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6기 3년 결산] 갈등의 교육자치…중앙정부와 엇박자

입력 2017-06-29 05:30   수정 2017-06-29 06:50

[민선 6기 3년 결산] 갈등의 교육자치…중앙정부와 엇박자

누리예산·국정교과서 현안마다 중앙정부·지역교육청 대립

교육감 '셀프 성적표' 90점…새 정부 이후 변화 관심

(전국종합=연합뉴스) 지난 3년 민선 6기 교육현장은 우리 사회의 주요 현안을 놓고 벌어진 논쟁의 중심부였다. 중앙정부 정책과 일선 시·도 교육현장 목소리가 엇박자를 내며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시·도 교육청이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을 부담하게 되자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때문에 재정 압박이 가중되면서 대통령 공약을 책임질 중앙정부가 시·도 교육청에 재정 부담을 떠넘긴다고 반발이 거셌다. 일부에선 무상급식 시행이 재정 압박으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도 교육현장을 분열로 치닫게 했다. 최근에는 외국어고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 움직임에 또다시 의견이 갈리는 양상을 보인다.

여기에는 교육감 17명 가운데 13명이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바람 잘 날 없었어도 시·도 교육감들은 지난 3년간 자가진단 성적을 평균 90점 수준으로 매겼다.

행복학교, 혁신학교 등으로 배움터에 변화를 꾀하고 협력학습, 인성교육, 취업교육을 강화했다. 교육여건 개선, 교육복지 증진, 청렴도 향상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학생·학부모 등 교육 주체 간 소통에 노력하거나 자유학기제 시행 등에 맞춰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육을 확대하는 등 교육현장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 누리과정 부담 등으로 재정난 허덕

각 시·도 교육청이 무상급식을 초등학교에서 중·고교로 점차 확대해나가는 추세지만 교육감 취임 초기에는 사정이 달랐다.

무상급식 시행으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거나 예산을 쥔 지방자치단체와 다퉈야 했다.

한때 부산에서는 중학교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려던 무상급식 계획을 1년 유예했고, 대구나 인천에서는 교육감이 초등학교 무상급식 전면 시행 공약을 내걸었다가 착수조차 못 한 적이 있다.

경남과 충북에서는 도청과 도교육청이 무상급식비 분담 문제를 놓고 한동안 심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지방교육 재정난은 2015년 누리과정 예산 파동으로 더욱 심각한 양상이 됐다.

교육감들은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 교육청이 떠맡는 과정에서 "지방교육 자치 근간이 흔들리고 교육 질이 저하했다"고 입을 모았다.

충남에서는 어린이집에 한해 1천90억원 예산을 지원하는 대신 찜통교실 개선이나 학생 교수학습 지원에 드는 예산을 삭감했고, 광주에서는 노후 화장실 개선 등 교육환경 개선 비용 마련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경기에서는 2015년과 2016년 교원 수업시수를 늘리고 정원 외 기간제 교원을 600∼700명씩 감축했다.

제주에서는 지난해 도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예산안에 반영하지 않자 도의회가 관련 예산을 증액하고 정규직 인건비 73억원을 삭감해 전교조 반발을 사기도 했다.

민병희 강원교육감은 "누리과정 문제 등으로 중앙정부와 마찰이 생겨 상당한 기력을 소모했다"고 말했다.




◇ 갈등으로 점철돼 상처만 남긴 국정 역사교과서

재정난과 함께 중앙정부와 지역교육청이 다투며 논쟁을 불러온 이슈는 2015년 교육부가 발표한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이다.

진보 성향 교육감을 중심으로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 목소리가 일어 올해 1월 13개 시·도 교육청이 교육부 연구학교 지정 의뢰 방침을 거부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 이석문 제주교육감 등은 광화문 광장에서 피켓을 들고 국정교과서 폐지 시위를 벌였고 일부 교육청은 보조 교재 개발로 맞섰다.

대전, 대구·경북·울산 4개 시·도 교육청만이 연구학교 지정에 사실상 찬성하거나 유보하는 태도를 보였다.

