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과 현대 정의선 회동…한국판 테슬라 기대감↑

송민화 기자

입력 2020-05-16 08:00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전격 회동
현대기아차그룹, 순수 전기차 시대 본격 선언
삼성SDI 전고체 배터리 기술 현대차 관계자에게 설명


■ 이재용-정의선, 전격 회동

지난 13일 오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깜짝 회동을 가졌다. 만남 장소는 충남 천안에 위치한 삼성SDI 사업장. 과거부터 재계 서열 1, 2위를 다투며 라이벌 관계였던 이 두 그룹의 수장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업무 이야기를 나눈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각 그룹의 홍보 담당자들도 당일 오전이 돼서야 회동 일정이 확정된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급진적이고 이례적인 만남이었다. 이날 나누었던 두 수장의 대화 내용은 구체적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삼성SDI 사업장으로 정의선 부회장을 초대했다는 점과 황성우 삼성종합기술원 사장이 자사가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 대해 정 부회장에게 설명했다는 점 등을 미뤄 볼 때 현대차를 고객사로 모시려는 삼성의 물밑작업이라는 추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삼성SDI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 내부에서 이온이 오가게 해주는 물질인 액성의 전해질을 고체로 바꿔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차세대 배터리이다.

삼성SDI의 전기차 원통형 배터리
현대차 45 EV 컨셉트카

■ 현대기아차그룹, 순수 전기차 시대 본격 선언

최근 현대기아차그룹은 내년부터 순수 전기차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대차는 내년에 포니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순수 전기컨셉트카 45 EV를 SUV 스타일의 전기차로 양산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또 완성도를 높이며 출시가 임박했음을 알린 유선형의 스포츠 EV 컨셉트카 프로페시도 선보였다. 기아차 역시 지난해 제네바 모터쇼에서 크로스오버 스타일의 순수 EV 컨셉트카 이매진을 선보이고 내년부터 양산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 생산 라인을 확보하기 위해 울산 1공장과 2공장의 내연기관차 생산라인 일부를 전기차 전용라인으로 교체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회사는 내년부터 전기차 전용 라인에서 45 EV 양산차 등 순수 전기차 7만 4천여 대, 2022년에는 8만 9천여 대를 생산할 전망이다.

현대 스포츠형 순수 EV 컨셉트카 프로페시
기아차 순수 EV 컨셉트카 이매진

■ LG화학도 SK이노베이션도 아닌 삼성SDI인 이유

그동안 현대차는 코나 EV, 아이오닉 등의 전기차에 LG화학의 배터리를 기아차는 니로 EV와 쏘울 EV 등에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탑재해 왔다. 앞으로도 이들 두 배터리 기업과는 파트너사 관계를 긴밀히 유지할 것이다. 다만 정의선 부회장이 삼성SDI를 방문했다는 점에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과 차별점이 무엇인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들 두 배터리 업체와 삼성SDI 배터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삼성SDI가 원통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한다는 점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형과 각형 배터리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중국 샤오펑자동차에 21700 규격 원통형 배터리(지름 21㎜, 높이 70㎜) 공급을 추진했고, 지난해 3월부터는 4,000억 원을 투자한 중국 톈진 공장 3개 생산라인을 통해 월 200만 셀 이상의 21700 규격 원통형 배터리를 양산할 만큼 원통형 배터리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종합기술원 측은 또 리튬 이온 등 현재 사용하는 배터리는 전해질이 액체여서 오래되면 밖으로 새어 나오거나 불안정해 화재가 발생하는 등의 한계가 있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이 전고체 배터리라고 밝힌바 있다. 지난 3월에는 전고체 배터리의 기술적 난제를 해결한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면서, 결정체가 형성되고 배터리 분리막을 훼손해 수명과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고질병을 해결함과 동시에 에너지 밀도를 높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기술을 적용한 전기차는 1회 충전 최대 주행 거리가 800㎞ 이상, 방전시 배터리 재충전 횟수는 1,000회를 넘길 전망이다.



■ 기대감 키우는 한국판 테슬라

원통형 배터리는 흔히 탁상시계에 쓰이던 배터리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파우치형과 각형 배터리 보다 개발된 지 오래돼 안전성에 대한 검증을 이미 마친 데다 차량을 설계할 때나 공간을 활용할 때 가장 유연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전기차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는 테슬라는 줄곧 원통형 배터리를 고집하고 있다. 테슬라 전기차에는 주로 파나소닉의 18650 원통형 배터리가 탑재된다. 업계에서는 정 수석부회장이 이번에 삼성SDI를 방문한 것을 두고 현대 순수 전기차에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할 가능성도 열어두는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순수 전기차 시장의 본격적인 진입을 눈앞에 둔 현대차의 경우 훌륭한 롤모델인 테슬라의 성공 루트를 답습하길 바랄 것이다. 테슬라 전기차는 이미 전기차의 대중화를 주도하며 안전성과 성능에 대한 소비자 검증을 마친 상태이다. 이는 현대의 차세대 순수 전기차에 원통형 배터리가 탑재될 가능성을 높이는 이유가 되고 있다. 업계는 특히 삼성과 현대 두 수장의 만남이 단순히 전기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삼성의 전장산업 진출과 현대의 에어택시 등 UAM(Urban Air Mobility) 사업 영역의 확장도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가 기간산업을 이끌고 있는 두 수장의 이례적 만남으로 미래 주력 산업의 판도가 바뀔지, 아니면 `한국판 테슬라`로서 또 다른 글로벌 도약의 발판이 마련될 수 있을지 기대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정의선 현대그룹 수석부회장이 CES2020 현장에서 UAM(Urban Air Mobility)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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