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더 세게' 외치는 유튜브…"어디까지가 자극적인가요?"

이지효 기자

입력 2020-07-03 15:38   수정 2020-07-03 15:52

'아동착취' 논란 이는 키즈 유튜버
"조회수 올리기 위한 조작방송도"
정부 유튜브 채널도 '성희롱' 논란
"규제를 위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
● "아이 낳는 연기를 하는 여자아이"

영상을 재생하자 여자아이가 성인용 쿠션 화장품을 들고 볼을 두드린다. 엄마가 아이의 입술에 립스틱을 발라준다. 여자아이가 아이를 임신해 출산하는 연기를 한다. 유튜브에서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키즈 유튜버의 콘텐츠다.

서울 청담동에 95억원에 달하는 빌딩을 사 화제가 된 유튜버는 6살 여자아이였다. 이보람 양이 운영하는 `보람튜브`는 가족들과 함께 장난감을 갖고 놀거나 요리를 하는 등의 일상을 담고 있다. `보람튜브`, `보람튜브 브이로그`, `보람튜브 토이리뷰` 등 3개 채널을 운영하며, 수익은 월 40억 정도로 추정된다.

어린아이가 어떻게 웬만한 중소기업 수준의 수익을 낼까. 우선 같은 또래의 유튜브 영상을 통해 대리 만족을 얻으려는 아동이 많다. 또 `랜선 이모`, `랜선 삼촌` 등으로 불리며 키즈 콘텐트를 즐기는 성인이 많아졌다. 유튜브는 광고 조회수에 따라 매출이 생기는 만큼 폭넓은 이용자층으로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람튜브 영상 캡처.

● "돈만 된다면 아이의 고통도 불사"

대개의 `키즈 유튜버`들은 부모가 주도적으로 영상을 찍는다. 촬영 및 편집 담당이나 스타일리스트, 매니저 역할도 전부 부모가 맡는다. 하지만 돈의 유혹이 컸을까. 촬영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를 부모가 다시 집중하도록 강요하는 건 예사다. 더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유아에게 정신적 고통을 줄 수 있는 자극적인 행동을 시키기도 한다.

실제로 세이브더칠드런은 2017년 `보람튜브` 운영자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했다. 6살인 보람 양이 출산 연기를 하는 동영상, 자동차로 인형 다리를 절단하는 동영상, 전기 모기채를 들이밀며 춤을 추게 하는 동영상, 아빠 지갑에서 돈을 훔치도록 연출한 동영상, 도로 한복판에서 보람양이 장난감 자동차를 타는 동영상 등이 문제가 됐다. 법원은 2018년 운영자들의 아동학대 혐의를 인정해 보호처분을 내렸다.

또 다른 유튜버 `뚜아뚜지TV`도 부모가 6살 쌍둥이에게 자르지 않은 10kg짜리 대왕문어를 먹게 하면서 논란이 됐다. 영상에는 아빠가 대왕문어를 식탁 위에 올려주고 이를 쌍둥이가 먹도록 하는 장면이 담겼다. 아빠가 다리를 하나씩 잘라서 건네기도 했다. 아이들은 문어다리를 통째로 먹느라 힘들어했다. 이 장면은 네티즌들에게 가학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뚜아뚜지TV 영상 캡처.

● "먹다 만 음식 배달됐다" 조작방송도

`배달원이 먹다가 만 치킨이 왔다`는 조작 방송으로 논란이 된 유튜버도 있었다. 송대익은 먹방, 개그 등을 하는 유튜버로 구독자가 134만명에 이른다. 그는 최근 방송에서 먹다 만듯한 치킨과 2조각이 모자란 피자를 내보이며 배달원이 치킨과 피자 일부를 먹었다고 주장했다. 매장에 전화해 환불을 요구하는 모습까지 공개했다.

뒤늦게 해당 업체가 `피자나라 치킨공주`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피자나라 치킨공주는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문에서 "전국 매장을 확인한 결과 (송대익이 주장한 내용은) 사실무근으로 확인했다"며 "모두가 힘든 시기를 어렵게 이겨내고 있는 상황에서 전국 가맹점의 피해를 야기한 점에 대해 본사는 민형사상 강력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보겸TV`, `철구` 등의 BJ는 여성혐오, 욕설 등 혐오 코드를 이용한 자극적 콘텐츠들로 높은 조회수와 수익을 얻은 바 있다. 실제로 최근 철구는 여자 BJ 에디린에게 방송에서 "너무 제 스타일"이라며 "저를 불끈불끈하게 한다"고 했다. 또 "아드레날린 분비가 밑으로 쏠리고 있다"고 말하면서 성희롱 논란이 일기도 했다.



