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재벌' 잇단 수난…때론 공산당·정부에 '파리목숨'

입력 2017-02-02 14:05  

중국서 '재벌' 잇단 수난…때론 공산당·정부에 '파리목숨'

홍콩SCMP, 샤오젠화 밍톈그룹 회장 사건 계기 수난사 조명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최근 실종됐다가 중국 당국 요원에 연행된 것으로 사실상 확인된 샤오젠화(肖建華·46) 밍톈(明天·Tomorrow)그룹 회장 사건을 계기로 중국 내 재벌의 '처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수십 년 간 개혁개방에 따른 경제 급성장으로 중국 재벌도 미국·유럽·일본 등의 재벌 못지 않은 부(富)를 쌓기는 했다. 그러나 중국 재벌의 정치·사회적인 지위는 서구의 재벌과는 큰 차이가 있어 보인다.

특히 중국이 시장경제시스템을 받아들이기는 했어도 정치적으로는 공산당 일당체제인 '중국특색사회주의' 국가라는 점에서, 경제는 정치에 예속될 수 밖에 없다. 그런 탓에 중국에선 재벌이 공산당 또는 정부에 '대항'은 커녕 '저항'조차 힘든 게 현실이다. 때에 따라선 파리목숨 신세가 될 수도 있다.

샤오젠화 밍톈 그룹 회장도 중국의 불투명한 법 집행 체계에서 피해를 본 재벌 중 한 명이다.

2일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내 재벌의 수난사를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샤오 회장은 수년간 홍콩에 머물러왔지만, 지난달 27일 홍콩 포시즌스호텔 내 서비스 아파트를 방문한 중국 요원들로부터 조사 협조를 요청받고 함께 중국에 들어가 2015년 증시 폭락 등에 대한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

이를 두고 외신은 샤오 회장이 중국 당국 요원들에게 강제 연행됐다고 보도했다.

아직 중국 당국은 공식적으로 샤오 회장 연행 조사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가족을 통해 샤오 회장의 처지가 확인되고 있다.

홍콩은 중국으로부터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을 적용받는 곳인 점을 고려할 때, 중국 당국 요원이 일방적으로 홍콩에서 법집행을 할 수 없지만, 그런 일은 수시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중국 부호 순위 23위에 올랐던 샤오 회장은 최소 9개의 상장 기업, 12개 은행, 6개 증권사 등 30개 금융회사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샤오 회장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누나인 치차오차오(齊橋橋)와 남편 덩자구이(鄧家貴)가 소유한 회사에 240만 달러(약 28억 원)를 투자하고 자칭린(賈慶林) 전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의 사위를 지원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따라서 이처럼 중국 최고위층과의 연루설이 나돈 샤오 회장은 어찌됐든 중국 당국의 '관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투자회사인 정취안(政泉)홀딩스와 판구(盤古)인베스트먼트의 지배주주 궈원구이(郭文貴·50)도 중국 당국의 표적이 된 재벌이다.

궈원구이는 2015년 마젠(馬健) 전 국가안전부 부부장의 낙마 후 반부패 당국의 단속을 피해 해외로 도피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미국 뉴욕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곧 귀국하겠다고 반박했지만, 아직 귀국하지 않고 있다.

중국 잡지 차이신(財信)은 궈원구이가 마 전 부부장 등과 결탁해 자신의 사업에 협조하지 않은 류즈화(劉志華) 전 베이징(北京)시 부시장을 낙마시킨 의혹이 있다고 2015년 3월 보도했다.

그는 지난달 26일 뉴욕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명경(明鏡)과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2014년 팡정(方正)증권 소유권을 놓고 리여우(李友) 전 베이다팡정(北大方正) 그룹 최고경영자(CEO)와 벌인 분쟁이 배후 실력자들 간 권력투쟁의 일부였다며 자신과 리 전 CEO가 꼭두각시였을 뿐이라고 항변하고 있으나, 중국 당국의 '표적'임이 확실해보인다.

궈원구이는 행성처럼 중국 주위를 떠돌면서, 귀국하지 않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중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궈광창(郭廣昌) 푸싱(復星·FOSUN)그룹 회장도 2015년 12월 사흘간 실종된 적이 있다.

그 때문에 상하이(上海)와 홍콩 증시에 상장된 푸싱그룹 자회사들이 거래 정지를 요구하는 등 소동이 일었다.

궈 회장은 이후 중국 사법 당국이 진행한 특정 조사에 협조했다고 말했지만, 조사의 구체적인 부분은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 최대 밀수 사업을 한 혐의로 2012년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던 라이창싱(賴昌星·58) 전 위안화(遠華)그룹 회장도 정치적 희생양이라는 주장을 편 적이 있다. 캐나다에서 12년간 머물다가 2011년 중국으로 송환됐던 라이 전 회장은 지난달 옥중 청원서를 통해 샤먼(廈門) 세관에 보관된 자신의 재산을 법원으로 이전해달라고 요청했다.

중국 사모펀드 업계에서 '신의 손'으로 불린 쉬샹(徐翔·40) 쩌시(澤熙)투자관리유한공사 법정대표자 겸 총경리는 지난달 내부자 거래와 주가 조작죄로 5년 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쉬샹은 17세에 3만 위안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한 뒤 40세에 개인 자산을 40억 위안(7천200억원) 규모로 키웠지만, 2015년 11월 할머니의 생일잔치에 참석하던 중 전격 체포됐다.

차이신은 쉬샹이 110억 위안(1조8천540억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아 개인 경제 범죄에 대한 벌금액 기록을 세웠다고 전했다.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의 '자금줄'로 알려진 쉬밍(徐明) 다롄스더(大連實德) 그룹 창립자는 2005년 순자산 10억5천만 달러(1조2천138억 원)로 중국 8위 부호로 선정됐지만, 보시라이 일가에 2천60만 위안(34억8천 만 원)을 뇌물로 제공한 혐의로 2012년 징역 4년 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후베이(湖北)성 감옥에서 출소를 두 달 앞둔 2015년 12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중국에선 기업인들이 정치적인 실력자와 결탁해야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만큼 정치적 리스크도 떠안아야 하며, 그런 배경에서 재벌의 수난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harris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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