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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콜 전용 'AI 스피커'에 화면 달린다고 뭐가 달라질까요? [홍IT인간]

정재홍 기자

입력 2020-07-17 16:12   수정 2020-07-17 15:38

    7인치 LCD 적용 ‘구글 네스트 허브’
    눈으로 보는 날씨·알람 색다른 경험
    디지털 액자로는 최고…스피커 성능은?
    방치된 내 AI스피커 대체할 수 있을까
    《'홍IT인간'은 정재홍 기자의 아낌없는 칭찬과 무자비한 비판이 공존하는 솔직 담백한 IT·전자기기 체험기입니다.》

    제 방(원룸)에는 3가지의 인공지능(AI) 스피커가 있습니다. (1) KT 기가지니2 (2) 카카오 미니 (3) 구글홈 미니입니다. 기가지니는 IPTV 셋톱박스용이고, 구글홈 미니는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해서 무료로 받았습니다. 기기 값을 제대로 지불하고 산 건 카카오 미니밖에 없는데요. 아까워서 억지로 써보려고 기능을 탐색하다보니 쓸모 있는 기능들을 각자 한 가지씩 찾았습니다. 기가지니는 TV 리모컨 찾을 때, 구글홈 미니는 음악재생(유튜브 뮤직), 카카오 미니는 모닝콜 알람 맞추면서 사용합니다. 정확하게 딱 그것만 사용합니다.

    각 가정마다 사용 환경은 모두 다를 겁니다. 아이가 있다면 동화 읽기 같은 키즈콘텐츠를 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고, 매일 스피커가 들려주는 뉴스로 아침을 맞은 소비자도 있겠죠. 전자기기 '덕후'여서 도어락, 조명, 플러그 등을 모두 연결시켜 진정한 홈 IoT(사물인터넷) 환경을 구축해 놓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용빈도가 가장 높은 기능으로 매번 음악, 날씨, 블루투스 스피커 등이 꼽히는 걸 보면 대다수 소비자들은 단편적인 기능만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AI 스피커의 국내 보급량이 800만대에 달했지만 통신사 모델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냥 있으니까 쓰는' 소비자들이 많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AI 스피커의 성능은 꾸준히 진화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에코쇼, 구글 네스트 허브, 기가지니 테이블TV, 누구 네모 등 화면까지 탑재한 제품이 계속 출시되고 있죠. 동영상만 볼 것 같으면 들고 다니기 편한 태블릿PC만 있어도 될 것 같은데 도대체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구글이 최근 한국에 정식 발매한 '구글 네스트 허브(네스트 허브)'를 통해 분석해봤습니다.

    ● 생각보다 작지만 '날씨' 잊어버릴 일은 없다

    먼저 정리가 조금 필요합니다. '네스트'는 구글이 2014년 사들인 사물인터넷 기업입니다. 지주회사인 알파벳 산하에서 자체 브랜드를 구축하다가, 2018년 구글 하드웨어 부문으로 흡수됐습니다. 지난해 구글 개발자컨퍼런스를 통해 스마트홈 브랜드를 '네스트'로 통일하면서 구글에서 나온 AI 스피커도 모두 '네스트'라는 이름을 갖게 됐습니다. 구글홈 미니가 2세대부터 구글 네스트 미니, 구글홈 허브가 구글 네스트 허브가 된 이유입니다.

    구글 네스트 허브 '날씨' 설명 화면

    실제로 보면 화면이 생각보다 작습니다. 7인치 LCD 화면(1024 x 600)에 가로폭 178.5mm, 높이가 118mm 정도입니다. 아이패드 미니 보다 조금 더 작은 태블릿PC를 AI 스피커 위에 올려놓은 모습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화면비율 자체가 대화면 스마트폰 크기와 많이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동영상 몰입감은 좋지 않습니다. 화면의 해상도도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가 훨씬 좋습니다. 하지만 이내 이 제품은 동영상용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구글 네스트 허브 측면(가로폭:178.5mm 높이:118mm 두께:67.3mm)

    네스트 허브가 보여주는 시각적 이미지는 직관적이고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날씨를 볼 때 그렇습니다. 출근하기 전 매일 AI 스피커에 날씨를 묻곤 하는데,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어 듣고도 까먹습니다. "응? 오늘 기온이 몇 도라고 했지?"라고 되묻는 현상이 반복되는 거죠. 기온 등을 나타내는 텍스트와 이미지 처리가 깔끔해서 보기 좋습니다. 나만의 루틴을 설정해서 '좋은 아침', '취침 시간' 등을 외치면 멘트 → 날씨 → 알람설정 → 음악재생으로 단계별로 넘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입니다. 영화 속에 표현된 근미래 가정집을 일부나마 경험하는 기분도 듭니다.

    ● 내 말 잘 듣고 있지?…화면의 또다른 장점

    1,600만가지 색상을 감지하는 조도 센서(엠비언트EQ)가 적용돼 빛이 어두워지면 화면도 같이 어두워지고, 밝아지면 화면도 같이 밝아집니다. 빛이 완전히 사라지면 시계화면으로 변해 여러가지 상황에 맞춤형 화면을 지원합니다. 화면이 크지 않지만 침대 옆에 둔다면 디지털액자나 탁상시계 대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전면 디스플레이에 탑재된 마이크와 조도 센서

    공기청정기나 에어컨, 스마트TV 등을 제어할 때 화면으로 볼 수 있다는 특징도 갖습니다. 구글홈에서 삼성의 AI 플랫폼 '스마트싱스', LG전자의 '씽큐' 모두 호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연결해 음성으로 제어 가능합니다. 하지만 세부기능은 표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사물인터넷은 제조사 자체 플랫폼을 활용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화면이 있어서 좋은 점은 또 있습니다. 내가 한 말이 정확히 인식되고 있는지 텍스트로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화면이 없는 AI 스피커의 경우엔 음성이 제대로 인식됐는지 확인이 되지 않죠. 기기가 어떤 답을 하는지 기다려야 합니다. 어떤 경우엔 반응이 느려서 답답한 상황도 발생합니다.

