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번화가, "돈이 없습니다" 외국인 구걸 배낭족 다시 출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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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6-12 07:44  

서울 번화가, "돈이 없습니다" 외국인 구걸 배낭족 다시 출몰



최근 들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계심이 다소 누그러지면서 외국인 구걸 배낭족인 베그 패커(Beg packer)가 서울 종로와 홍대 일대 등 주요 번화가에 다시 출몰하고 있다.
"돈과 신용카드를 전부 분실했습니다. (고향인) 러시아로 돌아가고 싶은데 항공권을 살 돈이 없습니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고 비싼 표만 남았어요. 도와주세요."
11일 오후 6시께 서울 종로 탑골공원 근처 폐업한 상점 앞에서 만난 `베그 패커` A(33)씨는 이와 같은 문구를 쓴 팻말을 세워두고 행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올해 초 한국에 놀러 와서 모든 것을 잃어버렸고 집으로 갈 돈이 필요하다"며 "난 마스크를 쓰지 않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아니며 (코로나19가) 한국에서도 거의 종식됐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것을 잃어버렸는데 최신형 스마트폰은 어떻게 쓸 수 있냐"고 묻자 그는 "도와주지 않을 거라면 그냥 가라(No help, Go away)"고 답했다.
일명 금은방 거리라고 불리는 서울 종로구 예지동 상인과 시민들은 지난달부터 코로나19에 경각심이 누그러지고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것을 기점으로 베그패커가 다시 출현하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은다.
30년 넘게 이곳에서 귀금속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68) 씨는 "4월까지만 해도 전부 사라져서 `다 어디 갔나` 싶었는데 최근 들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라며 "한글로 삐뚤빼뚤하게 `도와달라`고 쓴 팻말을 보면 안타깝긴 한데 요즘 같은 시국에 마스크도 안 쓰고 길거리에 너부러져 있는 모습을 보면 가까이 가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종로의 한 버스 매표소에서 일하는 박모(55) 씨는 "요란하게 사람을 불러모았던 그 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라며 "노래도 부르고, 악기도 연주한다. 가끔 수공예품이라며 목걸이나 사진을 내놓고 호객도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문을 닫는 가게가 많아졌는데, 거기마다 베그패커가 자리해 속상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 인사동 근처에서 식당을 하는 한 상인은 "폐업한 점포 앞에 좌판을 펴놓고 영업하듯이 구걸하는 외국인이 좋게 보일 수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들을 보는 행인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지난 10일 젊은층의 인기 약속 장소로 늘 인파가 붐비는 홍대입구역 8번 출구에서 베그패커를 목격했다는 이 모(33) 씨는 "프리 허그를 한 뒤 알아서 성금을 내달라고 하더라"며 "얼마 전 한국에 왔다고 하지만 작년에도 이곳에서 저 사람을 봤다"고 말했다.
종묘공원에서 만난 손 모(57)씨는 "예전에 불쌍하다고 적선했던 노인들도 더 이상 속지 않는다"며 "내 코가 석자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취업 비자가 아닌 다른 자격으로 들어왔는데 영리 행위를 했다면 위법 소지가 있다"며 "관할 경찰서나 지자체가 다시 단속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구걸 정도라면 경범죄 위반에 해당하지만 정도가 심하면 출입국 관리법에 따라 강제 추방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출입국 관리법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이 다른 체류 자격에 해당하는 활동을 하려면 미리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한 관광비자 등으로 입국한 외국인이 영리 활동을 했다면 대한민국 밖으로 강제 퇴거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전략부  이영호  기자

 hoya@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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