로 탈바꿈했다.

    부족한 자금은 크라우드펀딩으로 채웠다. 생산을 위한 최소비용은 5만 달러인데 2만5천 달러가 부족했다. 하지만 제품을 생산한다고 해도 시장에서 얼마나 팔릴지 알 수 없는 상황. 검증되지 않은 청년 창업가에게 힘을 실어 준 건 소비자들이었다. 미국 크라우드펀딩 인디고고에 모닝 리커버리 프로젝트에 참여할 투자자를 모았고 3주 만에 25만 달러가 모였다. 필요자금에 10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누구나 경험하는 숙취를 없애주겠다는 젊은 창업자의 의지와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가 맞아 떨어진 셈이다.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도 장애물은 아니다. 이 대표는 대학에선 시스템공학을 전공했고, 직장에선 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평소 생물학이나 화학에 관심이 많은 편도 아니었다. 단지, 새로운 지식을 공부해 제품에 적용하는 일은 직장생활에서 얻을 수 없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효과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과학 지식은 논문을 통해 학습했고, 전문가를 찾아가는 수고스러움도 감수했다. 모어랩스는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버전을 하나씩 높여간다. 버전이 높을수록 최근에 나온 제품이고, 성능은 이전 제품보다 뛰어나다. 비전문가라는 약점이 이 대표를 공부하게 만들고 끊임없는 제품 혁신으로 이어진 것이다.

    핵심영역 외엔 외부에서 조달한다. 투자를 받았지만 초기 스타트업, 특히 제조업의 특성상 자금은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스타트업 특유의 가벼움을 무기로 자금 부족의 어려움을 극복했다. 홈페이지는 쇼피파이라는 이커머스 플랫폼 제공기업을 통해 간단한 클릭 몇 번으로 제작했다. 배송은 3자 물류를 제공하는 배송업체들을 활용해 미국 전역에 손쉽게 유통했다. 파이버라는 중개 플랫폼을 통해 미국과 한국에 생산공장을 구할 수 있었다 . 핵심 업무인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아웃소싱으로 해결하는 등 초기 스타트업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 미국産 숙취해소음료, 한국에서도 통할까?

    이 대표의 목표는 단순히 물건을 많이 파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이 만든 숙취해소 음료가 술 마신 다음날에도 최고의 컨디션 유지를 돕길 바란다. 시장이 원하는 제품, 특히 기능성 음료에 더 집중하겠다는 의미에서 모어랩스(MoreLabs)로 사명도 바꿨다. 5월에는 집중력 향상을 도와주는 음료 '포커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실리콘 밸리에서 만든 숙취해소 음료가 한국에서도 통할 수 있을까? 사실 이 대표가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이유는 편의점 등 국내 유통업체와 협업해 유통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업체들의 러브콜을 받고 들어왔지만 실리콘밸리에서 배운 그의 경영 철학엔 변함이 없다. "한국엔 이미 좋은 숙취해소 음료가 많아요. 저희 제품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당장 알 수는 없죠. 다만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이면 팔릴 것이고, 팔리지 않는다면 저는 더 좋은 제품을 들고 다시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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