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총리, 이재용·스가 같은시기 만난 이유…고도의 실리 외교 [유은길의 진짜 베트남]

입력 2020-10-20 06:31   수정 2020-10-20 09:22

베트남 총리, 韓 경제·日 정치 수장 잇따라 만나
이재용 삼성 부회장 및 스가 日총리, 베트남 방문 및 총리 단독 면담
이재용 부회장 19일 기업인 첫 무격리 입국, 20일 총리 만나 '투자협력 논의'

<사진: 베트남으로 출국하는 이재용 부회장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19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베트남으로 출국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어제(19일) 베트남 입국에 이어 오늘(20일) 응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를 단독 면담한다. 코로나19 감염사태 확산 속에서 이뤄진 삼성 총수의 베트남 방문이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의 베트남 방문과 총리 단독 면담은 코로나19 감염 사태 및 새 일본 총리의 방문시기와 겹쳤다는 점에서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스가 일본 총리의 같은 시기 베트남 방문, 그 속 의미를 분석한다.

★ 한국 기업인 베트남 신속입국 (패스트트랙) 본격화 시동

먼저 한국 기업인 첫 무격리 입국자로 이재용 부회장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그간 한국인들은 베트남을 방문하면 무조건 14일간 격리를 해야했다. 간간이 이뤄진 기업인 특별입국조치도 시설 격리가 아닌 지정된 호텔 격리 14일이었다. 기업인 패스트트랙(신속입국절차) 논의는 많이 했지만 실제 무격리 입국 사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얼마 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한국인으로는 사실상 첫 무격리 입국자였다.
베트남 정부 관계자는 “강경화 장관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경봉쇄 이후 외국인으로는 사실상 처음으로 무격리 입국해 총리 면담을 했다”며 “그만큼 베트남이 한국에 많은 애정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강경화 장관 및 이재용 부회장이 정치인 그리고 기업인으로서 베트남 무격리 입국 테이프를 끊은 만큼, 앞으로 한국 기업인들의 베트남 입국시 격리 기간이 계속 단축되는 가운데 방역 상황이 보다 성숙되면 무격리 입국하는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고 귀뜸했다.
베트남 정부는 한국 기업인 입국 패스트트랙의 첫 적용자로 이재용 부회장을 택해 한-베트남 간 협력의 상징성을 극대화했다. 또한 삼성의 적극적인 투자 유치를 위한 유화적인 제스처로서는 최상의 전략을 구사했다.


<사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2019년 11월 한경자료>

★ 한국(삼성) 기술이전 및 투자 확대 가능성

둘째 한국(삼성)의 기술이전 및 투자 확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네덜란드 출장 귀국 후 단 5일만에 다시 베트남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네덜란드에서는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을 방문해 차세대 반도체 사업을 챙겼다. 이번에는 삼성전자의 최대 휴대폰 생산기지인 베트남을 방문한 것이다. 반도체 및 휴대폰 관련 공장확장, 기술투자가 베트남에 더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베트남 언론들은 이 부회장의 이번 방문과 관련해 삼성의 기술이전 및 투자확대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현지에서는 이 부회장이 베트남에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등 신규 투자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 부회장 방문에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 사장과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동행했다. 이 분야 투자 및 협력확대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원래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THT 신도시 지구에 건설하는 삼성전자 연구개발(R&D) 센터 기공식에 참석하려고 했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으로 행사가 취소되면서 방문하지 못했다. 이 R&D센터는 동남아 최대 규모로 한-베트남 간 기술협력 및 이전의 상징성을 갖고 있다. 현재 대우건설이 개발하고 있는 이 신도시 부지에는 베트남 신정부 청사와 전철 역사 그리고 인근에는 외국 대사관 업무단지가 입지한 명실상부한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대표적인 신도시 현장이다. 이곳에 삼성의 R&D센터가 지어지고 있는데, 여기에 삼성 총수가 직접 방문해 관련 도시 개발과 연구 개발 협력에 힘을 실어주는 효과가 발생한다. 한-베트남 간, 삼성-베트남 간 경제협력의 상징성을 극대화하는 의미가 있다.

<사진: vnexplorer>

★ 한일 양국에 대한 베트남의 고도의 균형·실리 정치경제 외교

셋째, 이재용 부회장의 방문 시점이 절묘하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71) 새 일본 총리가 베트남을 방문한 시점과 겹친다. 18일 일본 총리 19일 삼성 총수가 연이어 베트남을 방문해 총리를 만나다. 특히 스가 일본 총리는 취임 한 달여 만에 첫 해외 순방길에 올라 베트남을 첫 번째 국가로 방문했다. 스가 총리는 이번 방문을 통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ASEAN)은 중요한 파트너인데,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을 위해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공헌하겠다는 결의를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스가 총리의 이런 공식 입장은 한마디로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만들어 이 지역 영향력을 키우는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더 나아가 일본의 무기를 베트남 등에 판매하겠다는 속내도 깔려 있다. 실제로 스가 총리는 19일 푹 총리와 회담을 갖고 베트남과 `방위장비 및 기술이전 협정`을 체결한다는데 합의했다. 이로써 일본은 자국 무기를 베트남에 수출할 수 있는 법적 틀 마련에 성공했다.

여하튼 일본은 그렇다 치고, 베트남 총리는 일본 정치 수장 및 *한국 경제 수장을 왜 이번에 거의 동시에 만나는 것일까? (*이재용 부회장은 한국 재계 서열 1위 삼성 총수 역할을 하고 있어 경제수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한일관계를 고려해 서로 섭섭하지 않게 일정과 내용을 준비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한국과 일본은 베트남에 있어 아주 중요한 경제협력 파트너다. 이번에 긴밀하게 동북아 양국의 정치 경제 수장을 만나 베트남의 실리외교 및 경제성장의 본격 시동에 큰 힘을 보태고 싶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베트남은 일본 정치외교력 지원으로 남중국해의 중국 야욕을 제어하는데 도움을 받게 된다. 그리고 한국 경제력 지원으로 베트남은 기술산업 발전에 큰 탄력을 받게 된다. 일본은 누적 기준으로 베트남에 가장 많은 원조 공여국이고(일본의 베트남 ODA는 2019년 12월 기준 237억6천만 달러) 한국은 베트남에 가장 많이 투자한 국가(한국의 베트남 누적 투자액은 2020년 6월 기준 683억1천만 달러)이다. 베트남에 있어 한일 양국은 가장 중요한 사업 파트너라는 점은 수치로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베트남은 코로나19 방역 성공을 발판으로 3분기에 2.12%의 경제성장을 이뤘다. 10월19일 기준으로 베트남은 47일째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 0명을 기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올해 대부분의 국가들이 역성장으로 위기에 처해있지만 베트남은 중국과 함께 올해 플러스 성장에 성공한 몇 안되는 국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베트남은 이런 여세를 몰아 4분기 및 연말에 한국 및 일본과의 균형·실리 외교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경제성장 시동을 걸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한국(이재용 삼성 부회장) 및 일본(스가 일본 총리)은 이에 적극 호응한 셈이다. 한국 대표 선수로 나선 이재용 부회장이 베트남 총리와의 성공적인 만남을 통해 한-베트남 간 동반성장은 물론이고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많은 한국 기업인들에게 큰 힘을 불어 넣어주기를 기대한다.

《유은길의 진짜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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