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한달] 추방에 인질극까지…단교 직전까지 간 北-말레이

입력 2017-03-12 07:10  

[김정남 암살 한달] 추방에 인질극까지…단교 직전까지 간 北-말레이

양국 수교 44년 만에 최대 갈등…단교 위기서 '협상 모드' 전환

시신 인도·용의자 신병 문제, 단기 해결 쉽지 않을 듯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김정남 암살 사건의 무대인 말레이시아는 북한의 몇 안 되는 수교국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사건 이후 시신 신원확인과 인도, 용의자 신병 등을 놓고 갈등하면서 북한과 말레이의 관계는 급격히 악화했고, 대사 추방과 상대 국민 '억류'라는 극단적인 조치까지 주고받았다.

단교만이 남은 상황에서 양국이 한발 물러서 대화로 선회하긴 했으나, 초유의 사건을 놓고 불거진 양국 갈등이 쉽사리 봉합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 북·말레이, 시신 인도·수사 결과 놓고 극한 대립

북한과 말레이시아는 지난 1973년 6월 수교했다. 2009년에는 상호 무비자 협정도 체결했다.

이러한 '친분'을 증명하듯 지난달 13일 김정남 암살 사건 직후 북한과 말레이는 비교적 충돌 없이 해결해나가는 듯했다.

아흐마드 자히드 말레이 부총리는 16일 김정남의 시신을 절차를 밟아 북한에 인도할 것이라며 양국 관계가 이번 사건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이 부검 전 시신 인도를 고집하고, 말레이 측이 이를 거부한 채 부검을 강행하면서 양국의 관계는 급격히 악화했다.




강철 말레이 주재 북한 대사는 시신이 안치된 병원 앞에서 느닷없는 한밤 기자회견을 열고 말레이 측이 "적대세력과 결탁했다"는 주장을 펴며 부검 결과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말레이 측은 이러한 북한의 주장과 시신 인도 요구를 일축하고, 곧바로 18일 북한 국적의 용의자 리정철 체포 사실을 공개하면서 양국 간 갈등은 한층 첨예해졌다.

이후 말레이의 수사 결과 북한이 배후라는 사실이 점점 명확해지면서 수사 결과를 놓고 나집 라작 말레이 총리까지 가세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말레이는 강철 대사를 불러 항의하고, 평양 주재 자국대사도 소환했다. 이에 앞서 북한도 평양 주재 말레이 대사를 초치했다.

도주한 용의자들이 이미 평양으로 들어갔고 북한대사관 소속 현광성이 용의 선상에 올랐다는 것, 김정남 살해에 신경작용제 VX가 사용됐다는 것이 말레이 당국의 발표로 속속 공개되면서 양측의 갈등도 고조됐다.

다급한 북한이 리동일 전 유엔 주재 차석대사를 말레이로 급파해 대화를 모색했으나 지난 2일 말레이는 북한과의 비자면제협정을 파기하겠다고 전격으로 발표했고, 용의자 리정철에 이어 4일에는 강철 대사까지 추방했다.

북한도 이에 질세라 6일 말레이 대사를 '맞추방'했고, 이튿날 북한내 말레이 국민의 출국을 임시금지한다는 극단적인 발표까지 하면서 양국 관계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말레이 역시 자국내 북한국민의 출국금지를 지시했다.

브레이크 없는 전차처럼 서로를 향해 내달리던 양국은 그러나 단교 직전에서 멈춰서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말레이로선 북한에 억류된 자국민 11명의 안전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고, 북한 입장에선 국제법 준수를 촉구하고 나선 중국의 압박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집 총리는 8일 "북한과의 단교 계획은 없다"며 사실상 북한에 대화를 제의했다. 북한에 억류된 자국민 보호를 위해 외교적인 해결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말레이 측은 이어 11일 수일 내에 북한과 억류자 귀환 문제 등을 놓고 공식회담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협상 들어간 북·말레이…갈등 봉합 쉽지 않을 듯

양국이 외교 파국은 피해 갔지만 그렇다고 갈등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시신 인도과 용의자 신병 등을 둘러싼 이견이 쉽사리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 측은 말레이 측에 김정남의 시신을 인도하고 아직 말레이 북한대사관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용의자 현광성과 김욱일의 귀국을 보장해달라는 입장을 고집할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 수사당국으로서는 북한 국적의 다른 용의자 4명이 평양으로 도피하고, 붙잡았던 리정철은 증거부족으로 석방해야 했던 상황에서 이 두 용의자마저 조사하지 못한다면 사건 실체에 접근할 길이 막혀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양국이 이 두 용의자가 어떤 식으로든 말레이 경찰에 진술하게 한 후 북한으로 추방하는 형식으로 타협안을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

김정남 시신 인도 문제도 쉽게 결론이 나긴 힘든 부분이다.

영상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은 여전히 신변 위협 문제로 말레이에 직접 오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말레이 경찰로서는 북한에 억류된 자국민의 안전을 생각할 때 유족 인계 방침만을 고수하긴 부담일 수 있다.

말레이는 "시신을 필요 이상으로 보관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시신 처리 문제도 북측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국민 귀국 보장을 위해 시신 인도 카드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외교가의 한 관계자는 "말레이는 더는 잃을 게 없다는 식으로 달려는 북한과 극단적인 대치를 계속하면 북한에 있는 자국민의 안전이 위협받을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라며 "예측불허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양측 협상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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