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교육·의료 비대면 한계...대면 못 뛰어넘어" [경제원로에게 듣는다]

지수희 기자

입력 2020-06-18 18:11   수정 2020-06-18 18:18




코로나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경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경제원로의 혜안을 듣기 위해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실에서 만났다. 정 전 총리는 지난 2018년1월부터 제 22대 야구위원회 총재로 일하고 있다. 오랜 두산팬이자 `야구예찬`이라는 책까지 집필한 자타공인 `야구광`인 정 전총리는 MB정부시절 국무총리와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서울대학교 총장을 거쳐 야구위원회 총재자리까지 자리를 꿰찼다.

한국 야구는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미국의 스포츠전문채널인 ESPN에 생중계되며 130개국에 송출되는 그야말로 `위기속 기회`를 찾은 선례를 남겼다. 코로나 사태를 뚫고 세계에서 처음으로 재개한 유일무이 스포츠 경기였기 때문이다. 정 전 총리는 ESPN이 자신을 찾아와 중계를 제안했던 일을 떠올리며 `사실 처음에는 나도 의아했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냐?"는 그들의 질문에는 "이렇게 빨리 올 것이라는 생각은 안했지만 언젠가는 올 것"이라고 당당하게 답했다. 한국야구의 응원문화 등 야구 강국인 미국과 일본에서 보지못한 한국 야구만의 문화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실물경제 피해 당분간 지속"

행복한 표정으로 야구이야기를 이어가던 그에게 `경제`에 대해 물었다. 갑자기 표정이 심각해졌다. 정 전총리는 "앞으로 실물경제 어려움은 더 확산될 것"이라며 "코로나로 인한 경제 피해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70년대 `대공황`을 언급하며 그 때와 마찬가지로 각국 중앙은행이 유동성공급을 통해 현재 안정을 되찾은 듯 하지만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뿐 아니라 세계무역 부진으로 대기업까지 영향을 받게됐다는 설명이다.

◇ "교육·의료 비대면 한계..대면 못뛰어 넘어"

야구에서도 기회를 찾았듯 우리 경제가 주목하고 있는 언택트가 앞으로 확산될 것인지 물었다. 하지만 정 전 총리는 "한계가 있다"고 못박았다. 코로나로 비대면 활동에 대한 인식이 바뀐데다 제도적 기술적 변화가 있으면 더 확산될 수 있겠지만 특히 교육이나 의료분야에서 대면을 뛰어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총리는 여전히 서울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전날에도 온라인 강의를 진행했다는 정 전총리는 "기본적으로 교육은 대면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MIT등 미국의 주요대학에서도 온라인강의를 시행한지 오래됐지만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 뿐 아니라 의료에서도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좋지만 대면이 더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비대면으로 설자리가 좁아질까봐 걱정했던 분야라면 주목해야할 조언이다.



◇ "극단적 방역, 경제회복 늦춰"

정 전 총리는 정부의 철저한 방역에 힘입어 `무관중` 야구 경기라도 열 수 있었지만 극단적인 방역은 단기적으로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프로야구도 확진자 수가 줄어들면서 5월 말부터는 일부 관중을 받을 계획을 세웠다. 자리를 멀리 떨어뜨리고 마스크 착용을 원칙으로 약 30%의 관중을 입장시킨 후 방역 상황에 따라 점점 비중을 늘려나갈 참이었다. 하지만 이태원이나 쿠팡에서 확진자가 갑자기 늘어나면서 계획은 무산됐다. 정 전 총리는 "적어도 야구면에서는 경제가 덜 움직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방역을 소홀히 하면 안되지만 그만큼 잃는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 "위기일수록 동반성장 해야"

`동반성장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정 전 총리는 코로나 위기극복 해법으로 저소득층과 이익을 공유하는 `동반성장` 정책을 제시했다. 동반성장 정책은 지난 2009년 총리 시절 대기업의 납품가 후려치기를 제한하고 대기업의 이익을 중소기업과 공유하도록 유도한데서 시작됐다. 그 영향으로 당시 만연했던 구두 주문이나 장기어음 대금결제, 기술탈취 등 불공정거래가 개선되고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정부의 중소기업물품 구매 등의 정책으로 이어졌다. 정 전 총리는 ""코로나로 성장은 더 안되고 불평등 더 심화될 것"이라며 "위기 상황일수록 저소득층이나 어려워진 사람들을 보듬어야 사회가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 "코로나 아직 진행중..`함께` 극복해야"

정 전 총리는 `포스트 코로나`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아직 사태가 진행중인데다 장기화될 수 있어 `포스트`를 붙이는 것이 적당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중세 유럽에서 패스트가 번지면서 인구의 3분의 1이 사망했지만 역설적으로 지중해 주변 도시국가의 르네상스가 꽃피는 배경이 됐다는 점을 설명하며 그 중심에 모두가 협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 전 총리는 "전염병 극복이나 경제회복 모두 나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잘해야 한다"며 마지막으로 "빨리 가려면 혼자, 멀리가려면 같이"라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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