    스마트폰 AI비서처럼 인식하고 있는 음성을 텍스트로 보여준다

    특히 '여의도 맛집 찾아줘', '김치볶음밥 만드는 법 알려줘' 등 화면을 꼭 봐야 정확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경우에 활용하기 좋습니다. 일반 AI 스피커가 음성으로만 맛집이 어디인지 알려주는 것과, 화면으로 어떤 음식점인지까지 보여주는 건 확연히 다릅니다. 글과 그림을 보면서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죠. 대신에 구글맵은 아직까지 지원을 하지 않습니다.



    자연어 처리과정의 발달로 최근 나온 AI 스피커들의 음성인식 정확도는 95% 이상으로 '속기사' 수준까지 발전했습니다. 실제 사용해본 네스트 허브의 음성인식률도 정확한 편입니다. 전면에 탑재된 마이크 2개로 음성을 수음하는데, 간단한 단어와 지시는 제대로 이해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 몇시야', '날씨 어때', '뉴스 틀어줘' 이런 명령어는 대부분 무리 없이 소화합니다. 유튜브 뮤직에서 그대로 결과 값을 검색해오는 수준이지만 '비오는 날 듣기 좋음 음악 틀어줘'같은 응용 명령어도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순신이 누구야' 같은 상식 문답은 위키백과로, 그 이상의 검색은 유튜브로 해결하는 모습입니다. 유튜브를 목소리로 검색하니 이질감이 들기도 합니다.(직접 문자를 입력하는 기능은 없습니다)

    ● 크기에 비해 스피커가 별로라고?



    여러 외신에서는 네스트 허브의 단점 가운데 하나로 꼭 '스피커'를 꼽습니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평이한 소리를 들려준다는 건데요. 단점을 인식한 상태에서 네스트 허브의 스피커를 들었을 때 음량의 절대적 크기는 카카오 미니 보다 컸습니다. 덩치 차이가 있음에도 구글홈 미니와는 큰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카카오 미니가 좀 더 풍부한 베이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우위에 있었지만 소리 자체는 네스트 허브가 더 큽니다.

    구굴홈 미니(앞) 카카오 미니(왼쪽) 구글 네스트 허브(오른쪽)

    쿼드 스피커를 탑재해 나름 소리 좋다는 평가을 받는 ‘갤럭시탭S5e’와도 비교를 진행해봤는데요. 음악을 같이 들어본 총 4명의 사람이 똑같이 네스트 허브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아무래도 '스피커'를 '태블릿PC'와 비교할 순 없겠죠. 소리를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는 스마트폰, 태블릿PC와 달리 AI 스피커는 음량 조절만 가능한 경우가 있는데 네스트 허브는 이퀄라이저 설정으로 베이스 등도 조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음질에서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JBL 링크 뷰', '아마존 에코 쇼'에 비해서는 떨어진다는 평이 주를 이룹니다. 대신 가격이 미국 베스트바이 기준 네스트 허브가 90~100달러, JBL 링크 뷰는 300달러입니다. 11만5천원에 프리미엄 스피커까지 기대하는 건 무리인가 봅니다.

    ● 조금 다른 아침을 맞이하고 싶다면 추천

    보급 확대로 AI 스피커는 많은 가정에서 사용하는 제품군이 됐습니다. 굳이 11만5천원을 더 지불하고 화면 달린 네스트 허브를 또 사야할 필요가 있을까요? 굳이 사야할 제품이냐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그렇지 않다가 대답입니다.

    구글 네스트 허브 유튜브 재생 화면

    그렇지만 부엌이나 거실, 침대 옆에 둔다면 잠깐이나마 색다른 일상을 체험하게 해줄 수 있는 제품이라고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적어도 알람을 맞출 때 몇 개나 설정돼 있는지 몇 번이고 다시 물을 필요가 없습니다. 화면으로 다 보여주기 때문이죠. 거실 같은 큰 공간에는 10인치 구글 네스트 허브 맥스가 어울리겠지만 7인치 화면은 주방이나 침실에서 사용하기 적당합니다. 저처럼 AI 스피커로 알람이나 날씨를 듣는 소비자라면 충분히 만족할 제품입니다.



    3~4년 전 처음으로 등장해 열기는 식었지만 다시 한 번 AI 스피커 붐이 일어날 거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여러 기능들이 주목받고 있지만 특히 온라인 쇼핑의 발달로 보이스 커머스 시대가 도래할 거란 예측입니다. 국내에선 아직 카카오톡 선물하기 상품을 메신저로 보내주는 수준이지만 빠른 시일 내에 음성으로 물건을 주문하는 게 익숙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에코 쇼'로 아마존 상품을 주문하는 것처럼 말이죠. 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도 새로운 AI 스피커를 준비 중이라는데 이런 보이스 커머스 기능까지도 발전시켰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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