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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경제 및 증시…망치는 국가와 잘하는 국가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20-10-05 10:55  



요즘은 종전의 이론과 관행이 통하지 않는 ‘뉴 노멀’ 시대다. 미래 예측까지 어려워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뉴 앱노멀’ 시대라 별도로 구분해 부른다. 이럴 때 한 나라의 경제는 대통령(의원내각제는 총리)의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한국이 속한 신흥국일수록 더 그렇다.
대통령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해 경제가 망가지는 국가가 의외로 많다. 선진국에서는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이다. 당시 국가기밀 누설, 역외탈세 등이 잇달아 겹치면서 국민 지지도가 4%까지 떨어진 적이 있었다. 낮은 국민 지지도로 2016년 4월에 예정된 대통령 선거에도 못 나오면서 현 마크롱 집권 시대를 열어줬다.
연일 탄핵시위에 시달린 당시 올랑드 대통령이 테러·난민·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나라 안팎에 수북이 쌓여 있는 경제현안을 제때 처리하지 못함에 따라 프랑스의 성장률이 둔화되고 실업률은 다시 10%대로 치솟았다. 당시 유럽중앙은행(ECB)의 금융완화정책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였던 다른 유로 회원국과는 대조가 됐다.

대통령이 부패를 저지른 그 자체가 나쁜 일이지만 부패를 저질러 놓고 전·현직 대통령 지지층 간에 누가 많고 적으냐를 놓고 지금도 싸우는 국가가 있다. 바로 브라질이다.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은 국영 에너지회사인 페트로브라스의 뇌물 사건에 휘말리면서 2016년 8월말에 탄핵당해 대통령직에서 쫓겨났다.
우리와 달리 브라질은 대통령이 탄핵으로 유고될 때에는 차기 선거를 치르지 않고 부통령이 승계해 잔여 임기를 채우도록 돼있다. 호세프 탄핵 이후 권한을 넘겨받은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도 부패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2014년 상반기 이후 국제유가 추락과 심각한 부패문제 등이 겹치면서 브라질 경제는 2015년 성장률이 -3.8%까지 떨어졌다. 그 이후 유가 회복 등으로 마이너스 성장 폭이 둔화될 조짐을 보였으나 ‘재둔화(double dip)’ 국면에 빠지면서 지금까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너무 많이 퍼주다가 탄핵에 몰린 대통령도 있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다. ‘장기집권’이라는 오로지 개인 목적만을 위해 정치 포퓰리즘적인 재정지출로 국고가 바닥난 지 오래됐다. 설상가상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사 노력이 1970년대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경제가 파탄됐다.
국제유가가 추락하기 시작한 2014년 1분기 이후 베네수엘라 경제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한때 200%에 근접할 정도로 ‘살인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더 이상 생활고에 참지 못한 베네주엘라 국민은 한편으로는 마두로 탄핵시위에 연일 가담하고, 다른 한편으로 국경을 탈출해 조국을 등지고 있다.

국민의 높은 지지도를 바탕으로 갑질을 일삼다가 재추락하는 대통령도 있다.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2016년 5월에 치러졌던 대선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정치기반이 취약했다. 이 때문에 취임 초기에 승부수로 던진 강력한 마약사범 단속이 성공하면서 국민의 지지도가 91%까지 이상 급등했다. 여론조사의 한계를 감안하면 전 국민의 지지도를 받은 셈이다.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국가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 이후가 문제였다. 높은 국민의 지지도를 편승해 내부적으로는 인사 등에 무리수를 둠에 따라 국민의 불만이 높아졌다. 국제적으로는 비정상적인 외교정책으로 미국 등 전통적인 동맹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취임 첫해 성장률이 7%에 근접했던 높은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최근에는 취임 직전보다 악화되고 있다.
줄을 잘못 섰다가 수세에 몰린 대통령도 있다. 2016년 4월에 발표됐던 파나마 페이퍼스에서 역외탈세 혐의로 국민지지도가 급락한 우크라이나의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은 9월 이후 재침공하는 러시아를 막기 위해 힐러리 클런턴 민주당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하지만 목숨을 걸었던 힐러리 후보가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에 패배함에 따라 포로셴코 대통령은 더 이상 물러날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트럼프 당선자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년 전 우크라이나 내전으로 태동됐던 신냉전을 종결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나올 만큼 밀월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비선 조직에 의해 경제가 망가진 국가도 있다. 2009년에 취임한 제이콥 주마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은 인도의 굽타 그룹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국정운영의 윔블던 현상(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자국인 영국 선수보다 외국인이 우승하는 횟수가 많은데서 유래)’이 발생한 셈이다.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괜찮아 보였지만 비선 조직인 인도 굽타 그룹의 국부유출로 남아공 경제는 ‘속빈 강정’이 됐다. ‘종속 이론’을 태동시켰던 1970년대 중남미 경제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경제주권을 되찾기 위해 시작된 주마 대통령 탄핵시위가 범국민 운동으로 확대되면서 쫓겨났다.

