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사고 친 신라젠…바이오, 또 '날벼락' [양재준 기자의 알투바이오]

양재준 선임기자

입력 2019-08-02 10:22   수정 2019-08-02 10:41

신라젠이 개발중인 항암바이러스 제제인 펙사벡에 대해 미국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DMC)가 임상 중단을 권고했습니다.
이번 임상시험 중단 결과는 신라젠 뿐 아니라 바이오기업에게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입니다.
대부분 바이오기업의 경우 신약후보물질이 3개 이내라는 점에서 실패시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DMC의 임상중단 권고가 미치는 파장과 향후 전망에 대해 알투바이오에서 심도있게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 DMC, `펙사벡` 무용성 평가 관련 임상 중단 권고
미국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DMC)는 신라젠의 펙사벡 간암 대상 임상 3상시험(PHOCUS)의 무용성 평가와 관련해 임상시험 중단을 권고했습니다.
이번 권고는 사실상 신라젠의 펙사벡의 시장가치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무용성 평가는 치료제로 가치가 있는지를 입증하는 임상3상 과정 중 하나입니다.
그동안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신라젠은 "펙사벡의 안전성, 종양 반응률 등을 검사해 상업화 가능성을 무용성 평가를 통해 확인할 것"이라고 밝혀 왔습니다.
안전성에서 펙사벡은 어느 정도 신약후보물질로써 가치를 인정받아 왔습니다.
이로 인해 이번 권고는 유효성 즉 병을 치료하는 효과에서 비교 대상 약물과 비교해 열위를 기록하거나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추론이 예상됩니다.
임상3상의 경우 다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기에 임상1상과 임상2상에서 나타나지 않는 부작용과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미약품의 올무티닙(올리타) 역시 글로벌 임상3상에 들어간 후 부작용 반응이 나오면서 결국 기술수출까지 해지된 바 있습니다.
이번 권고 결정은 `펙사벡`의 단독 처방(단독 요법) 대한 사망 선고와 같기에 신라젠으로써는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입니다.
신라젠이 진행해 온 임상3상은 기존 치료 경험이 없는 1차 간암환자를 대상으로 현재 1차 치료제로 처방되고 있는 `넥사바` 투여 이전 5주 동안 펙사벡을 투여받는 투여군과 처음부터 넥사바만을 투여하는 대조군과 비교하는 임상시험입니다.
문제는 지난해 말 렌비마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허가를 받았는데, 펙사벡 경쟁약물인 렌비마의 임상3상 결과를 보면 전체 생존기간(OS)중앙값은 렌비마 13.6개월, 넥사바 12,3개월로 크게 우위에 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무진행성생존기간(PFS) 중앙값은 렌비마 7.3개월, 넥사바 3.6개월로 2배 가량 길고 전체 반응률(ORR)도 렌비마 41%, 넥사바 12%로 매우 양호한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 병용요법·기술 파트너 `줄줄이 해지`되나
펙사벡은 그동안 컨틴전시 플랜으로 다국적 제약사의 면역항암제, 표적치료제와 병용요법을 많이 시도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간암환자에게 넥사바를 투약했을 경우 치료 효과가 30%라고 가정하면, 펙사벡과 병용 투약시 치료 효과가 35%가 된다면 이는 약효가 있다고 인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치료 효과가 30%를 기록한다면, 병용 투약의 효과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번 임상3상 권고 중단은 넥사바와 병용 임상이었습니다.
문제는 신라젠은 그동안 해외 다수의 제약사, 바이오기업과 함께 옵디보, 여보이, 임핀지, 리브타요 등 면역항암제와 표적치료 항암제와의 병용 요법을 진행해 왔습니다.
넥사바와의 병용요법이 가장 임상3상에서 빠른 결과였고, 나머지는 임상1상과 임상2상이 진행중입니다.
결국 나머지 치료제와의 병용요법도 성공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부호가 생기게 마련입니다.
향후 리제네론과 병용 시험중인 신장암, 미국 국립암센터와 병용 시험중인 대장암 순으로 임상 결과가 하나 둘 나올 예정인데, 이 역시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게 되는 것입니다.
▲ 인보사에서 리보세라닙, 펙사벡까지…임상3상에서 무너지는 K바이오
올해 바이오기업들은 글로벌 임상3상에서 모두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 왔습니다.
BMS나 화이자 등 다국적 제약사들도 가장 실패하는 임상시험 구간이 바로 임상2상후기나 3상 초입입니다.
흔히 임상3상 시험은 `마의 구간`으로 불리우기도 합니다.
임상2상에서는 소수의 환자에 대한 약효 유효성이 확인돼야 하고(기존 의약품과 비교해 약효가 없으면 쓸모가 없죠) , 임상3상에서는 다수의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부작용과 유효성이 어떻게 나올 지 모르기 때문이죠.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은 글로벌 임상3상에서 인보사의 성분 문제가 불거지면서 결국 국내에서도 판매 허가가 취소됐습니다.
에이치엘비의 리보세라닙은 탑라인(Top Line Data) 공개에서 1차 유효성 평가지표인 전체생존기간(OS, Overall Survival)과 2차 유효성 평가지표인 무진행 생존기간(PFS, Progress Free Survival)에 대한 이슈가 불거지면서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에이치엘비는 리보세라닙의 임상3상 데이터 확정과 분석 결과에 따른 방향성과 향후 일정에 대해 오는 5일 오후 2시 발표할 예정입니다.
여기에 신라젠의 펙사벡도 글로벌 임상3상에서 사실상 실패했습니다.
K바이오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면서 신뢰와 가치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신약으로서 의미있는 결과가 나왔다면 최근 잇단 악재로 침체된 바이오업계의 분위기를 한방에 날려 보낼 수 있었는데, 주목할 만한 결과들이 나오지 않으면서 K바이오가 크게 추락하고 있습니다.
올해 가장 기대했던 바이오기업은 에이치엘비와 신라젠, 헬릭스미스(바이로메드)였습니다.
에이치엘비는 절치부심(패자부활전), 신라젠은 한판 패를 당했고, 헬릭스미스는 출전전이기는 하지만 어찌될 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선이 더 따가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2000년대 초 나스닥시장이 붕괴되면서 찾아 온 IT버블이 바이오산업에서 재현되는 것인지 우려됩니다.
《알투바이오는 포스트모더니즘을 추구하는 기자의 `알고 투자하자 바이오`의 줄임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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