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12조원 풀었지만…1·2차 협력업체 "돈이 없어요"

입력 2020-04-03 17:44  

    중소 제조업 대출 '하늘의 별따기'
    <앵커>

    대기업까지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지 못하면서 여기에 납품하는 1,2차 협력업체들의 어려움도 갈수록 가중되고 있습니다.

    납품이 막히거나 줄면서 수익이 떨어지자 당장 직원도 내보내는 곳까지 속출하고 있는데요.

    이들을 돕기 위해 12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금융지원 대책이 나왔지만, 현장에서는 '먼 나라 이야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배성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인천에서 소규모 자동차 부품공장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달 직원 20명 중 1명을 해고했습니다.

    당장 수익이 반토막 난 상황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중소 제조 업체 관계자 A

    "코로나 온 이후부터 (매출이) 반토막 나니깐. 그러다보니 일단 한 명 잘랐고, 이번 달에 두 명 보내야 할 확률이 높아요 사실."

    이틀 전 최대 3천만원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정부 대책이 나왔지만 먼 나라 이야기일 뿐입니다.

    <인터뷰> 중소 제조 업체 관계자 A

    "(대책 효과를) 하나도 못 느꼈어요. 신용등급이 없어서 안 되고, 담보물이 없어서 안 되고, 세금이 미납돼서 안 되고…. 그럼 세금 내고 와야 받는다 이런 이야기 아닙니까. 앞뒤가 안 맞죠."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이번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은 시중은행과 기업은행,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총 3가지 배분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시중은행은 신용등급이 좋은 개인이나 법인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대출을,

    소진공은 보증이 필요 없지만 1천만원을 대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 중입니다.

    보통 기존 대출이 많아 신용등급이 낮고 1천만원보다는 더 많은 돈이 필요한 중소 제조 업체들은 보증이 필요한 대출 창구로 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대출을 위한 보증 업무가 원활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지역 신용보증재단 상담 전화는 1시간을 기다리기 일쑤.

    <현장음>

    "현재 대기 고객은 21명입니다."

    현장 상담도 쉽지가 않다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나옵니다.

    <인터뷰> 중소 제조 업체 관계자 B

    "어려워서 특례보증해준다는데, 거기 가서 줄서서 번호표 기다리고 있고, 받으니까 4월 중순까지는 상담 자리가 없다는데…."

    보증 요청이 몰리자 보증기관들은 3월 말부터 상담 업무를 시중은행에 위탁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속도가 나지 않는 건 마찬가지.

    반드시 거쳐야 할 현장 실사와 보증 승인은 어차피 보증기관 몫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시중은행 보증 상담 담당자

    "저희도 너무 혼란스러운 상황이라서 상담을 할 때 애초에 (보증 완료까지) 한 달 두 달 걸린다고 미리 안내하는 상황이에요."

    눈을 돌려 소진공의 1천만원 이하 대출을 받으려 해도 쉽지가 않습니다.

    소진공은 연 매출 1억원이 넘는 업체가 매출 감소를 입증할 자료로 판매정보시스템인 POS 또는 카드 영수증을 요구 중입니다.

    대부분이 장기 계약을 맺거나 납품 대금을 한꺼번에 받는 제조업 특성상, 중소 제조 업체들은 이러한 기준이 옳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중소 제조 업체 관계자 C

    "카드 영수증을 가져오래요. 저희같은 제조업에서 카드 영수증이 어디있어요. 그거는 그냥 (소규모) 가게들을 위한 거잖아요. 그래놓고 거기다 공인을 왜 붙여요. '소상인센터'라고 해야지 왜 '소상공인센터'라고 해요."

    그렇다고 피해 사실을 속 시원하게 털어놓을 수도 없습니다.

    중소 제조 업체들은 대부분 원청의 하청으로 사업을 꾸려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중소 제조 업체 관계자 C

    "서류에 어떻게 피해를 받았는 지 그걸 써서 내라고 하잖아요. 그걸 쓸 수가 없다고요. 제가 "매출이 이렇게 나왔고 (원청이) 납품을 안 받고 있어요" 라고 쓰면, 해당 기업에 피해가 가잖아요. 저희가 납품하고 있는 기업에."

    이처럼 중소 제조 업체들의 대출이 보증 심사와 피해 입증에 가로막힌 상황은 그저 '느리다'는 문제로 끝날 사안이 아닙니다.

    취재 결과 이번 정책자금은 빠르게 소진 중이어서, 사실상 선착순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시중은행 대출 담당자

    "이틀 전에 1천억원이 정부 지원으로 내려왔는데, 그냥 이틀하고 끝나버렸어요. 근데 접수는 어쩔 수 없이 계속 받아야죠. 족히 (대출금을 받으려면) 한달은 걸린다고 봐야할 것 같아요."

    중소 제조 업체들은 만기를 연장해주는 대출들의 종류를 늘리고, 당장 돈 쓸 일을 줄여달라고 호소합니다.

    <인터뷰> 중소 제조 업체 관계자 C

    "시자금 받은 거, 또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은 만기 연장이 안돼요. 만기 연장이 될 수 있도록…. 그리고 이번 4월 25일에 부가세가 들어가잖아요. 그거를 연장해준다거나 분할 납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금융 건전성을 위해서라도 대출엔 검증과 보증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경제 근간인 제조업이 흔들리는 지금, 중소 제조 업체들의 자금 부담을 완화하는 빠르고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한국경제TV 배성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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