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뽑기방 '우후죽순'…소소한 재미 vs 사행심 조장

입력 2017-03-05 08:00  

인형 뽑기방 '우후죽순'…소소한 재미 vs 사행심 조장

작년보다 68배 급증…확률 조작·도박성 부정적 여론도





(전국종합=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전국적으로 인형 뽑기 열풍이 불고 있다.

주요 도심에는 불과 수십미터 거리에 인형 뽑기방이 들어서 성업 중이다.

즐기는 사람도 각양각색이다. 어린이, 청소년은 물론 직장인까지 열광한다.

이전에는 목격하지 못했던 기현상이다.

이런 현상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현재 전국 인형 뽑기방이 1천400여곳에 달한다. 지난해 이맘때보다 무려 68배 늘어난 것이다.

인형 뽑기가 인기를 끄는 것은 적은 돈으로 소소한 재미와 함께 성취감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률 조작 의혹과 사행심 조장 등 부정적인 의견도 적지 않게 나온다.



◇ 1년 사이 68배 급증…불황에 '소소한 꿀잼'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인형 뽑기방은 1천433곳으로 집계됐다. 1

1개월 사이 269곳 늘어난 것이며, 지난해 2월 말 21곳보다는 68배나 증가한 것이다.


'열풍'을 넘어 '광풍'이란 말이 이상하게 않게 들리지 않을 정도다.

인형 뽑기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온다.

먼저 장기 불황과 취업난 등 현재의 사회 분위기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답답한 현실 속에서 적은 돈으로 인형을 뽑으며 소소한 재미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오락으로 인형 뽑기 만큼 좋은 게 없다는 것이다.

특히 게임당 몇천원이라는 저비용으로 즐길 수 있어 상대적으로 주머니 사정이좋지 않은 젊은 세대들이 열광하고 있다.

업주 입장에서도 장점이 많은 업종이다.

상시 종업원을 두지 않아도 돼 인건비 부담이 없고, 시설 유지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인형 뽑기가 유행하면서 새로운 현상이 속속 등장했다.

지난달 초 인터넷 중고거래 카페에 자신이 뽑은 인형을 되파는 '신보부상'이 등장했다.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 열풍에 힘입어 잠만보, 피카추, 고라파덕 등 포켓몬 캐릭터가 인기를 끌고 있다.

고수들이 인형 뽑기 비법을 공개하거나, 인형뽑기 상황을 중계하는 유튜브 영상은 연일 높은 페이지뷰를 기록했다.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뽑은 인형을 '인증'하는 사진이 잇따라 올라와 인기를 실감케 했다.



◇ 확률 조작에 도박성까지…인형 뽑기의 '불편한 진실'

인형 뽑기가 인기를 끈 지 반년 가까이 되면서 부정적인 여론도 적지 않게 나온다.

집게로 인형을 집어 성공에 다다랐다고 생각했을 때쯤 집게 힘이 탁 풀려 실패해 버리기 일쑤다.

확률 조작 의혹이 불거진 직접적인 이유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달 초 대전서 20대 남성 2명이 2시간 만에 인형 200여개를 뽑아 업주의 신고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 사실이 알려졌을 때 네티즌들은 두 남성을 응원하며 '통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또 '확률이 조작된 줄 알았으면 애초에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불만도 쏟아졌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게임기를 임의로 개·변조해 인형을 집어 올리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인형 뽑기의 '도박성'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도박이란 단어를 사전적인 의미로 볼 때 인형 뽑기는 명백한 도박이라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요행수를 바라고 불가능하거나 위험한 일에 손을 대는 것, 즉 사행심을 조장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김세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대전센터장은 "화투, 경마, 경륜, 카지노, 스포츠 배팅 등 특정 유형에만 국한되거나 배팅 금액이 커야만 도박이 아니다"며 "어떤 활동이든 상관없이 결과가 불확실한 사건에 요행을 바라고 돈이나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거는 행위는 모두 도박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조사한 결과 뽑기 게임이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도박으로 확인됐다.

특히 학원가 화려한 조명의 뽑기 방은 청소년에게 감당하기 힘든 유혹으로 다가온다.

인형 뽑기가 우리 생활 곳곳에 자리 잡은 만큼, 현명하게 게임을 즐기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김 센터장은 "천원, 만원 소액이 쌓이게 되면 금전적 피해가 커질 수 있고, 여기에 몰두하는 시간, 집착, 심리적 에너지 등 피해의 범위는 더 커진다"며 "인형 뽑기를 가용한 용돈에서 재미 수준으로 적절히 이용한다면 간편하면서도 신속, 저렴하게 놀 수 있는 오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적당한 선을 정해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부모나 교사 보호자들은 청소년들에게 강압적으로 '뽑기 게임을 무조건 하지 말라'고 강압하기 보다는 뽑기 게임의 허와 실을 알려주고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soy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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