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포기각서'까지 쓴 서정진…'IMF 세대가 코로나 세대에게'

입력 2020-05-25 18:07   수정 2020-06-01 13:03

    자수성가 CEO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나는 아직 실패하지 않은 사업가"
    실력은 30%밖에…가장 중요한 덕목은
    인강으로 바이오 배운 바이오기업 CEO
    전염병 확산은 어려운 취업시장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경기가 바닥으로 주저앉으면서 고용시장이 얼어붙었다. 모두가 고통 받는 시기이지만 특히 청년들의 상실감이 크다. 통계청 4월 고용동향을 보면 비경제활동인구가 1년 전보다 83만1천명이 증가했는데, 20대 증가폭이 30만7천명으로 가장 컸다. 팬데믹으로 생산적 활동조차 힘든 시기, 청년들은 어디에서 희망을 찾아야 할까.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IMF 외환위기로 잘 다니던 직장을 순식간에 잃었다. 이후에도 경영 컨설팅, 식품 수입업, 장례업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창업하다 실패의 쓴맛을 제대로 봤다. 몇차례 부도 위기에도 그는 기업을 일으켰다. "아직 실패하지 않은 사업가일 뿐"이라고 스스로 말하는 서 회장을 국내 최대 바이오 콘퍼런스인 바이오 코리아, CEO 인생특강 프로그램을 위해 만났다.

    ●실력은 고작 30%…셀트리온에 취업 하려면



    서정진 회장은 셀트리온을 창업하고 순탄한 성공의 길을 걸었을 것만 같지만, 몇 번의 부도 위기를 겪었다. 2003년, 인천 송도 간척지에 5만 리터 생산 규모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하지만 완공을 1년 앞두고 에이즈 백신 임상 3상에 실패하면서 모든 게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 그는 부도를 막기 위해 신체포기각서까지 쓰고 돈을 빌렸다. 그래도 회생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극단적 선택을 결심했다.

    그에게 삶의 희망을 준 건 직원들이다. 위기를 같이 겪으며 산전수전 겪은 직원들을 위해서라도 조금만 더 살자는 생각을 했다. 죽을 각오로 일하기 시작하자 문제들이 조금씩 해결되기 시작했다. 2005년 3월 공장을 완공하고 그해 6월 BMS와 위탁생산(CMO) 계약을 맺었다. 2007년에는 공장이 아시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그렇게 셀트리온의 성공신화가 시작됐다.

    "고생해본 사람들은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해요. 굳이 돌아간다면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는 셀트리온의 과거를 회상하며 자신이 더 좋은 사람이 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고 답했다. 자신이 더 좋은 사람이었다면 고생을 덜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청년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를 당부했다. `운칠기삼`이라는 말을 꺼내며 실력이 30%라면 나머지 70%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좋은 사람은 똑똑한 척하지 않고 남의 장점을 칭찬하고 도움을 먼저 줄 수 있는 사람이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 사원을 뽑을 때도 "주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인지를 먼저 본다"고 말했다.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주변인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거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 전문성의 시대…"의사도 약사도 생명과학도도 아닌 CEO"



    "자기가 좋아하는 게 결정되면 독학하면 됩니다. 배우고 싶다는 절박함이 있어야 해요"

    서 회장은 산업공학을 전공했다. 생명공학, 약학, 의학 지식이 없었던 그는 독학으로 전문성을 만들었다. 사설 교육업체의 인터넷 강의를 세 번이나 수강하며 생물학을 공부했다. 논문을 뒤져 약학을 공부하거나, 해부학 일대일 강의를 들으며 필요한 지식을 쌓았다. 서 회장은 절실했다. 자신을 믿고 따라오는 동료들과 가족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 회장은 취업준비생들에게 "자신이 지원하는 직무에 누구보다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좋아하는 게 생긴다면 스스로 공부하기를 바랐다. 좋아하는 분야에 취·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대학 전공에 얽매이지 않고 절박하게 공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위기는 곧 기회…`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라



    "(코로나19) 이후 많은 나라에서 새로운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좋은 기회가 올 겁니다"

    코로나19 이후 산업 패러다임은 점차 바뀌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라는 말은 이제 일반용어로 여겨지며, 언론을 통해, 또 책을 통해 손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다. 산업지형이 바뀌는 지금, 누군가에게 엄청난 위기지만 또 기회일 수 있다.

    특히 그는 자신과 같은 길을 걷게 될 창업준비생들에게는 `포스트 코로나` 속에서 기회를 잘 찾기를 당부했다. "코로나19 이후에 전세계는 엄청난 변화가 올 겁니다. 패러다임 자체가 무척 많이 바뀌겠죠. 여기에 4차 산업혁명까지 같이 어우러질 거예요. 내가 잘 할 수 있는 게 뭔가를 가지고 거기에서 기회를 찾아보세요"

    "도전하다보면 좌절이 올 거예요. 다시 일어서세요. 쓰러지면 또 일어서세요. 그러면 힘은 드는데 열정이 점점 가열되기 시작할 겁니다"

    자수성가한 기업가의 한 마디는 뻔할지 모르지만 분명 진실된 조언이었다. 2030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취업과 창업 환경이 코로나19 이후 더욱 힘든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서 회장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오뚝이`처럼 쓰러져도 일어나는 젊은이가 많아지기를 바랐다. 그는 이렇게 마지막 말을 정리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열기로 대한민국의 용광로가 꺼지지 않고 활활 불타오를 때 이 나라에 미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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