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홍콩 보안법` 제정 초강수…미·중 갈등 새 뇌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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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5-23 06:24   수정 2020-05-23 08:32

중국 `홍콩 보안법` 제정 초강수…미·중 갈등 새 뇌관됐다



중국이 홍콩 의회 대신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직접 제정하는 초강수를 두고 나서면서 지난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와 같은 대규모 시위가 재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전인대 개막식에서는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활동 등을 처벌하고, 홍콩 시민을 대상으로 국가안보 교육을 강화하도록 하는 내용의 홍콩보안법 초안이 소개됐다.
홍콩보안법은 이번 전인대에서 전체 대표들이 표결로 통과시킨 후 이르면 다음 달 전인대 상무위원회의 최종 입법과 홍콩의 실질적 헌법인 `기본법` 삽입 절차를 거쳐 효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홍콩 의회인 입법회를 거치지 않고 중국 전인대가 직접 홍콩보안법을 제정하는 것은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와 같은 혼란을 더는 묵과할 수 없다는 중국 지도부의 강경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인대가 홍콩 관련 법을 직접 만든 것은 1997년 홍콩 주권반환 이후 처음이다.
한 중국 정부 소식통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국가보안법이 이번 전인대에서 처리되지 않는다면 향후 2년 내 홍콩 입법회에서 의결될 가능성이 있느냐"며 "우리는 더는 중국 국기나 국가 휘장을 훼손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 때 반중국 정서가 고조하면서 일부 시위대는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불태우거나 바다에 버렸으며, 중국 국가 휘장을 훼손하기도 했다.
중국 지도부의 강경한 의지는 전날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개막식에서 왕양(汪洋) 정협 주석이 한 업무 보고와 이날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전인대 업무 보고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매년 정협 업무 보고에서는 홍콩 자치를 언급하면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와 함께 `홍콩인이 홍콩을 다스린다`(港人治港), `고도자치`(高度自治)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일국양제는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후 50년간 중국이 외교와 국방에 대한 주권을 갖되, 홍콩에는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한 것을 가리킨다.
하지만 이번 정협 업무 보고에서는 `일국양제`라는 표현만 들어갔을 뿐 `고도자치` 등의 표현은 모두 빠졌다.
이날 전인대 업무 보고에서는 `고도자치` 등의 표현은 들어갔지만, 리커창 총리가 지난 2013년 취임 후 전인대 업무 보고 때마다 집어넣었던 `중국 헌법과 홍콩 기본법에 따라`라는 표현은 삭제됐다.
이는 이제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 문제에 대한 전면적인 감독과 통제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도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 새로운 국가보안법을 제정할 경우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케빈 해싯 미국 백악관 경제 선임 보좌관은 CNN방송 등과의 인터뷰에서 "홍콩에 대한 중국의 조치는 중국 경제와 홍콩 경제에 매우 매우 안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외부 투자자들이 더 이상 홍콩을 금융중심지로 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번 조치는 중국과 홍콩 주민들에게 큰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지도부가 내놓은 `초강수`로 지난 2003년이나 지난해의 대규모 시위 사태를 재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홍콩 정부가 국가보안법 제정을 처음 추진한 것은 지난 2003년 퉁치화(董建華) 행정장관 집권 때였다.
홍콩 의회인 입법회를 친중파가 장악하고 있던 상황에서 퉁 전 장관은 국가보안법 제정을 자신했지만, 2003년 7월 1일 50만 명의 홍콩 시민이 도심으로 쏟아져나와 "국가보안법 반대"를 외치면서 사태는 급반전했다.
50만 시위에도 퉁 전 장관은 국가보안법 강행 의사를 밝혔지만, 홍콩 재야단체 연합인 민간인권전선이 7월 9일 입법회를 포위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겠다고 위협하자 결국 `백기`를 들고 말았다.
퉁 전 장관은 예고된 시위가 벌어지기 직전인 7월 7일 성명을 내고 "대중의 의견을 들어 법안을 재검토하겠다"며 국가보안법 2차 심의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어 9월 5일에는 국가보안법 초안 자체를 철회했다.
이후 국가보안법을 제정하라는 중국 중앙정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홍콩 정부는 아직 국가보안법을 제정하지 못했다.
더구나 다음 달은 지난해 6월 시작된 송환법 반대 시위의 1주년을 맞는 시기여서 국가보안법 사태와 맞물려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다음 달 4일에는 `6·4 톈안먼 시위` 기념집회가 열리며, 송환법 반대 시위의 시발점인 지난해 6월 9일 100만 시위를 기념해 다음 달 9일 시위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오는 7월 1일에는 홍콩 주권반환 기념 시위가 예정돼 있다.
홍콩의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온 민간인권전선 지미 샴 대표는 "(홍콩보안법은) 중국 공산당이 홍콩을 파괴하기 위해 사용한 최대의 핵무기"라며 "(2003년에) 50만 명이 모여 국가보안법을 막고, (지난해) 200만 명이 모여 송환법을 막아낸 것처럼 수백 만 명이 모여 이를 막자"고 밝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그로 인한 심각한 경기침체 속에서 시위 열기가 지난해보다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홍콩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의 하나로 8인 초과 집회나 모임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최대 2만5천 홍콩달러(약 400만원) 벌금과 6개월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영호  기자

 hoya@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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