결국, 경북 경산 문명고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연구학교로 지정됐고 이후 문명고에서는 학생·학부모 시위, 효력정지 신청 등으로 공방이 이어졌다.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지난달 경북교육청은 문명고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영우 경북교육감은 "국가정책이 변하고 교육부 고시 내용이 바뀌어 문명고 학생이나 학부모가 받게 될 심리적 불안감이나 부담감을 고려해 지정을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상당수 교육감은 "새 정부 들어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철회한 것은 다행한 일로 환영한다"며 "획일적인 역사관을 강요하는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는 당연하다"고 입을 모았다.

충분한 논의를 거쳐 역사과 교육과정을 개정하거나 우수 교과서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 불붙는 외고·자사고 폐지 논란…지역별 온도 차

새 정부 공약인 외고 등 특수목적고(특목고)와 자사고 폐지 분위기가 이달 들어 가시화하자 대부분 교육감은 정부 정책에 수긍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자사고 등이 집단 반발하고 자녀 교육에 혼란이 생긴 일부 학부모 항의가 잇따르자 "일괄 폐지에는 반대한다"거나 "큰 틀에는 동의하나 실정에 맞게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경기·광주·전북 교육감은 외고·자사고 폐지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이달 13일 기자간담회에서 "학교를 계층화, 서열화하는 외고와 자사고 등을 폐지하고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며 "앞으로 외고와 자사고 등을 재지정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혀 논쟁의 불을 지폈다.

장휘국 광주교육감은 "외고와 자사고는 학교의 계층화·서열화를 부추기는 측면이 크다"며 폐지 찬성 의견을 밝혔고,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외고, 자사고, 국제고를 현 대통령 임기 내 폐지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부산·울산·경북·경남·충남 교육청은 원칙적으로 동의하므로 교육부 방침을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우동기 대구교육감은 학군 중심 일반고 서열화 현상 발생을 우려하며 "지역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폐지에는 반대한다"고 했다.

김병우 충북교육감은 "설립 목적에 맞게 잘 운영돼 반드시 일반고 전환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유지·존속할 예정이다"고 밝혔고, 설동호 대전교육감은 "폐지 여부는 학부모와 교육계,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다른 지역도 "폐지 방침에는 공감하나"(제주), "좀 더 생각할 여지가 있어"(강원) 사회적 합의나 면밀한 점검 등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덧붙였다.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정부와 시·도 교육청 간 관계가 어떻게 변하고 그런 변화가 교육현장과 교육정책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려 있다.



◇ 교육감 9명 자신에게 후한 성적표…2명은 구속 수감

이처럼 치열했던 교육현장에서 3년을 보낸 교육감들은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김지철 충남교육감 90점, 최교진 세종교육감 90점, 우동기 대구교육감 95점, 김석준 부산교육감 85점 등으로 자가 성적을 매긴 교육감 9명 평균 점수가 90점에 가까웠다.

점수를 매기지 않은 교육감 중 장만채 전남교육감은 "100% 만족은 없고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으며, 설동호 대전교육감과 이석문 제주교육감은 "점수를 매기는 게 좀 그렇다"거나 "점수보다는 과정을 봐달라"고 했다.

교육감들은 잘한 일로 특색학교 운영 등 교육 혁신(경기·대구·전남·충북), 청렴도 향상(부산·충남·광주) 등을 꼽았다.

아쉬운 부분으로는 누리 예산 등에 따른 교육비 삭감(충남·전남), 학교 통·폐합에 따른 어려움(광주·경북) 등을 들었다.

최교진 세종교육감은 "교육감과 교육부 간 관계와 권한에 있어 제도·법령이 제대로 정비가 안 돼 시민에게 걱정을 끼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취임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무려 17번 고발당하는 등 진보적인 교육정책 추진으로 사사건건 괴롭힘을 당했다"고 성토했다.

현재 17개 시·도교육청 중 울산과 인천은 부교육감이 교육감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

김복만 울산교육감은 업체 관계자에게서 3억원가량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구속기소됐으며, 이청연 인천교육감은 수억원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2월 1심 재판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한종구 김재선 이영주 이강일 김준호 장영은 전지혜 백도인 신민재 김선경 이해용 박재천 이종민 한무선 기자)

ms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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