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마 상처 딛고 다시 삶터로…괴산 이재민들 재기 '의지'

입력 2017-07-28 08:19  

수마 상처 딛고 다시 삶터로…괴산 이재민들 재기 '의지'

특별재난지역 선포, 민·관·군·경 복구 '한 마음'

응급 복구율 75%…괴산군수 "관광와서 도와달라" 호소



(괴산=연합뉴스) 윤우용 기자 = "완전 복구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반드시 이겨낼 겁니다"

충북 괴산군 청천면 고성리 주민 김모(64·여)씨는 지난 16일 내린 집중호우로 쑥대밭이 된 집안 곳곳을 정리하느라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 폐허 딛고 다시 삶 터로

30도를 훨씬 웃도는 찜통더위 속에서도 군인과 경찰 등이 자기 일처럼 피해 복구에 나서준 덕분이다.

수마가 할퀴어 폐허로 변했던 집이 제법 옛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며 엷은 미소까지 지었다.

김씨도 수마로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었다.

마을 앞 달천이 범람하면서 안방과 거실, 부엌에까지 물이 찼다.

냉장고와 TV 등 가전제품이 순식간에 쓰레기로 변했다. 가재도구도 여기저기서 나뒹굴었다.

특용작물 모종을 심었던 집 뒤 비닐하우스도 온통 진흙을 뒤집어썼다.

도통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큰 피해를 봤다.

다른 지역 수재민처럼 1주일가량 인근 교회 신세를 진 그는 지난 23일 전기공급이 재개되고 지하수를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자 삶의 보금자리로 돌아와 재기의 희망을 키우고 있다.

"군인들이나 경찰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손을 쓸 수도 없었을 것"이라며 고마움을 전한 김씨는 코끝을 찌르는 악취에 아랑곳하지 않고 집 구석구석을 다시 살폈다.

김씨의 지인들도 중고 TV와 냉장고를 보내줬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한 게 한둘이 아니다.

방안에서는 아직도 퀴퀴한 냄새가 진동한다. 김씨도 휴대용 매트를 시멘트 바닥에 깔고 잔다. 방충망이 처져 있지만, 모기떼의 공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김씨는 "장판을 깔고 도배를 빨리해야 할 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13공수 특전여단 부대원 30여명도 비닐하우스 안과 집 마당 곳곳에 켜켜이 쌓인 펄을 손수레에 담아 버리며 김씨에게 힘을 보탰다.

복구작업에 땀범벅이 된 한 특전용사는 "수해가 난 다음 날부터 복구작전을 펼치고 있다"며 "피해를 본 주택이나 농경지는 어느 정도 복구가 된 것처럼 보인다"고 귀띔했다.

쑥대밭이 됐던 김씨 집 바로 옆 인삼밭에서는 집게 차 등 중장비가 흙바람을 일으키며 부지런히 오갔다.

중장비는 굉음을 내며 수마가 할퀸 인삼밭 버팀대를 부지런히 끌어모은 뒤 덤프트럭에 실었다. 수마로 6천여㎡의 밭에 심어진 인삼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버팀대만 남았기 때문이다.






창고 등이 침수돼 뒷마당 한 쪽에 못쓰게 된 물건을 수북이 쌓아둔 인근 주민 김모(64)씨도 "물에 휩쓸려 나무 숲에 처박힌 평상(平床)과 가스통 등을 군인들이 제자리에 갖다 놓고 마당에 쌓인 펄을 말끔히 치웠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집이 떠내려가는 등 나보다 큰 피해를 본 많은 사람이 빨리 복구작업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마로 22가구 주민들이 마을회관 앞에서 함께 식사하고 툇마루에서 쪽잠을 자는 등 '풍찬노숙'을 했던 청천면 신도원2구도 서서히 예전의 마을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이 마을 이장 강경식(65·여)씨는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각지에서 이어지고 구호물품도 속속 답지한 덕에 마을이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그저 고마울 뿐"이라고 했다.



◇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한 달천변

문제는 급류에 휩쓸린 나무가 쓰러져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변한 달천변 정리 작업이다.

널브러져 있는 나무와 부유물이 워낙 많은 데다 상류에서 하류까지 피해면적도 넓기 때문이다.

청천지역에 폭우가 다시 내릴 경우 쓰러진 나무가 물 흐름을 막는 걸림돌이 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육군 37사단 공병대가 중장비로 수해로 곳곳에 상처를 입은 달천변을 정리하는 데 힘을 보태는 이유 중 하나다.






하루라도 빨리 수마의 상처를 지우겠다는 민·관·군·경의 하나 된 마음이 빛을 발하고 있다.

괴산군에 따르면 지난 27일 현재 군내 응급 복구율은 75%에 이른다.

이날까지 2만1천500여명의 민·관·군·경이 괴산지역에서 수해 복구작업을 했고, 중장비 937대가 동원됐다.

덕분에 삶의 터전을 잃었던 210가구 512명 중 173가구 423명이 다시 보금자리로 돌아왔다.



◇ 특별재난지역 선포로 복구 속도 붙을 듯

이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됨에 따라 복구작업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자체는 피해 복구에 들어가는 비용 중 지방비 부담분의 일부를 국고에서 추가로 지원받게 된다.

복구에 드는 지자체 재정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주택침수, 농경지 유실 등의 피해를 본 주민에게는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각종 세금 및 공공요금 감면 혜택도 준다.






나용찬 괴산군수는 "민·관·군·경이 하나가 돼 복구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며 "국민께서 괴산의 관광지를 찾아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yw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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