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어렵다고요? 사치 아니냐고요?

입력 2017-02-01 14:55  

詩가 어렵다고요? 사치 아니냐고요?

신간 '시쓰세영' '시따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詩)에서 문화센터 강사 김용탁 시인의 말이다. "여러분들은 다 가슴 속에 시를 품고 있어요. 시를 가둬두고 있는 거예요. 그걸 풀어줘야 해요. 가슴 속에 갇혀 있는 시가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수 있도록."

그의 말대로 설거지통 속에도 시는 있다. 신간 '시쓰세영'은 누구든지 자신에게 편한 언어로 마음을 꺼내놓으면 시가 된다는 진리를 확인하는 시집이다. 저자 김세영(27)이 엮은 100여 편의 시에는 거창한 수사법도, 난해한 관념도 없다.

주제는 사랑과 연애. 저자는 그 뻔한 순환궤도에서 시를 길어올린다. '썸 타는 중입니다만→아주 작은 데서 설렘을 주는 사람→이럴 거면 왜 받아준 거니→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나 아직 전화번호 안 바꿨어'. 모두 저자의 시 제목이다.

"벚꽃놀이 가는 커플/ 하나도 안 부럽다// 하,/ 나도" ('봄이 좋냐')

"나는 매일이 곗날인가 봐/ 매일 널 만날 수 있으니" ('미래 예언 너의 이름은…'')

"오빠/ 변했어/ 왜 ㅋ가 하나야?"('ㅋ 그게 다야?')

"핸드폰에 불어서 잠금해제 기능 있어야 됨/ 술 먹고 전화 못 하게" ('그러면 다음날 이불 찰 일도 없겠지')

저자는 2014년 '고구마를 캐다 심심한 나머지' 시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연애시를 차곡차곡 올린 페이스북 페이지(www.facebook.com/sis3young)에는 19만 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쌤앤파커스. 샴마 일러스트. 276쪽. 1만4천원.




"나 다 자랐다, 삼십대, 청춘은 껌처럼 씹고 버렸다. 가끔 눈물이 흘렀으나 그것을 기적이라 믿지 않았다, (…) 삼십대, 다 자랐는데 왜 사나, 사랑은 여전히 오는가, 여전히 아픈가, 여전히 신열에 몸 들뜨나" (심보선 '삼십대')

신간 '시따위'는 시인의 머릿속이 아닌 우리의 일상에 시가 새겨져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 손조문(30)은 고시원 쪽방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일을 그만뒀고, 모아둔 돈마저 다 날렸을 때 시를 만났다. '비자발적 달관세대'가 된 저자는 청년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시 28편을 소개하고 자신의 경험을 담은 산문을 덧붙였다.

결혼은커녕 변변한 일자리도 없어 명절이면 차라리 투명인간이 되길 바라는 부끄러움은 일찍이 시인 유하가 걷어냈다. "난 집이라는 굴레가, 모든 예절의 진지함이,/ 그들이 원하는 사람 노릇이, 버겁다/ 난 그런 나의 쓸모 없음을 사랑한다/ 그 쓸모 없음에 대한 사랑이 나를 시 쓰게 한다" ('달의 몰락')

시인 조용숙은 "아무 데나 함부로 고개 숙이기 싫어/ 세상 살아가는 일이 불편한 내가"('겸상')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혼밥'하며 옆에 있는 노숙인과 주고받는 위안을 전한다. 시인 유지소는 백수생활의 동반자 '쓰레빠'로 세상을 대신 때려준다. "막걸리 사러 오복슈퍼 가는 길/ 검은 슬리퍼가 찰싹/ 찰싹 세상의 따귀를 때리며 걸어간다" ('이런, 뭣 같은!)

저자는 책에 실은 시들에 대해 "찬란히 빛나는 청춘의 이미지보다는 먹고사니즘과 궁상과 자조와 고민이 뒤범벅된 생계형 시들에 가깝다"며 "닫아두었던 감정의 비상구이자 공감의 지대가 되길 바란다"고 썼다. 쌤앤파커스. 256쪽. 1만5천원.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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