당초 기대와 달리 국가지도자 역할을 잘해 경제도 살리고 집권 후반기에 지지도가 더 올라간 대통령도 있다. 재정위기·난민·테러 등 수많은 유럽의 난제를 총대 메고 풀어가고 있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가정을 위해 직접 장보는 면모가 알려지면서 국민의 지지도가 더 견고해졌다. 경제도 구인난을 겪을 정도로 탄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높은 가족애를 바탕으로 한 ‘가화만사성 국정운영’으로, 전임자 시절에 경제위기에 몰렸던 아이슬란드의 귀드니 요하네슨 대통령은 연봉 인상을 단칼에 거절해 국민의 지지도가 높아졌다. 2016년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봉을 1달러만 받겠다고 선언해 미국 경제가 더 견고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전염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당장 한 달 앞으로 다가온 46대 미국 대통령 선거결과 뿐만 아니라 2차 팬데믹 여부, 그리고 세계 경제가 어떻게 될지 불안하다.
종전의 이론과 규범으로 설명되지 않는 뉴 노멀 디스토피아의 첫 사례인 코로나 사태가 국제사회에 알려지기 시작한지 ’6개월‘이란 짧은 기간에 최고 통수권자의 역할에 따라 해당국 국민의 보건과 경제, 그리고 자신의 운명까지 좌우돼 왔다. 전염 통제, 경제활동 재개 시기 결정, 긴급 경기대책 추진 등이 통치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축출설‘까지 나돌았던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발병 지원지‘라는 오명을 극복하고 2차 전염 통제, 경제활동 재개, 긴급 유동성 공급 등을 과감하게 결정해 약화됐던 정치적 입지가 만회됐다. 지난 1분기 -6.8%까지 추락했던 성장률(전년 동기대비)도 2분기에는 3.2%로 ’V’자형 반등에 성공했다. 과다 채무로 부진했던 일대일로 계획 추진도 지난 5월 디지털 위안화 발행을 계기로 활기를 찾고 있다.
한국 국민의 자발적인 협조가 더 큰 역할을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도 ‘방역 선진국’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코로나19 대응을 잘한 최고통수권자로 분류된다. 올해 성장률이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1위로 예측될 정도로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잘 관리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내년 성장률이 34위로 떨어지고 2차 팬데믹 우려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는 앞으로 남은 과제다.
최고통수권자 가운데 처음 감염된 영국의 보리스 총리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지난 2분기 성장률(전분기 대비)이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인 -20.4%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진자수와 사망자수는 재확산 추세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 등의 대내외 당면 현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인증 사진을 찍을 정도로 만용을 부렸던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탄핵까지 몰리는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잔자 수와 시망자 수는 세계 1, 2위를 다툴 정도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경제는 ‘파탄’이 우려될 정도다. 리우데자네이루 등 주요 도시 거리에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전 대통령의 얼굴 사진으로 재등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코로나 사태 대응에 미숙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국민 방역의 책임을 지고 있는 최고통수권자가 뒤늦게 마스크를 착용한 사례가 뒷받침한다. 경제도 지난 2분기 성장률(전분기대비 연율)이 1947년 상무부가 국민소득 통계를 맡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31.4%를 기록할 만큼 추락했다. 주가가 오른 것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힘이 크다.
대선을 한 달 앞두고 1차 TV토론까지 뒤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코로나19 감염이 2016년 대선 당시처럼 10월의 이변, 즉, ‘옥토버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가 될지 모른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 그 이상의 어떤 의미를 붙여서는 안된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과 가족, 그리고 미국 국민과 세계 경제를 위해 빠른 쾌유를 바랄 뿐이다.



한상춘 /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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