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대선 D-7] ④전후 70년 자유주의 세계질서 '시험대'(끝)

입력 2017-04-16 07:10   수정 2017-04-17 17:20

[프랑스대선 D-7] ④전후 70년 자유주의 세계질서 '시험대'(끝)

'EU·자유무역 반대' 포퓰리즘 득세…EU 미래 가늠할 분수령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이번 프랑스 대선은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고립주의, 포퓰리즘, 보호무역주의 바람의 분수령이 될 선거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 대선은 프랑스와 유럽의 미래는 물론, 2차 세계대전 이후 70여 년간 지속된 미국과 서유럽 중심의 전후 자유주의 질서의 향방을 결정할 역사적인 이벤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가 숨죽이며 프랑스 대선의 향방을 주시하는 이유다.





◇프랑스 대선에 전후 자유주의 질서의 핵심이었던 EU의 미래 걸려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선두권 후보인 네 명이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면서 넷 중 그 누구도 결선에 오를 수 있는 긴장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세계가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과 극좌파 연대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라는 뜻)의 장뤼크 멜랑숑의 결선에서 맞붙는 상황이다.

둘 다 유럽연합과 자유무역에 반대하는 우파와 좌파 포퓰리즘 세력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르펜과 멜랑숑을 주목하는 이유는 둘 다 집권 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후폭풍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프렉시트(Frexit. 프랑스의 EU 탈퇴)와, 미국의 유럽 방어의 핵심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군사부문 탈퇴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는 것은 2차대전 이후 미국과 유럽이 주도해온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지형이 완전히 뒤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후 미국의 대전략 아래에 독일과 함께 유럽을 지탱해온 강대국 프랑스에 자국 우선주의를 내건 강한 고립주의 성향의 포퓰리스트가 국가지도자로 등장하는 상황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5공화국 초대 대통령인 샤를 드골이 해방 이후 강한 민족주의 성향을 띠긴 했지만, 그는 2차대전의 대독 항전을 이끈 국민적 영웅이자, 전후 프랑스 재건의 초석을 닦은 정치가였다.

세세한 부분에서 논쟁이 있기는 하지만, 유럽연합과 나토라는 유럽의 두 축은 유럽과 세계에 주목할 만한 평화와 번영을 가져왔다는 데 이견을 제기할 만한 사람은 없다.

1·2차 세계대전으로 만신창이가 된 유럽에서 강대국 간 전쟁이 없었던 지난 70년의 평화를 바탕으로 유럽의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는 번영했고, 그 뒤에는 회원국 간 국경을 개방하고 상호의존성을 심화시킨 유럽연합과 구소련에 대항한 집단방위체제 나토가 자리하고 있었다.

특히 유럽연합은 프랑스가 독일과 함께 두 기둥 중 하나를 담당하고 있어 프랑스의 탈퇴는 유럽연합의 붕괴까지 불러올 수 있는 상황이다.

이미 브렉시트로 유럽연합이 타격을 입은 가운데, 르펜이나 멜랑숑처럼 EU 탈퇴 또는 재협상과 군사적 민족주의를 주장하는 세력이 집권할 경우, 유럽의 미래는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혼돈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회장은 최근 프로젝트신디케이트 기고에서 이번 프랑스 대선의 의미를 "유럽과 세계의 미래에 가장 중요한 일이 될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아시아가 21세기 역사에서 유럽보다 더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지난 세기의 교훈이 잊혀서는 안 된다"며 "유럽에서 일어나는 일은 세계의 안정과 번영에 지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퓰리즘 대항마 마크롱, 집권시 佛 좌우로 양분해온 정치체제 전복

르펜과 멜랑숑이라는 포퓰리스트의 반대편에는 에마뉘엘 마크롱이라는 합리적 중도를 표방한 '신예'가 있다.

전후 프랑스 정치를 양분해온 기성정당인 제1야당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과 집권 사회당의 브누아 아몽이 후보로 뛰고는 있지만, 집권 가능권에는 다소 떨어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 여론조사에서 당선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점쳐지는 마크롱은 좌우를 뛰어넘는 신(新)중도의 기치 아래 르펜과 멜랑숑의 대항마로 뛰고 있다.

강한 유럽연합 건설, 보호무역 배격, 프랑스의 경제활력 회복, 사회복지 강화 등 좌·우 진영의 공약들을 혼합한 정책조합을 제시하며 전후 자유주의 질서의 '적자'임을 자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럽 정계의 주류에서는 타국 내정에 간섭한다는 인상을 줄 위험에도 불구하고 마크롱에 대한 호의를 드러내기도 했다.

마크롱이 집권에 성공하면 유럽연합과 나토를 기반으로 한 전후 자유주의 질서는 일단 최대 위기는 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적으로 마크롱은 취약한 정당 기반(현재 그가 창당한 앙 마르슈의 의석수는 '0'이다)을 극복하고 기존 좌우정당과 연합해 프랑스와 유럽연합의 재건을 이끌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현 정부에서 대통령 경제보좌관과 경제장관으로 일하다 뛰쳐나가 신당을 창당하고 대권까지 도전한 마크롱의 앞날은 집권 이후에도 험난하다.

프랑스에서 갓 선출된 대통령이 자신이 이끈 신생 정당으로 의회까지 장악해 정계 개편을 주도한 것은 1958년 출범한 제5공화국 역사상 초대 샤를 드골 대통령이 유일하다.

드골은 대선 두 달 전 창당한 우파정당 신공화국연합(UNR)은 그해 11월 총선에서 압승했는데, 이는 그가 1·2차 대전에 참전한 국민 영웅이었기에 가능했다.

마크롱의 공언대로 대선은 물론 총선에서도 신당이 과반을 차지하게 되면 기존의 중도좌파와 중도우파 정당이 양분하고 있던 5공화국 정치 질서를 완전히 뒤엎어 프랑스 정치사를 새로 쓸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르펜이나 멜랑숑에 비해 마크롱은 진성 지지층이 엷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최고 명문 그랑제콜인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하고 투자은행에서 거액을 번 뒤 최연소 경제장관을 역임한 강한 엘리트적 배경 역시 좌우 포퓰리스트들의 집중 공격대상이 되고 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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