● 조회수라면…정부도 `선정성`에 올인

이제는 정부까지도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자극적인 콘텐츠에 열을 올린다. 대한민국 정부 유튜브 채널은 `왓더빽 시즌2` 프로그램에 `중학생한테도 선 없는 김민아…불쌍해 ㅠㅠ 중학생`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이 채널은 국민 가까이에서 보다 유용한 정책을 알려주자는 취지로 만든 정부의 공식 채널이다. `왓더빽 대국민 소통 프로젝트`는 올해 1월 첫 방송을 했다.

진행자 김민아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온라인 개강을 한 중학생 A군과 인터뷰를 했다. 당시 김민아는 "에너지가 많은 시기인데 그 에너지는 어디에 푸느냐"고 물었고 해당 남학생은 답하지 못한 채 웃어 넘겼다. 이에 김민아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느냐"며 재차 질문했다. 웃음을 위해 김민아가 던진 질문이 자위행위를 연상하게 한 것이 문제가 됐다.

논란이 확산하자 대한민국 정부는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채널 시청하시는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앞으로 유튜브 동영상 제작 시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사과했다.

‘대한민국 정부’ 방송 ‘왓더빽 시즌2’ 캡처.

● `성희롱·학대·모욕` 유튜브, 관리는?

TV는 아무리 선정적이고 폭력적이어도 방송사의 심의를 거치는 만큼 도를 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유튜브는 다르다. 관련된 교육을 받지 않은 누구나 `게이트 키핑` 없이 자유롭게 콘텐츠를 올릴 수 있는 채널이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자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성적 자극을 목적으로 민감한 부위를 묘사하거나, 시청자에게 성적 만족을 주기 위한 성인용품 사용, 성적 콘텐츠를 모아 편집한 영상 등에 연령제한을 걸거나 삭제조치를 내린다. 지난해부터는 미성년자가 등장하는 동영상 중 일부에서 댓글 기능 사용을 중지하고 있고, 미성년자의 라이브 스트리밍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유튜브가 의도나 정황을 기준으로 `선정적인 콘텐츠`를 판단하면서 신종 음란물들은 의도를 가장해 규제를 교묘하게 비껴가기도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최근 `키즈 유튜버`에 대한 문제인식을 가지고 유튜브에서의 아동청소년 보호지침을 발표했다. 이마저도 권고일 뿐 강제력 없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 "어디까지가 선정적인가" 시민들 생각은?

그렇다면 시민들은 유튜브의 콘텐츠 가운데 `어디까지가 선정적`이라고 생각할까. 학생을 가르치는 47세 이모씨는 "어린 아이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는 척 하면서 상황 설정을 하는 것이 선정적이다"고 말했다. 이모씨는 "부모님이 없을 때 여친을 집에 데려오는 방법을 소개하는 것"이나 "딥키스 방법을 가르치는 것" 같은 콘텐츠를 선정적이라고 생각했다.

중학교에 다니는 14세 신모씨는 "나이나 노출 정도와 선정적인 기준은 다르다"며 "중요한 것은 시청자의 `의지`인 것 같다"는 생각을 밝혔다. "시청자가 볼 생각이 없는데 갑자기 튀어 나오는 영상은 가벼운 신체 노출까지도 선정적"이라는 게 신모씨의 입장이다.

55세 회사원 배모씨는 "데이트룩 소개하는 콘텐츠를 보면서 선정적이라고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데이트룩을 소개하면서 짧은 치마를 입거나 가슴골이 드러나는 노골적으로 파인 옷을 입고 고개를 앞으로 숙이는 모습이 자극적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31세 남성인 박모씨는 최근 논란이 된 `대한민국 정부 유튜브 채널`을 예로 들면서 "진행자가 남자고, 여자 중학생에게 그런 발언을 했으면 지금처럼 조용히 지나가지 않았을 것이다"며 "콘텐츠가 자극적이라는 기준에 있어 남성과 여성이 다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메인화면 캡처.

● "규제를 하려면 명확한 기준이 필요"

자극적인 영상을 제작하는 이유는 결국 돈 때문이다. 차별화된 아이템이 없다면 인기나 수익을 얻을 수 없는 구조인 탓에 일부에서는 자극적인 콘텐츠에 혈안이 돼 있다.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는 2017년 국정감사에서 "유튜브에는 1분마다 500시간 분량의 영상이 올라오고 있어 관리하는 데 어려운 점이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문제는 유튜브 같은 새로운 매체에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규제하기가 애매하다는 것이다. 과거 TV 등 전통매체에는 성적 상상을 부르거나 폭력적인 콘텐츠에 대해서 규제 대상으로 분류했지만 최근에는 표현의 자유나 정보의 이용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유튜브의 영향력이 적지 않은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유튜브가 기존 방송과 같은 영향력을 갖게 됐다"며 "표현의 자유보다는 방송과 같은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오윤성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유튜브는 공공재의 성격을 갖고 있다"며 "과도한 통제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매체에 맞는 기준을 마련하고 규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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