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낚은 화천산천어축제…2만7천명 산골마을의 기적

입력 2017-01-12 08:26   수정 2017-01-12 09:40

지구촌 낚은 화천산천어축제…2만7천명 산골마을의 기적

척박한 '최전방 접경지'서 100만 명 넘는 세계축제장으로

(화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분단국가 대한민국의 휴전선과 가까운 접경지역에서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겨울축제가 14일 막이 오른다.

강원도 중에도 인구 2만7천 명에 불과한 초미니 산골 마을에 100만 명이 넘게 찾는 '화천산천어축제'다.

겨울철이면 화천 전체 인구의 50배가 넘는 외지인이 몰리는 이 축제는 올해 14년째를 맞았다.


6.25 한국전쟁의 격전지로, 안보와 평화를 상징하는 화천은 이제 겨울철이면 세계적인 '축제도시'로 더 유명하다.

지구촌 겨울축제의 메인을 장식하던 화천산천어축제를 만든 산골 마을의 기적이 올해도 계속될까?

화천산천어축제는 매년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기네스급 인파, 빙판과 사람이 빚어내는 이색 장면으로 집중 조명을 받았다.

화천에 겨울축제가 시작된 건 2003년이다.

전체면적의 90%가 산과 하천으로 둘러싸여 있고, 접경지 특성상 군사시설보호구역과 환경규제 등 이중 삼중의 규제가 겹쳐 꼼짝달싹 못 하는 '첩첩산중 도시'다.

실제로 화천 전체 인구보다 군인이 더 많은 '무장 도시'이기도 하다.

경직된 접경지 특성상 변변한 사업기반이 전무했던 화천은 북한의 도발 위협이 불거질 때면 지역경제가 쑥대밭이 되곤 했다.

축제는 오직 살기 위한 생존 전략에서 나왔다.

2000년 처음 만든 제1회 낭천얼음축제는 콘텐츠의 다양성과 경쟁력이 떨어져 호응을 받지 못했다.

화천군과 주민은 다시 머리를 맞댔다.

궁하면 통하는 법일까.

'냉장 도시'에서 군대 생활을 했던 사람이라면 하나같이 머리를 흔드는 강추위와 얼음, 각종 규제로 인해 오히려 잘 보전된 자연에서 해답을 찾았다.

무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얼음이 언다는 화천골짜기 얼음판, 주연은 1급수 맑은 물에서 서식하는 냉수성 토종 물고기인 산천어를 캐스팅했다.

성공을 장담하지 못하던 첫해, 이 마을 주민의 10배 달하는 20만 명이 넘게 몰렸다.

언론은 이름도 낯선 어느 작은 산골 마을의 기적으로 축제의 성공을 알렸다.

2006년 정부의 유망축제를 시작으로 2008년 우수축제, 2010년 최우수축제로 급성장했다.

급기야 2014년부터 현재까지 4회 연속 '대한민국 대표축제' 타이틀을 따냈다.




중국 하얼빈 빙등제, 일본 삿포로 눈축제, 캐나다 퀘벡 윈터 카니발과 함께 세계 4대 겨울축제로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했다.

산천어축제는 '10년 연속 100만 명 돌파'라는 세계축제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쓰고 있다.

세계적인 축제라는 명성은 과장이 결코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 수로 검증된 결과다.

지난해 열린 산천어축제에 외국인 방문객이 역대 최다인 7만8천여 명에 달했다.

매년 해외 유수 언론은 수만 명이 얼음벌판에 구멍을 뚫고 낚시를 하는 장면을 토픽으로 타전하고 있다.

가장 추운 도시는 가장 화끈한 체험축제 도시로 탈바꿈했다.




정부의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2014년 기준)에 전국 유일의 '흑자축제'로 이름을 올렸다.

2016년 축제 기준으로 직접경제효과가 약 991억 원에 이른다는 전문기관 조사결과도 나왔다.

화천군은 겨울철에 오히려 활기가 넘친다.

주민들이 축제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자 축제는 모두의 기업이 됐다.

지역주민 참여율이 약 70%에 달한다는 게 평가도 나왔다.

2006년 축제에 처음 도입된 화천사랑상품권은 또 다른 히트작이다.

축제에 참여하면 비용의 일부를 지역 농산물이나 상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으로 되돌려 주었다.

전국의 지역상품권의 효시로 인정받을 만큼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해 축제 평가 용역 결과 상품권과 농특산물교환권 발행권 유통액이 12억6천여만 원으로 나타났다.




지역 농민은 한 해 농사를 지은 농산물을 판매하고, 숙박업소는 예약접수와 손님맞이로 눈코 뜰 새가 없다.

노인들은 일 년간 산천어 등 제작으로, 지역 업체는 축제장 시설 준비로 여름부터 참여한다.

하지만 자연환경을 이용한 축제이다 보니 개막 시기가 가까우면 늘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다.

올해는 유례없는 위기도 닥쳤다.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온난화와 갑작스럽게 이틀간 내린 폭우(50mm)로 얼음이 얼지 않아 위기를 맞았지만, 산골주민은 주저하지 않았다.

매번 얼음판을 점검하는 참여단체의 열정과 노하우, 밤낮으로 얼음벌판만 바라보는 화천군 공무원의 정성이 똘똘 뭉쳤다.

화천군과 주민은 다양한 겨울 레포츠 종목을 늘리고 지역 숙박업소를 이용하면 야간 밤낚시를 무료로 운영하는 등 새로움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올해는 핀란드 로바니에미시의 리얼 산타도 초청해 '1월의 크리스마스'로 색다른 이벤트를 선사한다.




산천어축제 성공의 가장 큰 밑거름은 주민의 관심과 참여였다.

거대한 축제장을 관리하는데 큰 비용이 들지만, 자원봉사센터를 비롯해 각 사회단체, 주민이 자발적으로 나섰다.

관광객 안내와 환경정비, 교통관리, 화장실 관리 등에 참여했고, 화천에 등록된 자원봉사자가 약 1만5천 명에 달할 정도다.

전체 군민 중 60%를 훌쩍 넘는 수다.

다만, 화천 축제장으로 향하는 협소한 국도와 지방도, 50년이 넘은 화천읍 관문 화천대교는 개선이 시급하다.

관광수요보다 턱없이 부족한 사회기반시설은 세계축제 명성에 걸림돌이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한 화천산천어축제가 체류형 축제로 변화를 시도하는 원년인 만큼 야간에 보고, 즐기는 프로그램을 대폭 늘렸다"며 "민·관·군이 힘을 합쳐 성공적인 축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앞서 축제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달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선등거리 점등식과 세계최대 실내얼음조각광장 개장식이 열려 축제 시즌개막을 알렸다.




본격적인 2017 화천산천어축제는 14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23일간 펼쳐진다.

ha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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