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화장하면 안되나요?…사나이 외길 30년만에 화장을 배우다 [TMI특공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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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10-04 16:18   수정 2019-11-20 16:08

남자는 화장하면 안되나요?…사나이 외길 30년만에 화장을 배우다 [TMI특공대]

    남성화장품 1조 시대…30대 男 기자의 메이크업 도전기
    필수 메이크업 아이템은?…늙지 않으려면 '이것'은 꼭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뮤지컬 '헤드윅' 주인공이냐?"
    《TMI특공대는 현장의 기자들이 직접 부딪히고 경험하며 쓸모있는 정보를 전해드리는 체험형 영상 취재기입니다.》



    스무살 때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대학에 들어갔을 무렵 한번도 안해본 외모 꾸미기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로션 하나 제대로 된 게 없었는데 어디선가 비비크림을 구해와 발랐습니다. 거무튀튀한 피부가 하얗게 변하는 게 신세계였습니다. 재미가 들려 당시 유행하던 체리향 '니베아 립글로스'까지 발랐습니다. 허연 피부에 새빨간 입술이라니. 지금 생각해보니 최악이었네요. 사춘기를 늦게 맞이한 스무살 때가 생각난 건 얼마전 거리를 걷다 화장한 남자 고등학생들을 보고 나서입니다. 여성은 빠르면 초등학생 때부터 화장을 한다더니 이제는 남학생들까지? '쯧쯧' 혀를 끌던 저를 보고 옆에 있던 지인이 말합니다. "에휴 꼰대"

    불과(?) 서른살에 꼰대라는 소리를 듣는 사이 국내 남성화장품 시장은 올해 이미 1조원을 훌쩍 넘겼다고 합니다.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을 일컫는 '그루밍족'도 흔한 말이 됐죠. 남성 화장품 브랜드도 우후죽순 등장하는 만큼 이제라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대부분 남성들이 화장하는 순서도 모를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차근차근 배워가는 과정을 영상에 담았습니다. 시청자분들의 시각을 보호하기 위해 직장에서 미남 그룹에 속하는 홍헌표 성장기업부 기자를 모델로 섭외해 시연했습니다.

    ● 비비크림 or 파운데이션?…"둘 다 발라야 하는 것 아냐?"

    제품은 남성화장품 브랜드 '그라펜'을 이용했는데요. 이름부터 '핸섬 파운데이션 & 프라이머', '핸섬 비비크림', '핸섬 커버쿠션' 등으로 제겐 알쏭달쏭했습니다. '핸섬 립' 제품 설명에 '외부자극과 음주, 흡연 등으로 손상된 입술의 혈색을 자연스럽게 돌려줍니다'라고 써있는 거 보니 남성 제품은 확실해 보이네요.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어서 '기초'라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제품을 얼굴에 바르려니 무엇 부터 해야할지 감이 안 잡히더군요. 비비크림을 먼저 해야할지 파운데이션을 먼저 할지 몰라서 둘 다 발랐습니다. 거친 손놀림으로 얼굴을 하얗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는데 홍헌표 기자 얼굴이 뮤지컬 분장 같았습니다.

    도화지에 밑그림을 그렸으니 이제 색감을 넣어야죠. 커버쿠션으로 뭉쳐진 화장을 고르게 펴준 뒤 브로우로 눈썹을 칠했습니다. 그리곤 미리 준비한 '서스피셔슬리 스위트'(색이 75가지나 돼서 이름 찾기 어려웠습니다) 색상 아이셰도우를 손에 발라 눈꺼플 윗부분에 고르게 발랐습니다. 그리고 아이라이너로 아이라인 눈매를 따라 쭉 그렸습니다. 결과는? 당연히 처참했습니다. 거울을 확인한 직장 선배는 뮤지컬 '헤드윅'의 주인공 같다며 저를 노려봤습니다.(때리지 않아 고맙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독자분, 제 화장법에서 뭐가 잘못됐는지 알아채셨나요?

