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터 된 '이건희 미술관'…문체부의 선택은?

방서후 기자

입력 2021-06-08 15:38  

`이건희 미술관` 건립을 두고 주요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유치전에 뛰어들고 있다.
국보와 보물, 세계 거장의 작품들이 대거 포함되며 경제적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지역 갈등을 넘어 정치 쟁점으로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 10조짜리 컬렉션 모시기 경쟁 `치열`
"수장고가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개방형 수장고 이런 미술관을 만든다든가, 그런데 수장고 자체도 조금 문제가 있고요. 따라서 어떤 형태가 됐든지 미술관과 수장고를 또 새롭게 건립할 생각도 있습니다."
지난 4월28일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소장 문화재·미술품 기증 관련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회장의 기증품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 고려천수관음보살도(보물 제2015호), 이중섭의 `황소`,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등이 포함됐다. 감정가는 3조원 정도지만 시가는 10조원을 넘을 수도 있다는 게 미술계 전언이다.

이에 전국 지자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미술관 유치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삼성전자 본사와 이 회장의 묘소가 있다며(수원), 이 회장의 출생지라며(대구), 이 회장이 유년시절을 보냈다며(부산), 이 회장이 생전 하트 모양 섬을 구입했다며(여수), 명분도 제각각이다.
이 회장과 엮을 구실이 없는 지역들도 마찬가지다. 군사시설보호구역에 묶여 문화시설이 없다며(의정부), 미술관 지을 땅을 내놓겠다며(대전, 세종, 강원도 등), 미술관이 안 된다면 작품 일부라도 기증해 달라며(전남도, 인천 강화 등) 목소리를 냈다. 이런 식으로 유치전에 뛰어든 지자체는 20곳을 넘는다.
미술관 건립 시 예상되는 경제적 파급 효과도 지자체의 경쟁을 부추긴 요인이다.
대구경북연구원에 따르면 이건희 미술관이 대구에 건립될 경우 생산유발 효과만 7,482억 원, 부가가치유발 효과 3,201억 원, 방문객 생산유발 효과는 1,239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 지역 이기주의·정치 싸움으로 변색된 문화보국
미술관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이 회장의 유지인 `문화보국(文化保國)`은 어느새 뒷전이 됐다. 지역 갈등을 넘어 정치 쟁점으로까지 번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나선 나경원 후보는 지난 3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대구에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하겠다고 공약했다. 나 후보의 발언은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정치권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미 박형준 부산시장이 북항 재개발 사업에 이건희 미술관을 포함시키겠다고 밝힌 만큼, 가덕신공항 문제로 여운이 가시지 않은 부산과 대구·경북 정치권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김종천 과천시장(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당초 임대주택 4천 가구를 지으려다 주민 반대로 무산된 과천청사 유후부지에 미술관을 유치하겠다는 뜻을 정부에 전달했다.
이 때문에 4·7 재·보궐 선거 참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부동산 민심 악화를 지목해온 민주당 다른 지역에서도 공공택지 개발을 반대하는 동시에 미술관을 달라는 유사한 사례가 따를 수 있다는 우려다.
● 이달 중순 윤곽 드러날 듯…입지 공모 가능성도
문체부는 미술관 신설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미술계를 비롯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빠르면 이달 15일쯤 미술관 신설 방침을 결정해 황희 문체부 장관이 직접 발표할 계획이다.
미술관은 미술계에서 요구하는 `국립근대미술관`이 될 수도, 이 회장의 기증품만 별도 전시하는 미술관이 될 수도 있다.
미술계 인사 400여명이 참여한 `국립근대미술관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이 회장 기증품 중 근대기 작품 1천여점과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근대 미술품 2천여점을 합해 국립근대미술관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증품의 성격과 연대가 다양한 만큼 보관·전시 방법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무작정 한데 모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미술계까지 합세하며 경쟁이 과열되는 상황 등을 고려해 입지 공모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문체부는 지난 2015년에도 국비 908억원을 투입해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입지를 공모, 인천 송도를 선정한 바 있다.
미술관 건립을 공모 방식으로 추진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한 부산시 관계자는 "공모 절차 없이 장소를 정한다면 지역 문화 예술계 반발이 거셀 것"이라며 "문체부도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전문가 공청회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문체부 관계자도 "부지 선정을 두고 여러 지자체에서 요청이 나오고 있는 만큼 다각도로 살펴 이달 중 투명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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