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2만원' 싸늘한 여론…통신사 "나 떨고있니"

이지효 기자

입력 2020-09-14 13:56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의 작은 위로이자 정성`이라고 말했던 `통신비 2만원` 지원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정부가 58년 만에 편성한 7조 8,000억 규모 4차 추가경정예산안이 통신비 2만원에 발목 잡힌 상황이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내부에서도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데다 시민들의 반응도 냉담하다.

정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추경안에 따르면 만 13세 이상 4,640만명에게 모두 2만원의 통신비를 깎아준다. 약 9,3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명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지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통신비 부담이 커졌을 것이라는 이유다.



● 문 대통령 "통신비 2만원 지원, 정부의 작은 위로"

`통신비 2만원` 지원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이에 화답하며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만 13세 이상 전 국민에게 월 2만원의 통신비를 일괄 지원하는 방안을 요청했다.

당시 이 대표는 "액수는 크지 않더라도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에게 4차 추가경정예산안에서 통신비를 지원해 드리는 것이 다소나마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 생각이다. 국민의 비대면 활동이 급증한 만큼 통신비는 구분 없이 일률적으로 지원해 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 10명 중 6명 "전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은 잘못"

야권에서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민들 통신비는 증가하지 않았는데 1조원 가까운 돈을 통신사에 주겠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재정이 어려운 상태에서 제정신 가지고 할 일이 아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추석을 앞두고 국민 마음을 2만원에 사보겠다는 계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권 내부에서도 지적이 제기된다. 민주당 소속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0일 한 인터뷰에서 "통신비 같은 경우 돈이 직접 통신사로 들어가 버리니까 승수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영세 자영업자나 동네 골목 매출을 늘려주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점이 아쉽다"고 전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페이스북을 통해 "통신비 2만원 지급을 두고 말이 많다"며 "통신비 2만원 지급 추경 예산으로 `무료 와이파이망 확대`에 투자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여론도 부정적 반응이 대부분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그 돈으로 저소득층 독감 백신접종을 무료로 해주던지, 고생하고 있는 의료진 간식이라도 하나 더 돌리는 게 낫겠다"는 의견이 올라왔다. 또 다른 커뮤니티에서도 "국민들이 2만원이 없어서 손가락을 빨고 있는 줄 아느냐"며 "코로나19로 누구보다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으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국민 10명 중 6명은 정부의 `통신비 2만원` 지원에 대한 방침을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여론조사도 있었다. 리얼미터가 YTN `더뉴스`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표본오차 ±4.4%p)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8.2%가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이 `잘못한 일`이라고 응답했다. 보수층(64.2%)과 국민의힘 지지층(85.4%), 중도층(67.5%)과 무당층(68.3%)에서 모두 `잘못한 일`이라는 응답이 다수였다.



● "투입되는 재원에 비해 재정승수가 크지 않아"

통신비 지급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투입되는 재원에 비해 재정승수가 크지 않다고 지적한다. 재정승수는 정부 지출과 국내총생산(GDP) 증가 규모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지표다. 재정승수가 1에 가까울수록 돈을 효율적으로 썼다는 의미다. 긴급재난지원금이나 이번 통신비 지원과 같은 정부의 이전지출은 정부가 직접 쓰거나 투자하는 방식에 비해 재정승수가 크게 낮다.

전체적인 가계 통신비 부담은 줄고 있는 상황도 한몫한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2·4분기 4인 가구의 통신비 지출은 18만 2,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줄었다. 1인 가구(-10.1%), 2인 가구(-6%), 3인 가구(-6.3%), 5인 이상 가구(-0.2%) 등 전 가구에서 지출이 줄었다. 무제한 요금제 사용자가 많아 큰 영향을 받지 않았고, 오히려 집에 머무는 동안 와이파이를 사용하기 때문에 통신비 지출이 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 "`가족 다회선`은 명의변경해야 지원받을 수 있어"

이번 통신비 지원은 만 13세 이상 국민 약 4,640만명에게 통신비 2만원을 일괄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10월에 청구되는 9월분 이동통신 요금에서 2만원을 감면한다. 2만원 보다 적은 요금이 나오면 다음 달로 이월해 감면한다. 본인 명의로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한 경우에는 별도의 신청 없이 자동으로 적용된다.

정부가 배포한 긴급재난지원 패키지 설명자료에 따르면 1인당 이동통신 1회선에 대해 1개월 원칙으로 2만원이 정액 지원된다. 다회선 가입자의 경우 1회선만 감면받을 수 있다. 가족 대표 명의자 이름으로 1명이 다회선에 가입해 있다면 가족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셈이다. 지원금을 받으려면 명의를 변경해야 하는데, 청소년의 경우 콘텐츠 결제나 유해환경을 차단하기 위해 부모님 명의로 가입한 경우도 있다.

정부는 9월분 요금이 2만원이 안 될 경우 다음 달로 이월하는 등 방식으로 최대 2만원 정액 감면을 추진하기로 했다. 취약계층이나 노인층은 정부 시책에 따라 이동통신 3사가 월 1만 1,000원씩 요금을 감면해 주고 있으며 이 경우 실질 납부 요금이 2만원이 안되는 이용자들도 적지 않다. 이런 경우 2만원 정액지원을 위해 다음 달까지 별도 정산이 필요한 만큼 행정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



● "세금 걷어서 통신사에 주냐"…비난에 좌불안석

통신 업계에서는 "통신사가 좋을 게 없는데 괜히 비난 여론 등으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요금을 지원하는 절차에서 추가 비용이 생기고, 이 과정에서 각종 민원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혜택받는 대상을 선별하고 통신비를 새로 부과하는 데 비용이 든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표정 관리하는 것 아니냐. 해당 요금이 확실히 보전되는 데다 소비자 입장에선 다른 서비스 추가 사용 심리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민 혈세를 낭비한다`는 여론이 통신사가 일정액을 부담하라는 주장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실제로 참여연대는 지난 10일 논평을 통해 "정부가 통신비를 지원한다면, 절반은 소득을 기준으로 대부분의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지급하거나 직접적인 피해업종 등에 정부가 예산으로 직접 집중지원하고 기간 통신사업자인 이통사가 나머지 절반을 요금에서 직접 감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발표했다.

한발 더 나아가 통신사들은 통신비 인하 요구로 번지지 않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 정부 대선 캠프도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를 공약한 바 있다. 이통 3사는 지난 2011년 일괄적으로 기본료 1,000원을 내린 바 있다. 방통위가 물가상승에 따른 고통 분담 차원에서 기본료 인하를 추진했다. 딩시 통신사 입장에서는 매월 600억원씩, 연간 7,2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했지만 이용자로서는 혜택을 체감하기 힘든 수준이라 비판 여론만 커졌다.



`통신비 2만원`을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 13일 예정에 없던 비공개 최고위원 간담회를 주재했다. `통신비와 관련해 다시 논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으나 민주당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따른 방역대책과 정기국회에서 추진할 코로나19 및 민생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이미 문 대통령이 직접 육성으로 밝힌 통신비 지급을 불과 며칠 만에 원점으로 돌리긴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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