    하나라도 맞추셨다면 저보다 낫습니다. 사실 화장품 사용 순서는 대강 맞았지만 모든 게 잘못된 화장이었습니다. 개개인마다 다른 피부톤 등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 피부톤을 고려한 자연스러운 화장…남성은 제품 3개면 OK

    제대로된 화장을 시연하기 위해 서울 용산에 있는 '아모레 퍼시픽' 본사를 방문했습니다.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아니지만 수년간 화장품만 개발한 허석철 남성 브랜드 담당에게 제가 망친 화장 복구를 부탁했습니다.

    먼저 제가 틀린 걸 정리하자면 ① 기초=파운데이션(X) / 기초=스킨+로션+선크림(0) ② 비비크림, 파운데이션 혼합사용(X) / 비비 또는 파운데이션 가운데 피부톤 맞춰서 하나만(0) ③ 턱선까지 파운데이션 바르지 않기 ④ 아이셰도우 손으로 찍어 바른다(X) / 브로우로 찍어 미세하게 바른다(0) 정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남자들도 피부밝기에 따라 파운데이션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화장한 티가 많이나서 경극 배우 같아집니다. 예를 들어 홍헌표 기자의 경우 2호 파운데이션이 피부톤에 맞았는데요. 호수가 높아질수록 어두워진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손등으로 화장품 밝기를 구분할 때가 있는데 손등과 얼굴색이 확연히 달라 볼에 바르는 편이 밝기 조절하기에 낫습니다.

    간혹 얼굴과 목의 색을 맞추기 위해 턱 아래까지 파운데이션을 바르기도 하는데. 턱선으로 향할수록 희미하게 칠해야 얼굴과 목의 밝기가 따로 노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아직 아이셰도우까진 하지 않는 게 트렌드라고 합니다. 굳이 한다면 눈썹을 그리고 아이셰도우는 베이지색으로 한듯 안한듯 하는 게 좋습니다. 아무래도 여성 화장품의 종류와 디자인이 더 많은 만큼 색이 맞지 않는다면 여성화장품을 써도 무방합니다. 디자인과 종류만 여성 화장품이 더 많을뿐 성분 차이는 거의 없다는 전언입니다.

    제품이 많으면 많을수록 '아이돌'처럼 화려한 화장이 가능합니다. 허 담당은 남성은 (1)파운데이션 (2)눈썹브로우 (3)립스틱 만 있으면 된다고 말합니다. 무엇보다 기초로 선크림은 무조건 발라야 늙지 않는다고 설명하네요. 화장법을 배우다보니 홍헌표 기자의 화장이 다 복구가 됐는데요.(바뀐 이미지는 영상으로 만나보시죠) 화장하는 시간은 20여분정도 소요됐습니다. 제 화장은 지우기 바빴는데 셀카를 찍기 시작하더군요. 당연한 결과입니다.

    ● 아모레 '비레디', 1년 매출 목표 3주만에 달성…"신상 쏟아질 것"

    그루밍족 증가는 사실 '사드' 악몽에 시달린 화장품업계의 궁여지책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전체 화장품 시장이 2017년 전년대비 0.9% 성장(16년 4.7%)에 그치면서 화장품업계는 새로운 수요를 찾아나서야 했죠. 아모레 퍼시픽이 '비레디'를 만든 것처럼 그라펜을 비롯해 애경산업도 '스키니'란 브랜드를 런칭해 라인업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아직 남성 화장품 규모는 전체 시장에 비해 10분의1 수준도 되지 않습니다. 다만 성장세는 가파르죠. 아모레 퍼시픽의 '비레디'의 경우 사장 직속 사내벤처로 운영되는데 올해 매출 목표를 3주만에 달성했다고 합니다. 직원 4명이 이뤄낸 성과인데, 앞으론 남성 립스틱을 비롯해 아이셰도우 제품군까지 만들어낼 예정이라고 하니 그루밍족에게는 희소식입니다.

    체감상 아직 화장하는 남성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비비크림과 파운데이션도 구분 못하는 제가 화장법 한 번 배웠다고 화장하고 길거리를 나설 것 같진 않습니다. 다만 선크림 정도는 이제 스킨·로션처럼 쓰는 것처럼 시간은 지나고 세대는 바뀔 겁니다. 화장품 4~5종 써도 적당히 꾸몄다고 듣는 시대가 멀지 않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홍헌표 성장기업부 기자 hphong@wowtv.co.kr / 정재홍 디지털전략부 기자 jhjeo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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