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한달] VX공격에 비명횡사한 '비운의 황태자'…사건 재구성

입력 2017-03-11 07:10  

[김정남 암살 한달] VX공격에 비명횡사한 '비운의 황태자'…사건 재구성

여성 용의자 2명 기소, 북한 용의자들 도주 또는 증거불충분 석방

신원확인·시신인도에 유족 움직임 없어, 김한솔 동영상 등장에 촉각

<※편집자 주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이복형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살해된지 오는 13일로 한 달이 됩니다. 전쟁무기인 신경가스 VX가 동원된 충격적인 독살사건은 우리나라와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고 배후로 지목된 북한을 둘러싼 동북아 정세에도 작지 않은 파장을 가져왔습니다. 연합뉴스는 사건 발생 후 한 달간의 경과와 수사 상황, 국제사회의 대응, 북한·말레이시아 간의 갈등, 그리고 시신 처리 문제 등 앞으로 남은 절차를 11∼12일 이틀에 걸쳐 5꼭지로 정리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북한 '비운의 황태자'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독극물 공격에 비명횡사한 사건이 13일이면 발생 한 달째를 맞는다.

김정남 암살의 배후로 유력한 북한은 초기부터 시신 인도와 수사 결과를 놓고 말레이시아 정부 당국과 마찰을 빚었고 결국 양국 관계가 파탄 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유족의 시신 확인작업은 11일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더군다나 북한 용의자들도 이미 도주했거나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 상태라 김정남 암살 사건의 배후나 실체 규명이 미궁 속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2청사에서 공격을 받은 건 지난달 13일 오전 9시(한국시간 오전 10시)였다.

마카오행 비행기를 타려던 김정남에게 베트남 여성 도안 티흐엉(29)과 인도네시아 국적 시티 아이샤(25)가 접근해 화학무기인 VX 신경안정제 공격을 감행했다.

여성들로부터 치명적인 일격을 당한 김정남은 실신한 뒤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결국 깨어나지 못했다. 현지 병원은 사건 발생 2시간 만에 김정남의 사망을 선고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바로 수사에 착수했다.

사건 발생 이틀 만에 여성 용의자 2명을 체포했고 뒤이어 쿠알라룸푸르 시내 아파트에서 북한의 리정철(46)도 검거했다.

수사에 속도가 붙는가 했지만 말레이 경찰은 이후 북한 배후설 입증에 난항을 겪었다.

살해 혐의로 기소된 여성 용의자들은 코미디 영상이나 TV 쇼를 찍는 줄 알았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애초 용의 선상에 오른 북한 국적 남성 4명은 범행 직후 이미 북한으로 도주한 상태였다.

설상가상으로 북한 국적자 가운데 유일하게 체포된 리정철마저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나 지난 3일 추방됐다.

말레이 경찰이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에서 추가로 지목한 용의자 현광성(44) 주말레이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은 쿠알라룸푸르의 북한대사관에 은신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건 전모를 밝히는 데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말레이 경찰이 사건 용의자로 북한 국적자들을 대거 지목하면서 '북한 정부 배후설'은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말레이 당국이 부검을 통해 김정남의 사망 원인을 맹독성의 신경작용제 VX 중독으로 결론짓자 북한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는 더욱 짙어졌다.






김정남이 피살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전 세계의 시선은 이미 북한으로 쏠렸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이복형이자 '백두혈통'의 장자인 김정남을 암살하려고 시도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북한은 사건 초반부터 부검에 반대하며 시신 인도를 강하게 요구했다. 북한이 범행 사실을 은폐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강하게 든 대목이었다.

북한은 김정남의 여권 기재 이름이 '김 철'인 점을 근거로 암살 사건에서 김정남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다. 북한 당국은 초지일관 자국민이 심장마비로 숨졌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진상 규명을 하려는 말레이 당국과 마찰을 빚었다.

사건 초기에 말레이시아는 40년 넘게 우호적인 관계를 맺은 북한을 배려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북한이 배후에 있다는 보도가 쏟아졌지만 말레이 당국은 북한 배후설이 추측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런 배려에도 북한이 법규와 외교 관행을 무시하며 '막무가내'식 행보를 이어가자 양국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

두 나라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틀어진 것은 지난달 중순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가 '생떼' 기자회견을 하고 나서부터다.

강철 대사는 피살 사건에 북한 국적의 용의자들이 연루됐다는 말레이 경찰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말레이시아가 북한의 적대적 세력과 결탁했다는 근거 없는 발언까지 했다.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감정의 골이 깊어진 양국은 상대국 대사를 각각 추방하는 고강도 조치를 했다. 급기야 상대국 국민을 인질로 잡는 '강 대 강' 대치로까지 이어졌다.

1973년 국교를 수립한 말레이시아와 북한 관계에서 단교만 남았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다만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가 8일 북한과의 단교는 아직 계획에 없다고 말해 협상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다.







사건 발생한 지 한 달이 다 되도록 김정남의 장례는 치러지지 못하고 있다.

말레이 당국은 시신 인도의 우선권이 유족에 있다고 밝혔지만, 유족 측의 움직임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공식적인 신원확인과 시신 인도를 위해선 김정남 유족과의 DNA 대조가 필요하지만, 유족들은 섣불리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이들도 김정남처럼 신변의 안전을 걱정하며 숨어 지내야만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김정남의 본처 신정희와 아들 김금솔은 현재 중국 베이징에, 후처 이혜경과 한솔·솔희 남매는 마카오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 최근 유튜브 영상으로 존재를 드러내면서 신원확인 작업에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김한솔은 영상에서 "내 이름은 김한솔로, 북한 김 씨 가문의 일원"이라며 "내 아버지는 며칠 전에 피살됐다"고 말했다.

말레이의 공식 수사 자료에 피해자가 '김정남'이 아닌 '김 철'로 남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김한솔의 '깜짝' 등장이 신원확인과 시신 인도로까지 이어지는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kong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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